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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각
사람은 가진 게 없을 때 작아진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을 때의 모습이야말로
그 사람의 모습.
항상 잊지 않으려 한다.
아무것도 없을 때의 나를.
가장 볼품없다 느껴지고 내보이기 싫고 그런
어떤 것으로도 가리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세상이 좋아지는 속도는
내가 나아지는 속도에 비교할 수 없게 빠르다.
그래도 새로운 것 하나하나 배워가며
앞구르든 뒷구르든 옆구르든
어딘가로 나아가는 건,
빈 껍데기가 없는 나를 알고
어떤 게 무용한 일인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내가 있어서.
내가 나를 믿고 있어서.
넘어진 다음을 준비할 걸 알아서,
선택한 길을 책임지고 완주할 걸 알아서,
잘못된 걸 인정하고 고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서.
오늘의 나는, 생각하기에 부끄럽고
왜 그렇게 말하고 말았는지 후회되고
또 하루치 나이를 먹는 게 무서워도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선택을 반복하며 산다.
살아 보면 살아진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