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씩 여름이 자리를 비켜주고 있음을 느낀다. 이 시점에서 무더웠던 올해 7, 8월에 들었던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앨범을 10개 골라봤다. 선정 기준은 청각적인 매력, '앨범'으로서 듣는 재미, 기획력 등이다. 7, 8월 중에 비로소 들어본 과거의 앨범들도 꽤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앨범들만 다뤘다. 순서는 아무 의미 없다!
Rock(Asian Indie), 2024.07.10 발매, 8곡, 39분
Fav Track : Young Man, 2F
아시아 인디 씬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두 밴드의 합작 앨범. 2024년에 들어 유독 합작 앨범이 많아지고 있지만 밴드 간 협업은 신선하다. 한 앨범에서 베이스가 두 명이거나 드럼이 두 명인 앨범을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을까?
이 앨범에서 기대했던 점은 '이 많은 세션을 어떻게 담백하게 채워나갔을까'였다. 그리고 그 기대를 아주 멋지게 충족시켰다. 두 밴드 모두 특유의 음색은 가지되, 여러 종류의 음악을 다루는 밴드라서 잘 섞일 수 있었다. 그래도 둘을 비교해 보면, Sunset Rollercoaster는 상대적으로 재지하며 관악기와 전자악기를 많이 사용하며 낭만적인 음악을 만들고, 혁오는 컨트리나 슈게이징의 문법에도 능통하며 레이어가 있어도 너무 무거워지지 않는 음악을 만든다. 그런데 이 특징들이 모두 들리는 음악을 하나도 부담 없이 잘 만들어냈다. 앨범으로써의 유기성에서 큰 장점이 있는 앨범은 아니었지만, '혁오와 Sunset Rollercoaster의 협업'이라는 도전이 곧 앨범의 주제가 된 듯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었다.
강렬한 개성이나 누구에게나 흡입력 있는 스펙터클까지는 아니어도 이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것으로서 올해 인상적인 기억 중 한 장면을 차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음악취향Y-
Hip Hop, 2024.06.28 발매, 12곡, 35분
Fav Track : INDO, Get It
범상치 않은 힙합 앨범이다. 2023년에 이센스의 앨범 '저금통'을 프로듀싱 한 드러머이자 프로듀서인 'Hukky Shibaseki'가 악마의 재능 'B-Free'과 합작해서 만든 앨범이다. '골 때린다'라는 수식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가사들과 쫀득한 구조로 인해 자연스럽게 쫀득쫀득해진 비프리의 랩이 매력적이다. '그래 이 맛에 힙합 듣지!' 싶은 라임과 그루브를 스포츠처럼 듣는 맛이 잘 살아있다. 거기에 허키님의 짧게 커팅해서 만든 샘플들과 클린하고 담백해 손맛이 느껴지는 일렉기타를 사용한 프로듀싱이 좋은 조합을 이뤘다. 난 이 앨범을 "쉽게 만들어냈을 것 같은데 따라 할 수 없는 멍청 컨셔스 힙합 앨범"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앨범에서는 비프리님이 참 즐겁게 작업했음이 느껴지는 유쾌함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허키님이 래퍼의 본능적인 매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참 출중하신 것 같다. 마지막 트랙 <Get It>의 도입부에서 나오는 '너가 너일 때 가장 너다워'라는 가사가 이 앨범의 태도와 너무 잘 맞는다. 힙합 팬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 정도는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골 때리는데, 웃겨서 계속 만나보고 싶은 친구 같을 것이다.
이 앨범의 비프리는 복합적이다. 까칠하고 공격적이면서도 나약하고 생활에 치이는 일상적인 모습이 뒤섞여있다.
음악적으로 [Korean Dream]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날 것 같은 랩과 공격적인 태도는 [Free The Beast] 이후부터 최근까지 보여준 비프리의 연장선에 있다.
허키는 비프리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판을 깔았고, 그 위로 비프리는 여태까지의 커리어를 잘 응축시켜 놓았다.
-리드머-
R&B, 2024.07.18 발매, 9곡, 26분
Fav Track : 보통의 이별, 텅 빈 밤, 신호등
이 앨범은 미니멀하면서도 다채롭다. 숨길 수 없는 수민의 맵시와 슬롬의 수학적인 클래식함이 알맞게 조화롭다. 수민이 우리 시대의 '나미'와 같은 포지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던 슬롬의 바람은 완벽히 잘 이뤄졌다.
이 앨범은 사운드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가사와 스토리텔링에서도 멋진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수민의 보컬은 그 화자를 따라갈 의사가 없었던 이들에게도 '이별 후 내 맘은 왜 이럴까'와 관련한 여러 질문들에 몰입하게 해 준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다면 꼭 가사와 같이 따라가 보시길 추천한다.
