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ADHD가 더 위험하다고?
우리 아이는 늘 그랬듯이 예민한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HD검사를 안 했던 이유는
말 그대로 '조용한 ADHD'였기 때문이다.
사회생활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 기분만 맞춰준다면 큰 일은 없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또는 주변 친구들에게서
듣기 싫은 전화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 학교에서는 1년 내내 학급 임원도 도맡아 하고 있다. 친구도 정말 많은 편에 속한다.
말 그대로 학교에서는 '모범생'
그래서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했을 때는 나보다 주변사람들이 더 놀란 눈치였다. 예상 못했다는 반응들이 훨씬 많았다.
내가 검사를 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6살 때 유치원 형의 괴롭힘으로 시작된 “틱”
2학년 겨울방학 때 보였던 “우울증 증상”
내가 육아휴직 후 보였던 “충동적인 모습“
틱은 6세 때 유치원을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6세 때 이사 오면서 보냈던 동네에서 유명했던 유치원. 학원까지 같이 운영하기에 워킹맘인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심지어 이사 전 살았던 동네 유치원 원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곳이다. 그래서 다른 곳은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이곳으로 옮겼는데 여기서 일이 터졌다.
유치원을 옮기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아이가 주차장에서 내 손을 꼭 잡고 안 가겠다고 버틴다. 그것도 아주 서럽게 울면서. 유치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그날의 일이 아주 충격이었다. 뒷걸음질 치며 안 들어갔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형이 자꾸 괴롭혀, 이렇게 내 배도 때리고 했어. 무서워서 안 가고 싶어”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유치원에 사실
관계를 물었다.
알고 보니 아이는 한 달 내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거였다. 학원을 같이 운영했던 유치원은 유치원 일정 끝나도 학원으로 이동하여 합반 수업을 진행했었다. (5-7세 합반 수업 이야기도 그날 알게 되었다.) 바로 옆에 7살 형이 앉아서 우리 아이를 계속 괴롭혔던 것이다.
때리는 것은 물론 아이가 만든 미술 작품들도 망가트리는 장면도 모두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고 전해 들었다. CCTV를 확인하신 선생님이 울면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아이가 그런 상황인지 몰랐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정말 죄송하단 말 밖에 못하겠어요. “ 하면서 계속 우는 게 아닌가.
갑작스레 생긴 아이의 틱이 단순히 환경 변화인 줄만 일았던 내가 참 원망스러웠다. CCTV도 보고 싶지
않았다. 서울에 틱 전문대학병원 예약을 하면서 유치원을 바로 옮겼다. 학교 폭력 관련해서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곳, 공립 유치원으로 말이다. 유치원을 옮기며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딱 하나만 물었다.
“혹시 원내에서 폭력이 발생되면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원칙대로 처리하시는 건가요? “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서 남은 유치원 생활은 정말 행복하게 보냈기 때문이다. 아직도 종종 유치원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말이다.
두 번째 아이의 모습 또한 나에겐 너무나 맘이 아픈 이야기 중 하나다. 아이들이 워낙 많은 지역에 사는 우리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컨테이너에서도 수업하는 일명 ”과밀 학교“이다. 교실이 없어서 운동장 절반이 컨테이너, 급식은 2시간 반 동안 전 학년이 시간을 쪼개서 먹는다.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근처에 그나마 근방에서 학생수가 적은 곳으로 2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갔다.
(학년 당 12 학급에서 6 학급인 곳으로)
그래서 돌봄 신청도 못했고 (해도 어차피 안 됐겠지만) 시기가 어긋나 늘봄학교 신청도 못해서 아이들은 겨울방학 내내 꼼짝없이 학원 스케줄로만 온전히 하루를 다 보내야 했다.
ADHD인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스스로 챙겨 먹고 동생을 챙겨서 학원 갈 시간에 맞춰서 학원 버스를 타고 갔다가 집에 와서 쉬다가 또 학원가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는 겨울방학이 지옥이었던 셈이다. 4-5가지 일을 한 번에 하라고 던져줬으며 심지어 동생까지 챙겼어야 했다. 또 동생과는 정 반대의
성향이라 동생의 행동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결국 탈이 났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울기만 했다. 밥도 안 먹고 씻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저 울다 잠들었다.
잠들기 전 매번 하는 말은 같았다.
“자고 일어나면 엄마 있어? 눈 뜨면 또 없는 거야?”
전형적인 “소아 우울증” 같아 보였다.
아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일이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 마음이 우선이지.
그래서 아껴두었던 육아휴직도 사용하며, 오롯이 육아에 몰입하기로 했던 것이다.
육아휴직을 하고 한 달은 평화로웠다. 학교도 바래다주고, 학원 가기 전 집에 오면 간식도 챙겨주고.
그런데 종일 붙어있다 보니 일이 터졌다. 아이의 짜증이 날로 갈수록 심해져 갔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별거 아닌 일 들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폭력적으로 표출해내고 있었다.
연필을 부러뜨린다던지, 종이를 찢고
온갖 부정적인 글을 적으며
문을 닫고 한 시간 이상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
이유도 참 웃기다.
여행 다녀와서 잠든 아이를 주차장에서 깨워서,
문제집 풀다가 틀렸다고 체크해서,
동생이랑 싸우고 나서 훈육해서.. 등등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방에서 문 닫고 한 시간 동안 안 나온 날 다짐했다.
병원 가보기로.
아들만 검사하는 게 아니고,
나도 같이 상담받아 보기로 했다.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했는데,
내가 일할 때 보다 아이에게 더 상처를 많이 주고 있었다.
아들아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병원 가보면 좀 나아질까?
많은 의문을 가지고
우리는 집 앞 정신건강의학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