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엄마들에게 공포의 계절이 다가왔다. 바로 환절기.
아이가 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평생을 병원에 다닌 횟수보다 아이와 함께 소아과에 다닌 횟수가 훨씬 많다고 말할 만큼 소아과를 자주 다녔다. 특히 기온 차이가 심하고 건조한 환절기만 되면 내 우려를 안다는 듯이 아이는 콧물을 훌쩍거렸다. 특히나 아이가 잠을 자면서 기침을 콜록콜록할 때에는 덜컥 겁이 나며 다음날 소아과를 갈 걱정에 머리가 아파왔다.
소아과. 정말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곳.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병원에 이렇게 아픈 아이가 많은지 처음 알았다. 정말 전쟁 통이 따로 없을 정도로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온갖 아픈 아이들과 엄마, 아빠, 할머니들까지 모여 있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진료를 보기 위해 접수를 하면 기본 30번 대이거나 주말에 들어가면 70번은 기본 넘어갔다.
그나마 똑딱 같은 예약 어플이라도 있으면 다행. 그러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하였다고 할지라도 병원 진료 사정상 이런저런 일이 늘 있기 때문에 기본 30분 이상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온갖 바이러스가 두둥실 떠다니는 병원의 공기는 참 무겁고 답답하다. 가뜩이나 아픈 아이들이 득실득실 모여 있으니 아프지 않은 나조차도 거기에 있으면 목이 조금씩 아파올 정도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지겨워서 도대체 언제 집에 가느냐며 징징거리고 나는 조금이라도 내 접수 번호가 빨라졌기를 기대하며 눈알이 빠져라 대기환자 화면을 쳐다보며 시간을 때우다 보면 거의 1시간이 지나가 있다.
이렇게라도 진료를 받으면 다행.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면 주말 같은 경우 접수가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마감되어 버리니 엄마 아빠들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그래서 주말만 되면 남편들은 아침 7시부터 병원으로 나와서 진료 접수증을 받기 위해 기다린다. 조금이라도 진료를 일찍 받을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아이를 처음 낳고 키우기 시작한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소아과가 부족하진 않았다. 애가 아프면 그냥 여유롭게 챙겨서 병원에 갈 정도로 병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동네에 소아과가 기본 2군데씩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조금씩 클수록 문을 닫는 소아과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특히나 지방에 내려오면서 소아과가 이렇게 귀한 곳임을 몸소 실감하게 됐다.
그러면서 조금씩 소아과 부족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체재가 소아과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에 힘들다는 것,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 때문에 소아과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많은 불편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픈 내 아이를 진료해 주고 보살펴 주는 의사 선생님을 포함 간호사 선생님들은 나에겐 그저 은인이나 다름없는데 일부 부모들 때문에 힘들어서 문을 닫는 소아과의 문제에 대해 들으니 참 속상하였다.
저출산 문제가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가 된 지는 꽤나 오래된 이야기이다.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는다지만 글쎄, 실제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나라에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많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2세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나는 내일 아침도 콧물 흘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소아과 오픈 런을 위해 달릴 것이다. 언젠가는 여유롭게 소아과 문을 열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