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공급: 하
-요리 과정: 하
-소요 시간: 짧다
살다 보면, 아무것도 안 먹어도 얹힐 때가 있다. 조금 먹었는데 체하거나 많이 먹어서 체하기도 하지만, 체할 게 전혀 없는데도 지옥을 구경할 때면 죽을 맛이다. 그럴 때는 다 필요 없고, 새우젓이다.
새우젓은 젓갈. 그래서 짠 기가 있지만, 적당히 조절해서 먹으면 새우젓만 한 게 없다. 천일염은 명함도 못 내민다. 물론, 이제는 바다가 정말 많이 오염되었고 계속해서 죽어가는 중이지만. 그래도 새우젓이 최고다.
새우젓은 계란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애호박새우젓국은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요리 방법도 쉬워서 제일이다. 요즘처럼 쌀쌀하고 추운 날씨에도 제격이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얹혔거나 속이 아플 때 또는 화병을 일으키는 사람이나 사물에서 벗어나지 못해 답답할 때도 따뜻한 애호박새우젓국 한 국물만 마셔도 속이 싸악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까스활명수 같은 요리다.
재료는 애호박 하나, 새우젓(새우젓은 강화도 새우젓이 제일 맛있다), 다진 마늘 그리고 물이 전부다. 만약 칼칼한 게 땡긴다 싶으면 동양 재료로는 청양고추, 서양 재료로는 페페론치노같이 매운 고추를 넣으면 된다. 좀 더 훌륭한 비주얼을 원한다면, 빨간 고추가 좋다. 재료들이 모두 파스텔 톤으로 연하기 때문에 강렬한 빨간색의 고추를 넣으면 좀 더 멋이 산다.
우선 애호박을 씻어서 두껍게 썬다. 두께는 손가락 마디를 기준으로 1/2이나 2/3 정도로 자른다. 애호박은 굉장히 금방 익는 재료인데다 물에 넣고 끓이는 방법이어서 얇게 썰면 다 무르고 퍼져서 안 된다. 냄비에 애호박을 모두 넣고 새우젓은 3.5 티스푼(더 짭조름하게 먹고 싶다면 더 넣으면 된다), 다진 마늘은 1 티스푼을 넣는다. 물은 애호박이 조금 덜 잠기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새우젓은 끓이면 물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중간 불에서 뚜껑 없이 끓이다가 한 번 끓으면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5분 정도 익힌다. 그러면 동파가 일어난 위장과 마음을 따뜻하게 수리할 수 있다. 시원하고 개운한 새우젓 베이스의 국물과 살짝 달짝지근한 애호박 한 조각을 먹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Tip. 두부! 두부를 넣어도 맛있다. 직사각형으로 썰어도 좋고 깍두기처럼 정사각형이 네모로 썰어도 좋으므로 취향껏!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