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는 말은 대놓고 하기엔 좀 꺼려지는 말이다.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인생, 외로운 것이 당연한 것인데 뭘 자꾸 외롭다고 되뇌는 것일까. 우리가 우연히 만나 같은 길을 함께 걷게 되었다고 해도 매 순간 마음이 통할 수도 없고 혼자라고 느낄 때가 더 많다. 운명을 느끼고 서로 마주 본다고 해도 잠시 꿈을 꾼 것처럼 허무하다.
남편과 결혼한 것은 너무 외로워서였다. 서른몇 해 동안 한 도시를 떠나서 산 적이 없는데,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선 곳에서 자취를 하며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이 참 외로웠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본가에 갔지만, 잔소리 많은 부모님 집에 가는 것이 싫어서 점점 띄엄띄엄 가게 되었다. 고향에 간다고 해도 만날 친구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늘 약속을 잡을 수 있지도 않았고, 마음속으로 사람들과의 사이에 늘 벽을 느끼고 있었다. 외로워서 만나고 수다를 떨기는 했지만, 정말 좋아하고 마음이 통하는 것 같은 친구가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가는 길이 달라 멀어져 버렸고 다시는 솔메이트를 만나지 못했다.
임용시험에 합격했다고 내 삶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사는 곳이 달라지고 생활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팔딱팔딱 뛰는 생선처럼 생기 있고 흥미롭게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 마음은 점점 고목처럼 말라갔다. 어느 무료한 주말, 나에게 호감을 보였던 남편에게 드라이브 좀 시켜달라고 연락을 했고 그 이후 우리는 매일 만났다. 말이 많지 않은 나와는 달리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나를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결혼하면 내 말을 잘 들어줄 것 같았고 같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결혼은 연애와 달라서 나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혼 전에도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자였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그토록 원했던 결혼에 성공했다고 해도 남자는 변하지 않았다.
곧 아이가 생겼다. 아이가 그렇게 쉽게 생기는 줄 몰랐는데, 우리 집안 여자들 내력인 듯 금방 아이가 들어섰다. 귀여운 딸을 키우면서 나는 조금 덜 외로워졌을까? 아이와 함께 있다고 해서 자주 충족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너무 바빠서 외로움을 잊고 살 때도 있었다. 타향살이에 마음은 외로웠는데 남편은 그렇게 나를 챙겨주지는 않았다. 친구와는 점점 더 연락하지 않게 되었고, 나의 인간관계는 남편의 친구와 남편의 직장동료와 시댁 식구로 좁아졌다. 결혼하고도 결혼 전과 거의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과 비교해서 내 삶이 너무 초라해서 슬펐고 어느 순간 분노와 외로움에 숨이 막히기도 했다.
아이가 외동이면 나중에 부모가 죽고 나면 아이가 너무 외로울 거라는 말 때문이었는지 둘째를 가졌다. 그래서 덜 외로워졌을까? 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더러 외로움을 잊고 살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마음속으로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 소리 내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작은 존재가 있어 조금 덜 외로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으며 점점 엄마와는 멀어져 갔다. 내가 그러했듯이.
사람들은 흔히 가족이, 애인이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때로는 같이 있어도 더 외롭다는 말을 한다. 완전한 사랑일지라도 그 속에 외로움 한 조각 없을까. 함께 살아도 동상이몽을 꾸는 우리, 한때는 사랑으로 빛났던 뜨거운 눈빛이 시간의 늪을 건너 무관심으로 변하고, 때로는 등을 돌린 미움으로 변하기도 한다. 변치 않는 마음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예전의 순수했던 사랑을 추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며 잠시 외로움을 잊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마음속에서 밀어내면서도 사슴처럼 외로웠다. 어쩌면 외로움을 잘 타는 기질을 타고났나 보다. 그렇게 오래 외로움과 동거하다 보니 갈수록 나의 외로움이 둘도 없이 다정한 벗이 되어간다. 매 순간, 죽는 날까지 함께 할 친구는 바로 나의 깊은 외로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외로움은 그렇게 쓰디쓰지도 서글프지도 않았다. 단단한 나무처럼 생의 한가운데 서서 중심을 잡고 가지를 드리워 나의 길을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