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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피아식별

갈라치기가 아닌 재정렬을 위하여

by UX민수 ㅡ 변민수

* 이 글에서 디자인/디자이너는 업계 전반을 통칭하여 특별히 세부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디자인계에는 늘 올바르거나 고귀한 가치를 표방하는 표현들이 즐비하다. 사용자 중심, 문제 정의, 맥락, 본질, 책임, 윤리 등의 단어들 말이다. 당연히 이 낱말들이 틀려서라기보다는,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해 던져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곤 한다. 필요하고 중요한 말은 늘어나는데, 공감은 어려워지고 논쟁은 반복된다. 어쩌면 그 이유 중 하나는, 개별 주장과 판단을 담아낼 큰 그림이 제대로 선언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예컨대 Do’s and Don’ts 같은 낱개의 지식들은 순간의 판단을 위해서는 제법 유용하지만, 어떤 거시적인 구조를 바꾸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맥락이 부족한 가운데 던져지면 질수록 또 다른 갈라치기의 언어가 돼버린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답을 하나라도 더 얹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같은 지도를,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아식별’이라는 다소 차갑고 전투적으로 들리는 단어를 꺼내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싸우자는 뜻에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길을 다시 그려보기 위해서다.




공통의 기준이라고 믿어온 것들의 정체


피아를 가른다는 말은 다분히 공격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실은 이미 우리 안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우리는 그 기준을 너무 오랫동안 잘못 쥐고 있었을 뿐이다. 일례로 학연은 공통의 기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학연 안에도 전혀 다른 문제의식과 태도가 공존 가능하고, 당연히 그 안에서조차 피아는 쉽게 엇갈릴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학벌이란 더욱 노골적이다. 그것은 기준이라기보단 일종의 연막에 가깝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흐릿하게 만들어, 결국 무엇이 문제인지보다 ‘누가 말했는지’만 남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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