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조각. 그냥 하면 돼

by 개복사

/

11 조각



열차를 타려고 서 있으면 안내 문구가 보인다.

이곳은 혼잡구간. 옆 칸 이동.

발 빠짐 주의!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습니다.

어쩐지 그게 꼭,

지금은 과부하 구간. 휴식 요망.

정신 놓침 주의!

열정과 체력 사이가 넓습니다.

라고 읽힌다.

체력을 키워보겠다고

울 힘을 끌어모아 땀으로 흘려보지만.

이게 맞는지, 이대로 지내도 되는지

내 인생인데 답을 모르겠다.

그래도 우는 것보단

땀 흘리는 게 낫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같은 에너지라도 전자는 무너지는 것,

후자는 일어서는 것으로 생각해서.

엉엉 우는 것도 힘이 될 때가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끝없이 가라앉는 것과 같고,

그게 가끔은 벅차다.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다.

감정은 언제나 롤러코스터처럼

극과 극을 달리다 때로는 아무 데서나 고장 나

멈추기 일쑤니, 재수 없어도

잘 달래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어쩐지 입꼬리는 아래로 내려가고

눈가는 매운 요즘.

꽃가루가 날려서 그렇다고

세뇌해 본다.

그냥 하면 돼.

고꾸라지면 고꾸라지는 거고

미끄러지면 미끄러지는 거지.

돌부리에 걸리면 중심을 잡거나 넘어지는 거고.

눈물이 차면 울거나 참는 거고.

힘이 벅차면 힘을 내거나 쉬어가는 거고.

뭐든 하기만 하면, 뭐든 된다고.


by 개복사

이전 11화10 조각. 선택의 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