에너지 흐름이 끊긴 상태의 신호
게으르다는 말은 거의 언제나 부정적인 평가로 쓰인다. 하지 않으려는 태도, 의지가 부족한 상태, 책임을 회피하는 성향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혹은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이 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단어 역시도 너무 많은 상태를 한데 묶어버린다. 움직이지 않는 이유, 멈춰 있는 맥락, 에너지가 놓인 위치는 모두 다른데도 우리는 그것을 쉽게 ‘게으름’이라고 부른다. 이 글은 그 단순화된 언어를 조금 느리게 풀어보려는 시도다.
우리는 게으르다는 말을 단지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쓴다. 하지만 이 말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상태가 섞여 있다. 하나는 에너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를 쓰지 못한 상태다.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게으름은 단순히 움직임의 부재가 아니라, 에너지 흐름이 멈춘 상태를 가리킨다고 보는 편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으름처럼 보이는 순간들 뒤에는, 사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한 상태 혹은 이미 가진 힘을 꺼내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상태가 있을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정지’ 상태만 보고 섣불리 게으름이라고 판단하지만, 그 정지가 생긴 이유는 사실 만성 게으름 탓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게으름이라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그저 낙인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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