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ADHD 진단을 받고나서 괜찮았다면 거짓말이다. 세상에 내 아이가 기약없는 정신과약을 복용해야 한다는데 괜찮을 엄마가 어디있겠나.
7월 22일 진단을 받은 날, 하루 종일 아무 생각이 안들었다. 정신이 멍한 것 같았다. 그 동안 아이의 행동패턴들, 그 행동으로 인해 내가 괴물같이 변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그냥 지옥이었다. 아픈줄도 모르고 그저 아이 탓만 해왔던 내가 왜이리 못나보이는지.. 오롯이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최선을 다 하고 있었는데, 내가 가는 방향을 잃은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야하지? 뭐가 맞는걸까?
ADHD 자녀를 둔 엄마들은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고한다. 그도 그럴것이 내 아이는 예민하다. 태어날 때 부터 예민했다. 남들 다 자는 통잠은 4살이 다돼서 잤으며, 발걸음도 늦었고 7살에 완벽히 마스터한다는 한글은 'ㄱ'자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그 당시 전부였던 육아동지들 사이에서는 우리 아이는 특이한 아이였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거지?내가 잘못해서 아이가 아픈건가?" 부정적인 생각이 한 번 들면 마치 실타래처럼 얽히고 얽힌 상태로 계속 이어진다.
이 틀 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 청소만 내리 한 것 같다. 뭔가 내 마음을 비우는 것 처럼. 딱히 다른건 하고싶지 않았다. 이렇게하면 마음이 좀 나아지려나.
그럼에도 마음이 영 진정되지 않아, 아이와 함께 갔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선생님께서 아이와 함께 약을 먹어보자고 말씀하시고 내 약도 함께 처방해주셨다.
회사를 다니면서, 또 육아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초긍정이었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갑자기 마음이 급격하게 요동치는 날이 많았다. 시간을 쪼개어 쓰다보니 늘 정신이 없었다. 하루에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은 10분조차 안날정도로 숨막힌 생활이었다. 그 생활에 길들여지다보니 나 조차도 내가 "강박"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1분이라도 지각하는 일이 생기거나, 그 날 해야할 일을 다 못 끝냈을 때, 다음 날 여러 일 들이 있을 때 등등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잠을 쉽게 못들었다. 남 들은 괜찮다고 하는 것 에도 나는 구지 고집을 부리며 내 뜻대로, 내 소신대로 바꾼 일들도 많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참 힘들었겠다 싶다. 거기엔 내 아이도 포함이다.
약을 먹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머릿속도 정리되고 하루 종일 평온한 상태로 유지가 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정리할 시간도 생겼다. 아이의 치료 방향과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정리했다. 아이는 그저 열심히 나와 치료를 하면 되는 것이고, 문제는 나다.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뭘까? 먼저,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ADHD에 관한 도서를 모조리 다 빌렸다. 또 부모교육을 받기 위해 정보도 찾았다. 내가 ADHD에 대해 알아야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존심을 굽히니 내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아이의 아픔에 대한 죄책감도 버리기로 다짐했다. 그 동안 내가 옳다고만 생각했던 것들로 아이를 더 힘들게 할 뻔 했다.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내 마음을 먼저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를 지키고 아이를 더 반짝이고 예쁘게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