일시적일 것 같았던 이 팀이 사실은 꽤 명확하게 각자의 장점을 살리며 또 한 번의 작업을 선보인 것이 많이 반갑고, 또 그만큼 단단하게 완성된 좋은 앨범입니다
-음악취향Y-
Rock(Blues), 2024.08.02 발매, 13곡, 43분
Fav Track : Tonight (Was A Long Time Ago), Number One With A Bullet
일렉기타의 장인이자, 과거의 정수를 현재에 데려오는 것에 달인이 된 Jack White의 정규 앨범이다. (2024년 펜타포트에 헤드라이너로 오신 그분이다) 제목이 없는 앨범인데, 이 앨범의 주제는 제목이 아니라 앨범 커버에 있다. 깊은 푸른색의 거친 Rock, 이것이 이 앨범의 주제이다.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 같은 하드락의 사운드에, 50년대 로큰롤의 출발점이었던 블루스 한 터치가 같이 느껴지는 곡들로만 꽉꽉 채운 앨범이다. 엄청 알찬 락 플레이리스트를 들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노장이 된 잭 화이트가 갑자기 커튼 뒤에서 42분 동안 앰프를 터뜨리는 블루스 펑크를 연주하며 등장합니다. 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앨범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죠.
-Pitchfork-
Alternative, 2024.08.09 발매, 14곡, 41분
Fav Track : Coming Home, Beaches
Gen Z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디아티스트 비바두비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1980년대부터 활동해 총괄 프로듀싱의 장인이라 불리고 있는 릭 루빈의 프로듀싱과 함께 해 더 이슈가 된 앨범이다. 이 분의 특징은 귀를 사로잡는 독특한 음색과 발음, 00~10년대의 인디 포크와 90년대의 경쾌한 락과 00년대의 팝 펑크의 영향력이 모두 느껴지는 독특한 질감의 사운드를 구사한 다는 점이다. 그리고 'coffee'라는 Bedroom Pop 시대의 메가 히트곡도 보유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는 본인이 듣고 자랐던 시대의 음악들을 깔끔하게 잘 섞어낸 것을 보여줬다. 노래를 듣다 보면 크게 Smashing Pumpkins, Weezer, The Cure 등의 아티스트의 색감이 느껴지는 곡과, Elliot Smith이나 Sufjan Stevens와 같은 Alternative Folk의 색감이 느껴지는 곡으로 나눠져 있다. 전자에서는 대체로 쟁글쟁글하거나, 하드코어 하게 들리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노이즈가 가해진 기타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며, 후자에서는 담담하지만 뭉툭하지 않게 표현하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 둘이 비바두비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운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인디 싱어송라이터의 세 번째 앨범은 프로듀서 릭 루빈의 도움을 받아 성인이 된 후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그녀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Rolling Stone-
Pop, 2024.08.16 발매, 11곡, 43분
Fav Track : Lost In Space, Feed Me, The Holy Shangri-La
신스와 베이스로 만들어내는 특유의 그루브와 세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 보컬의 멜로디가 심하게 중독적이다. 필자는 이 앨범을 처음 들을 때, 스도쿠를 풀고 있었는데, 스도쿠고 뭐고 그냥 '왜 이렇게 노래 좋아, 미친 거 아냐?'라고 바로 반응이 왔었다. 그만큼 취향이 맞는다면, 한 번에 훅 들어오는 곡들로 구성되어 이 앨범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Foster The People이 Indie-Pop 씬에서 만들어낸 신드롬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멋진 앨범이다.
또 그루비한 트랙과 예상외의 멋진 합을 보여주는 가사를 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혼란이 많아진 세상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조합이 적절해서 더 오래 기억될 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디 세대를 위한 스페이스 오페라
-FAR OUT-
생각에 잠기게 하는 즐거운 귀환
-CLASH -
Hip Hop, 2024.07.19 발매, 15곡, 34분
Fav Track : HOT ONE, BLACK FLAG FREESTYLE, HOODLUMZ
남부 힙합 굿판 앨범이다. 특히 Memphis에서 시작된 특유의 호러함이나 Atlanta에서 시작된 바이브가 같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즐거웠다. 필자가 힙합을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이 앨범이 붐뱁, 트랩, G-Funk는 아니라는 건 알겠고, 뭔가 남부 냄새가 많이 난다. 다양한 참여진이 참여하고 있어서, 여러 캐릭터와 플로우들을 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덴젤에게 영감을 준 사운드들에 대한 강렬한 오마주
-The Needle Drop-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중독성 넘치는 이야기
-Beats Per Minute-
Hip Hop (Experimental), 2024.08.01 발매, 14곡, 41분
Fav Track : SIN MIEDO, New Black History, JPEGULTRA!
