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늦더위에 치여 더디 오더니
언바람 분다고 벌써 가려하니.
나뭇잎은 단풍 질 새도 없이 떨어지고
국화꽃 봉오리는 맘껏 피어나지도 못했다.
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지난봄 태어난 들고양이 어린 새끼
이제 좀 살 만하게 자랐더니
난생 첨 보는 찬기운, 찬바람에
털 복슬할 새도 없이 오들오들 떨고 있다.
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서리 내린 갈빛 대지가
꽁꽁 얼기 전에
푸른 창공 아래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나마 실컷 즐기고 싶다.
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바람이
지친 영혼 따라 스러지기 전
석류알 같은 열매라도 맺고 싶다.
내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