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활센터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지식들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 위해 적어보려 한다. 우선 나는 두 곳의 자활센터에서 근무를 했다. 자활센터는 간단하게 '가짜 어른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글에서 언급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을 수행하는 사회복지기관이다. 약 4년 간 근무했던 이곳에서 내가 맡았던 사업은 출장세차, 카페 개설 준비, 김밥천국과 비슷한 분식집, 수제 돈가스 제작 및 판매 사업 준비, 공동 부업장 운영 정도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오늘은 이 중에서 내가 담당한 사업은 아니지만 공동 부업이 아닌 음식점을 직접 처음부터 운영까지 만들어지는 것을 도우면서 지켜본 사업인 수제 돈가스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당시 함께 준비하던 직원이 있었지만 내가 옆에서 같이 보면서 지원했던 일을 기준으로 작성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가 아닌 '나'만 등장할 예정이다. (동업자(?)분 죄송합니다.)
첫 번째,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관련 사업에 대한 조사다.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수제 돈가스 사업은 돼지고기를 납품받아 직접 연육기로 다진 후 튀기기 전 단계까지 준비해서 판매하거나 원하는 손님들에게 튀겨서 판매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다행히 우리 회사와 오랜 인연이 있던 요리 컨설턴트 분이 계셔서 그분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일이라 전체적인 사업의 내용을 그분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아주 디테일하게 사업에 관련해서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
두 번째, 사업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면 판매점 위치 선정과 주변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위치가 결정되어 있었던 터라 위치 선정보다는 시장조사나 운영, 홍보 방식을 고민했다. 그 당시 주변 반경 500m 이내에 상가는 많았지만 같은 종목의 식당은 보이지 않아 당장 경쟁업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에 하게 될 사업자 등록 이전에 위치 선정을 먼저 결정한 것은 사업자 등록을 할 때 사업장 주소를 적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사업을 시작하기 전 필수인 사업자 등록과 가게 인테리어가 중요하다. (feat. 영업신고증)
사업마다 순서는 다르지만 내가 했던 일의 순서대로 적는 중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이 필수인데, 요즘 개인이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국세청 홈택스로 신고만 하면 사업자등록증이 발급된다. 하지만 나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가 비교적 많았고 가까운 세무서를 찾아가 직접 발급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식품 영리 활동을 하는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영업신고증을 우선 발급받은 후에야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영업신고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우선 대표자의 보건증과 위생교육 수료증, 임대차계약서, 대표자 신분증, 도장 정도가 필요한데 규모가 크다면 소방필증까지 필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따로 발급받지 않았다.
영업신고증이 발급되었다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때 업태와 종목을 잘 정해야 한다. 그 이유는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 잘못 신고를 한다면 영업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신판매업으로 신고를 한 뒤에 수제 돈가스를 팔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큰일 날 소리다.
사업자 등록까지 완료되었다면 인테리어 업체를 컨택하고 어떤 느낌으로 가게를 꾸밀지, 일을 하는 공간과 손님을 응대할 공간, 작업동선까지 고려해 견적을 받아 합리적인 선에서 인테리어 계약까지 완료한다.
네 번째, 인테리어가 진행되는 동안 근무할 사람과 교육, 재료 수급을 결정지어야 한다.
이제 절반까지 왔다. 두 개의 글로 나눠서 적을까 하다, 하나의 글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어서 적어본다.
인테리어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가만히 있느냐, 그렇지 않다. 일단 밀린 서류들도 적어야 하고.. 아니, 서류도 서류지만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자활센터에서 근무했다 보니 채용할 사람들은 당연히 수급자였고 그중에서도 요리를 좀 할 줄 아는 여성분들을 위주로 채용했다. 그래서 주로 채용한 사람들이 아이가 있는 어머님들이셨는데 역시나 금방 배우셨고 짧은 기간에 근무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수제 돈가스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 음식의 품질은 당연히 재료에서 판가름 난다고 믿기에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가져올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인터넷부터 시작해서 같은 지역 내 재료 판매 공장에 거의 다 전화를 돌려본 것 같다. 가게를 한다면 홍보와 시장조사는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그렇게 결국 생각보다 좋은 가격에 재료 수급을 결정지었고 인테리어까지 비슷한 시기에 완료가 돼서 가게 오픈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다섯 번째, 영업 시작과 직원 관리, 그리고 원활한 재료 수급, 로스 처리, 홍보
이제부터는 준비과정이 아니라 실전이다. 가게 영업을 시작했기에 당장 근무할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율하고, 재료를 매일 들여오기 때문에 업체와의 시간 조율, 만약에 당일에 계획한 재료가 모두 판매가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로스 비용을 어떻게 절감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로스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장사가 잘돼서 물건이 다 팔리면 된다!
그렇다면 홍보가 필요했다. 오픈 이벤트, 시식 이벤트, 블로그 체험단, 홍보 전단지 등 할 수 있는 홍보는 다 해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준다면 90% 완료다.
마지막 여섯 번째, 운영 및 관리
남은 10%의 영역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위에 적힌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중요하다. 하나라도 빠뜨린다면 사업은 바퀴 없는 자전거와 같이 미완성일 것이다.
그 10%의 영역은 바로 꾸준한 운영 및 관리이다.
만약 당신이 손님으로 음식점을 찾았다. 그런데 오늘 먹은 음식과 내일 먹은 음식의 메뉴는 같은데 맛이 다르다면 어떨 것 같은가? "이 집은 매일 다른 맛으로 승부 보는구나 신선한데?" 하며 남들에게 이 집 신선하다면서 홍보를 할 수 있겠는가?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일을 하다가 갑자기 누가 코로나19 확진이 됐다. 갑자기 2인 1조로 근무를 하다 혼자서 그 일들을 해내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업에 변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것을 예측하고 준비하고 해결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 간의 불화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인사하며 집으로 갔는데 오늘 아침에 크게 다툰 뒤 같이 일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방법 중 하나는 이런 일을 미연에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도 꽤나 중요한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사업을 개설해보고 운영까지 하면서 겪은 일들을 6가지로 정리했는데, 벌써 2년이 지난 일들을 기억에 의존해 두서없이 적다 보니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필요 없는 말까지 들어간 것 같다. (하지만 난 하나도 지우지 않겠다. 더 적으면 더 적었지 다 필요하단 말이다...)
추신)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이 일은 어찌 보면 내가 서브였고 같이 일한 사람이 메인이었다. 하지만 내가 메인인 것처럼 적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추신 2) 내가 적은 저 순서들은 사회복지기관에서 사업을 개설한 경우고 저 내용들이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으니 "이런 일도 있고 이런 식으로도 하는구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