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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Nov 03. 2024

맛있는 음식은 인생을 즐겁게 한다

樂 6. 식도락





가장 즉각적으로 행복의 온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면 형이하학적이고 동물적인 포만감에 기분이 좌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등 따시고 배부른 것이 인간의 기본 욕구가 아니던가. 이왕이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미식을 사랑하는 내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난 맛없는 것 먹고 배부를 때가 제일 싫어."

그리하여 소중한 한 끼를 적당히 먹지 않기 위해 주변 맛집을 검색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녀였다.



어렸을 때는 편식이 심했고 빼빼 말랐다고 한다. 사춘기와 청년 시절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떡볶이를 비롯한 분식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서 처음 먹었던 쫄면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휴일에 학교 앞 분식점 음식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매콤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부추전이 먹고 싶어 일부러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니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야 되겠다. 그렇게 먹고 싶은 게 많으니."

 당시 어른들은 차려주는 대로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으나, 맨날 비슷한 반찬에 밥을 먹는 것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 내가 아이들에게 똑같이 얘기하고 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주는 대로 먹어라. 너는 왜 그렇게 입이 짧니?"




밀가루 음식도 좋아했지만 어릴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소고기가 둘도 없는 나의 사랑이었다. 옛날에 먹던 소 불고기는 양이 적어서 그랬는지, 목축 환경이 좋아서 그랬는지 정말 꿀맛이었다. 지금은 소고기보다 닭고기, 특히 치느님을 사랑한다. 고지혈증이 아니라면 더 자주 즐겼을 터인데 애통하다. 오늘도 기분이 가라앉는 휴일이라 치맥이 몹시 당겼으나, 다이어트 1일 차라 꾹 참았다. 




빵과 떡, 라면에게 몇십 년째 변치 않는 나의 굳건한 애정을 보낸다. 어제 친구들과 곗돈으로 우아하게 코스 요리를 먹고 기분이 몹시 좋았다. 하지만, 늘어난 뱃살에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리라 굳게 다짐했건만, 아이들 먹으라고 사놓은 데니쉬 밤식빵과 옥수수 콕콕 박힌 노란 옥수수식빵이 식탁 옆에서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 그나마 조금밖에 남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나이가 들어 소화력이 떨어지고 처진 뱃살과 건강 적신호에 빵에 대한 취향도 변화했다. 치아바타, 캄파뉴 같은 빵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한창 때는 며칠간 밀가루 음식만 먹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하루만 밥을 안 먹어도 다음날 꼭 밥을 찾게 되었다. 여행지에서도 한식집을 찾아 환호성을 울리는 중년 아줌마가 되었다.


한때는 요리나 홈베이킹에 열을 올리기도 했지만, 늙으니 밥 하는 것도 점점 귀찮다. 마음이 내킬 때면 반찬 몇 가지를 할 때도 있지만, 한 그릇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은 외식을 잘하지 않으니 종종 배달 음식을 시키는데, 맛은 그냥 그렇고 비싸고 양이 적을 때가 많아서 슬프다. 옛날에는 맛있는 것이 많았는데 요즘은 정말 맛있다고 감탄할 수 있는 음식이 드물다.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혼자 맛집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헤매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맛있고 예쁜 음식을 먹고 싶다. 행복감은 높아지는 반면에. 고독한 미식가처럼 살도 안 찌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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