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쫑알쫑알 대는 사람 Jul 07. 2023

운전 하는 풍경

“휴"


조용히 혼자 내뱉어 보는 안도의 한숨이다. 초보 운전자답게 '절절' 매며 핸들을 잡고 도로의 온갖 무서운 장애물 들을 피해 주차장 선에 딱 맞춰 차를 반듯하게 세워 두고 나서야 나오는 마무리 대사 랄까. 조용히 긴장한 어깨나 손목을 스스로 풀며 집으로 향하는 길이면, 집 앞 놀이터에서 익숙한 풍경 하나와 마주하곤 한다.


“아빠, 진짜~ 놓으면 안 돼!”


간신히 땅에 닿을 랑 말랑한 발로 페달을 열심히 구르며 놀이터를 분주히 달리는 어린아이와 구부정한 자세로 자전거 뒤를 꽉 붙잡고 '뒤뚱뒤뚱' 함께 달리는 아빠의 긴박한 순간. 이런 풍경을 마주할 때면, 으레 꼬꼬마 시절 자전거 운전을 처음 배우던 어느 날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처럼 해질 무렵 발에 채일 것 이라고는 고운 모래 밖에 없던 넓은 학교 운동장. 뒤에 '딱' 붙어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는 자전거를 꽉 잡아 주던 아빠의 든든한 '백'을 믿고, 힘차게 페달을 신나게 구르는 어린 내가 있다. 누가 알려준 적도 말한 적도 없건만, 아빠가 손을 놓는 순간 자전거와 함께 땅으로 넘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과 문득 아빠가 자전거를 붙든 손을 놓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교차하는 탓에 쉴 새 없이 '아빠'를 외치는 나다. 그러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잠시 정찰을 멈추고 앞만 보며 "쌔엥~" 페달을 구르는 찰나, '아빠'를 불러보지만 왜 인지 답이 없는 그 순간.


습관처럼 발은 연신 구르면서도 다급하게 아빠를 찾는 내게 '괜찮다' 손사래 치며 뒤에서 거리를 둔 듯하면서도 '성큼성큼' 한 걸음으로 따라오는 아빠가 있다. 새까만 머리에 애 띈 얼굴. 앞만 잘 보고 핸들만 꼭 쥐면 '앞으로 갈 수 있다' 외치며 아빠가 뒤를 봐주던 나의 첫 운전.


뚜벅이에서 차가 생긴 지 어언 6-7년이 되어가지만 이제야 혼자 도로에 나서기 시작한 요즘의 내게 종종 떠오르는 기억이다. 어린 시절 처음 아빠가 자전거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던 그 순간처럼 혼자 핸들을 쥐고 도로로 나서는 길은 늘 나를 그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뒤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아빠도 없건만 백미러로 뒤를 반복적으로 돌아보며 그렇게 홀로서기에 나선다. 어른이 되어간다. 가끔 갑작스레 끼어드는 차를 만나면 다급하게 외치며.

"아빠!"



작가의 이전글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