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 제출할 답변진술서는 철저히 박선생과 관계없이 진행됐다. 생활지도부장은 그동안 조사한 내용으로 충분하다고 했고, 교감은 박선생이 상처받을 내용이 많으니 학교에게 맡기라고 했다.
박선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저경력교사에 대한 불신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은 박선생의 어설프면서도 분노에 찬 눈빛때문이었는지 그 원인은 모른다.
방학 내내 박선생은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자신만 떳떳하면 된다고,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지 3월부터 끊임없이 복기했고, A엄마의 전화를 받았을 때 이렇게 대응할 걸, 폭력대책자치위원회 사안이 커지지 않게 노력할 걸 자책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어떻게 노력했어야 하는지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 않고 A와 B 부모, 교장이 했던 말들이 뒤섞여 거대한 검은 그림자처럼 온몸을 휘감고 짓눌렀다.
2학기에 학교에 나갈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는 것이 무모하게 생각됐다.
한편으로는 피하는 것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당당히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는 동료교사의 확신에 찬 말에 기대고 싶기도 했다.
결국 개학 첫날 교탁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수 만 번 상상하다가 마침내 그날 교탁에 섰을 때 마치 어디선가 겪었던 데자뷔처럼 기묘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A와 B는 약간 긴장하는 눈빛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
교육청에 이관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가해자 피해자를 구분하지 못한 채 끝났고 각 측에서 그 이후에 학교에 연락 온 것은 없다고 했다.
" 오늘 우리 엄마 온대"
조회가 끝난 후 A가 C, D 무리에게 하는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A의 시선이 분명히 박 선생을 향했고 박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교실을 나섰다.
결과적으로 A의 엄마는 학교에 방문했다. 아니, 정확히 수. 업. 시. 간에 교실로 왔다.
5교시 영어시간
교실 문이 열리고 트위드 정장을 입은 긴 머리 여성이 교탁으로 걸어온 것을 보았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얼어붙어 있는 박선생의 어깨를 옆으로 미는 힘을 느끼고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SNS에 떠도는 학생들의 글들)
# 오늘 개꿀잼 담임 시간에 A엄마가 쳐들어 옴. 담임은 옆으로 넘어지고 못 일어남. 그 아줌마가 교탁을 점령하고 "A를 왕따 한 학생 누구냐" 하고 B를 쳐다 봄. B는 쳐울고 담임이 일어나서 교탁에서 A엄마와 실랑이함.
A엄마는 담임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우리들 보고 담임이 잘못한 거 있으면 아줌마 번호로 신고하라고 함.
담임이 나가라고 A엄마를 문쪽으로 밀면서 두 사람이 밀고 밀리고 앞문에 둘이 부딪혀서 넘어짐. 담임이 나가서 옆반에서 수업하던 샘이랑 같이 옴. A엄마는 그동안 다시 교탁에 와서 B와 담임을 고소하고 벌을 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하나도 안 무서움. 코미디가 따로 없음. 교장, 교삼도 오고 A엄마 데리고 감. A와 B도 데리고 감.
# 선생님 불쌍하다. A엄마 또라이
# A랑 B 학폭 안 끝난 모양. 근데 담임은 뭔 죄?
# 담임이 A한테 팽 당했네 그렇게 편들더니
# 한낮의 결투 # 핵인싸 A엄마 # 담임 스타일 개 구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