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조각.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

by 개복사

/

12 조각



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싶어서

시간을 내 도서관에 방문했다.

준회원으로는 이미 가입되어 있다.

정회원이 아니어도 전자책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뭘 들어도 무거워

잠시 보부상 직책을 내려놓고 가볍게 다니느라

종이책을 대여할 경우의 수도 없지만,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었고

새로 발급받은 신분증을 쓰고 싶기도 했다.

정회원 등록하려면 관할 지역 인증으로

신분증이 필요한 줄 알았다.

나는 카드 지갑 분실로 인해

몇 주간 주민등록증 없이 살았으므로

새 신분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거다.

그렇게 떨리는 순간, 사서님께 미션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로그인 후 화면을 보여 주세요.”


로그인이야, 껌이지. 전자책을 대여할 때마다

매번 로그인해야 하므로,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알림창이 뜨기 전까지는.


[ 비밀번호 5회 이상 오류로 10분간 로그인이 정지됨 ]


로그인도 정지되고, 내 사고도 정지되었다.

분명 맞는데 아니라니 어쩌겠는가.

이따가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쓸쓸하게

돌아서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런 마음인가?’ 싶은.

스마트한 시대는 우리의 의사나

교육과는 무관하게 닥쳤고,

이전 시대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온갖 인증과 회원 가입과 키오스크 같은,

사람으로 시작되었으나 사람은 없고

앞으로 가기나 뒤로 가기조차 보이지 않는

멀뚱히 서 있는 기계 앞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버스나 기차 티켓 등을 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 또는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속에서,

뒤에서 들려오는 재촉과 한숨과 욕을 마주한다면,

나라도 다 싫고 두렵고 힘들 것 같다.

요즘도 곳곳에서 다양한 지원과 교육이 있는 줄 알지만,

당장 우리 부모님만 해도 스마트한 시대가

여적 낯설고 따라가기 벅찬 게 현실이다.

오전에 방문했던 스포츠 센터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결제를 못 하고 계셨다.

수영권 할인을 위해 신분증을 스캔해야 하는데,

안내대로 했는데도 기계에서 계속 오류가 떴던 것이다.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던 사이에

같이 있던 언니가 달려가 말을 걸었다.

“제가 잠시 봐 드려도 될까요?

기계가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네요.”

할머니는 그래 주면 고맙겠다며 언니의 도움을 받아

스캔하셨고, 할인된 가격으로 결제에 성공하셨다.

모든 어르신이 다 스마트하지 못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할아버지는 스마트워치를 교통카드로 쓰시고,

어떤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카페 가자!

나, 기계 쓸 줄 알아.” 하는 대화가 들리며,

젊은 자녀보다 특가와 할인을 잘 활용하거나

신문물에 앞장서는 부모님도 있다.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4화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텅 빈 터미널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기차표를

구매하려는데, 기계는 어떻게 쓰라는 건지 모르겠고

안내 직원도 없어 물어볼 곳이 없으니

결국은 어쩌라는 거냐며 외치는 장면이.

살기가 점점 더 어렵고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울수록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툼 끝에 먼저 다가가 할아버지께 사과드렸던

박하경이나 선뜻 다가가 도움을 드려도 괜찮은지

여쭙고 문제 해결에 다가가던 언니처럼.

정회원 가입은 생각과 달리 간단했다.

신분증도 도서관 방문도 필요 없었다.

사이트 안에 정회원 전환 시스템이 있었고,

거기에서 정보 인증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서님은, 헤매는 나를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셨다가

정회원 가입이 완료되자 모바일 회원증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말하셨다.


“여기 모바일 회원증으로 대출, 반납하시면 되는데,

지금 캡쳐해 두시고 그걸로 이용하시면 편하세요.”


올해 내 목표 중에는

부모님께 QR 코드 결제 방법을 알려드리는 게 있다.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즐겨 쓰실 수 있도록 말이다.

당장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운 사람들,

부모님과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먼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알려 드려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누구보다 알고 싶은 사람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닐 것이기에.


by 개복사

이전 12화11 조각. 그냥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