JPEGMAFIA는 '이런 음악을 만든다고?' 싶은 음악을 하는 힙합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이다. 이 분의 특징은 앨범<Yeezus>나 초창기 Tyler의 음악처럼 정제되지 않은 노이즈에 잘 사용하지 않던 조합의 프로덕션을 뻔하지 않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힙합을 좋아한 지 꽤 됐다면 한번 정도는 꼭 들어보길 추천하는 아티스트다. 앨범의 사운드는 앨범 재킷의 느낌과 유사하게 조명을 독특하게 비춘 흑백 이미지 같다. 이 글에서 추천한 앨범들 중에서 제일 진입 장벽이 높은 앨범인 만큼, 시도를 해본다면 Fav Track 중의 한 곡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실제 드럼으로 친 것 같은 드럼 사운드 위에, 정말 두꺼운 전자음이 베이스와 탑라인으로 쌓인 조합이 정말 매력적이다.
트롤링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 열광적인 앨범에서 그는 노이즈, 랩, 펑크의 불친절한 조합으로
숨겨진 진실과 허구의 미묘한 균형에 대해 귀띔한다.
-Pitchfork-
그의 지금까지의 앨범 중 가장 음악적으로 풍성하고 감정적으로 역동적인 앨범입니다.
-The Needle Drop-
Ska(Reggae), 2024.08.06 발매, 10곡, 45분
Fav Track : My Cotton Candy, Oscar Dub Wilde
킹스턴 루디스카의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이다. 기존의 히트곡들을 모두 다시 녹음하거나 리믹스를 한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앨범을 다룬 기사나 평론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아마 이 글에서 소개된 앨범 중에 가장 인지도가 낮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 라인업에 전혀 밀리지 않은 음악을 가지고 있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Ska(스카)라는 자메이카 특유의 음악 스타일을 우리나라에서 최초이자 최고로 잘하는 밴드이다. Ska라고 하면, 특유의 '딱 쿵 딱 쿵'하는 뒷박이 강조된 리듬감에 일반적인 밴드 세션에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이 추가되어 있는 구성을 주로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보통 노래의 공간이 많아 메시지의 순도를 높이려는 의도를 가진 레게와는 다르게, 빅밴드의 매력을 살리려는 의도가 더 강한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싶은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면서, 그 퀄리티도 좋아서 꼭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앨범이다. 9월에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너무 추워지기 전에 들어보길 추천한다. 선선할 때 더 듣기 좋은 음악이다.
Alternative, 2024.05.24 발매, 11곡, 34분
Fav Track : Domodachi, Groin, Come back to me
7,8월 중에 들은 트랙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을 단 하나만 고르라면 Come back to me, 가장 인상 깊었던 뮤직비디오를 고르라면 Come back to me였다. RM은 본인의 메인스트림의 역량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부단하게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앨범의 참여진은 피처링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의 인디씬에서 인정받고 있는 아티스트들로 구성했다.
이 앨범의 주요 멤버는 세 명이다. RM, JNKYRD, 그리고 San Yawn이다. 혁오의 세션 멤버이자 여러 악기와 프로그래밍에 능통한 JNKYRD(정크야드)와 한국에 얼터너티브 또는 서브컬처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집단 바밍타이거의 수장 Sam Yamn이 RM과 팀을 짜서 앨범을 총괄 프로듀싱했다. 이에 따라 Unsinkable이나 bj wnjn과 같은 바밍타이거의 프로듀서들도 앨범에 참여했으며, 거기에 김한주, 김아일, jclef와 같이 박쥐단지 멤버들도 참여했다. JNKYRD 덕분에 Sunset Rollercoaster의 Kuo Kuo와 오혁도 참여했다. 심지어 참여진을 더 살펴보면, Mokyo, Zior Park, 곽진언, Rad Museum 등이 참여했다. 이 앨범의 참여진만 보더라도 한국 얼터니티브, 인디 씬의 지형도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RM은 아마 이 세상에서 바밍타이거, 박쥐단지, Little Simz와 모두 작업할 수 있는 유일한 아티스트일 것이다. 그러한 본인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파악해, 세상에 본인만이 내놓을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들어냈고, 곡 하나하나 모두 물 새는 곳 없이 튼튼하며 본인과 잘 어울린다. 거기에 가장 유명해진 아티스트로써, 본인이 가지고 있을 혼란에 대한 설득력도 어마어마하다.
사심을 많이 담아서, 한국에서 '앨범'으로써는 이만한 기획의 앨범을 또 만나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여기에 있는 앨범 중 단 하나만 들을 시간이 있으시다면, 이 앨범을 듣길 강력하게 권한다.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뮤지션들이 모여 만들어낸 RM의 소속감과 방향성에 대한 탐구가 담긴 금빛 앨범
-NME-
파란노을 - Sky Hundred
Kid Milli & Rad Museum - RAD MILLI
정인 & 마일드 비츠 - 정인 & 마일드 비츠
Poter Robinson - SMILE!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