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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Nov 15. 2023

떠나는 가을에게

  

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늦더위에 치여 더디 오더니

언바람 분다고 벌써 가려하니.

나뭇잎은 단풍 질 새도 없이 떨어지고

국화꽃 봉오리는 맘껏 피어나지도 못했다.     


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지난봄 태어난 들고양이 어린 새끼

이제 좀 살 만하게 자랐더니

난생 첨 보는 찬기운, 찬바람에

털 복슬할 새도 없이 오들오들 떨고 있다.


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서리 내린 갈빛 대지가

꽁꽁 얼기 전에

푸른 창공 아래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나마 실컷 즐기고 싶다.    



가을아

조금 더 있다 가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바람

지친 영혼 따라 스러지기 전

석류알 같은 열매라도 고 싶다.

내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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