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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Jun 24. 2024

앨리스 매티슨의 '연과 실'을 읽고


 단편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을 때 만난 앨리스 매티슨의 ‘연과 실’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에서 언급된 소설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미 소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소설들이 무척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읽어보고 싶었다. 작가는 먼저 시를 쓰기 시작해서 소설가로 전향했으며, 강단에서 글쓰기에 대해 가르쳤다. 세 명의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베이비 시터를 고용하는 등 다소 이기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글을 쓰기 위한 제반 환경이 잘 갖춰지기를 기다리다 보면 글의 씨앗은 말라버리고 우리의 심신은 지쳐버릴 수도 있다.     

 작가는 다른 글쓰기 작법서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 단편소설을 쓸 때는 책이 필요 없다. 그냥 쓰자!” 규칙을 따르고 시키는 대로 한다고 글을 잘 쓰게 되지는 않는다. 일단 한두 편이라도 쓰고 나면 소설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임을 알게 된다. 머릿속에서 뛰어놀던 인물과 인물들의 관계, 대충의 이야기 흐름이 그려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책상에 앉지만, 몇 줄도 쓰지 못한 채 막혀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작가는 강렬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우리가 쓴 글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강렬한 감정과 상식이라는 인식의 두 가지 모순적인 상태를 놓지 않음으로써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었다. 방종과 통제,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과 조금씩 풀어주다가 필요할 때는 잡아당기는 실이 필요했다. 실은 연이 날아가게 놔두지만 놓쳐 버리지 않게 잡아준다. 돌발적인 생각을 떠올리다가 논리적으로 다듬는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 내가 소설을 쓰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내면의 비평가를 쫓아내고 느긋하게 풀어져서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떠오르도록 한다. 너무 빨리 판단을 내리면 자기 검열 때문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거나 생기 없는 글만 쓰게 된다. 반대로 생각 없이 너무 자유롭게 글을 쓰면 짜임새가 없거나 요점과 방향이 없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상식 없이 강렬한 감정만으로 글을 쓰면 자기 느낌을 흡족하게 표현하는 아마추어 작가에 머물 뿐이다. 한 편의 글이 감정이라는 거센 바람에 실려 하늘로 날아가는 연이라면 그 연을 붙잡을 실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유가 필요하지만 통제 또한 필요하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로운 작용이 소설 쓰기에도 필요한 것이다.

 장편소설을 쓸 때 개요를 쓰지 않고 시작할 수도 있다. 개요는 지나치게 논리적이다. 자유 연상처럼 생각이 쉽게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느슨한 기법을 이용한다. 직관과 감정을 이성과 함께 이용해서 소설의 중요한 요소들을 구성한다.     

 소설을 구상할 때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써도 될지 망설여지기도 한다. 본인의 삶을 바탕으로 조금 바꾸거나 전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소설을 써도 아무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실제 인물과 사건의 틀에 지나치게 얽매일 수도 있다. 실제 삶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면 이름만 바꾸지 말고 몇 가지 사소한 부분을 덧붙여서 허구의 인물을 만드는 것이 좋다. 자전적 이야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 내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좋다. 시작하기 전부터 주제를 너무 잘 알면 독자에게도 뻔한 이야기가 되기 쉽다.

 초보 작가들이 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중요한 사건 없이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의 묘사만으로 소설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 인물의 감정과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만 설명하지 말고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독자에게 긴장감을 주고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가 필요하다. 내면 묘사만으로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기는 무리다.

 소설을 쓰는 도중에 세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쭉 적어 보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무작위적인 것으로 정신을 자극하는 방법도 있다. 게임을 하듯이 다음 장면에는 ‘m’으로 시작하는 물건이 등장한다고 정하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신문 기사, 사전에서 우연히 본 단어, 엿들은 구절도 좋다. 그래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익명성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써 보자. 그림이나 조각을 보거나 하루키처럼 음악을 들어도 생각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트 등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다.     

 하늘에 연을 띄우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그리고 실을 당겨 자신의 글을 점검하고 다시 연을 띄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167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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