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웃지 말아라

by 초코은

2023 교무수첩의 표면이 맨질맨질하다. 가죽을 흉내낸 파란색 인조가죽에서 나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앞으로 1년 동안 일어날 일들이 풍기는 냄새를 가두어 더 강한 냄새로 봉합하는 역할은 3월 한 달로 끝난다.


또다시 3월이 돌아왔다. 낯선 공간, 낯선 인물들과 억지로 서로를 알아가야만 하는 계절. 무리에 끼기 위해서 여기저기 기웃해야 하는 시간들. 아직 학교라는 공간이 품어 내는 한기가 3월 2일의 긴장과 어색함과 합쳐져 자꾸 옷을 여미게 된다.


신규연수 때 하루에 한 번씩 들었던 말 3월에는 학생들에게 웃지 말아라. 웃는 순간 학생들이 우습게 보고 교사의 말을 귓등으로 안 들을 것이고 교사들 말로 일 년 농사는 망하니 절대 웃지 말아야 한다.


교사 5년차

이제 3월에 웃어도 웃지 않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박선생은 일단 귀. 엽. 게 생겼다. 일명 강아지상이라고 할까. 아담한 얼굴에 동그란 눈이 인형눈처럼 박혀 있고 학생들 째려본다고 눈을 부릅 뜨면 마치 "난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초등학생의 어린 눈빛으로 보인다는 것을 거울을 보고 째려 보는 연습을 하다가 알았다.


교탁에 선다.

50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바라본다.

좀 전에 소란스러움을 일순 덮어 보리는 거대한 침묵.


"만나서 반가워요"


또 목소리가 무척 나긋나긋하다. 심야 방송의 라디오 DJ스타일이라고 할까. 교사를 하면서 성량은 커졌지만 그 특유의 어쩌면 가식적으로 보이는 듯한 나긋나긋한 '쪼는 아무리 고쳐 보려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자 일 년 동안 우리 한 반이라는 배를 탔으니 각자 일어나서 자기소개해 볼까. 1번부터 해 보자"


"선생님! 선생님부터 하셔야죠"


슬그머니 퍼지는 웃음


도전은 시작됐다. 소위 애들이 간을 본다는 순간. 아니 1번 강 00 학생은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않은 중학 1년생의 순수함으로 질문했을 것이다.


"그래 선생님부터 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선생님을 만난 첫날이니 선생님 말을 따라 볼까"


강 00의 올라가는 눈꼬리. 지켜보는 48개의 눈


어찌어찌 끝번호까지 소개를 마치는 동안 세 번의 "어쩔 티브이"와 동물 소리를 흉내 내는 듯한 소리가 나올 때 박선생은 교무수첩의 모퉁이 부분을 세게 비틀었고, 벌써 이번 3월도 힘겹게 흘러갈 것임을 확신한다.


'고양이상이었다면 어쩔이 한 번만 나왔을까'

'아니 MZ세대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 같은 한 수 위의 표정을 짓지 못한 내 잘못일까'



3월 2일 45분에 달하는 담임과의 첫 만남시간

어제도 그렇게 많은 대사와 표정을 상상하고 연습하고 준비했지만

오디션에서 무대를 휘어잡기는커녕 관객들의 눈치를 보다 허둥지둥 뒷걸음치는 연기자처럼

어색해져


"그래 얘들아 우리 일 년 동안 잘 지내보자"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 어. 버. 렸. 다.


(그래 무섭지 못할 바에야 친절한 선생님도 괜찮을 거야 . 진심은 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