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벚꽃 필 때 울지 마라

by 초코은

학교의 4월은 아직 춥다.

복도의 시멘트 벽에서 한기가 흘러나오고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의 쩌그덕쩌그덕 소리는 3월 한 달 붙잡아 왔던 긴장의 틈새를 파고든다.

후끈한 건 교실뿐.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그 온도차가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도 존재한다.


# 1학년 2반 영어시간


"앉으세요"

( 앉아 있는 학생 25명 중 10명)


"앉으라고 했다"


(안 앉아 있는 학생 10명)


"앉는 것만이 수업준비는 아니죠. 교과서 꺼내고 지난번 했던 프린트 꺼내세요"


(앉아 있다 사물함에 가는 학생 15명)


수업준비가 끝나니 8분이 흘렀다. 열정적으로 가르쳐야 할 수업시간이 줄어든 것이 안타까울 리 없는 5년차지만 해가 갈수록 수업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교과서나 프린트 안 갖고 온 사람은 친구와 같이 보세요. 다음엔 꼭 갖고 오고"


(뒤에 세워 놓으면 아동 학대)


"자 지난번 했던 숙어 괄호 넣기 한번 발표하고 칠판에 나와서 써 볼까요?"


"지난번에 어디 했어요?"

" 프린트 몇 페이지예요?"


(겨우 정리하고 몇몇 학생들이 칠판에 나와 답을 적는다)


"오늘 7일인데 왜 17번 시키고 7번 안 시켰어요?"

" (소곤소곤) 야 쟤 글씨 좀 봐 개구리다"


"조용히 합시다"


(가위로 프린트 자르고 있는 학생 발견)


"너 가위로 뭐 하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혼내서 모욕감 느끼면 아동 학대)

(곁으로 다가가) "(아주 작은 목소리) 가위로 장난치지 말아야지."

"장난 안 쳤는데요"

"그래 위험하니까 집어넣자"

탁! 책상 위에 내던져진 가위


일순 소음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고요해진다.


학생의 입에서 소리는 나지 않고 순간적으로 '씨'자와 '팔'자의 입모양이 빠르게 스친다.


일단 가위를 안 만지니 박선생의 역할은 끝났다.


오늘 계획한 진도의 70프로밖에 못 나갔다.

무섭기로 소문난 이선생 수업시간에는 다들 앉아 있다던데.

이선생이 이 놈아 저 놈아 해도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던데.


오늘따라 박선생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피해 웅크린 눈이 된 강아지처럼 작아 보인다.

창밖을 바라본다.

교정 정문 옆 커다란 벚꽃나무 가지 끝에 초록색 연필마개를 씌워 놓은 것처럼 봉우리들이 몽글몽글 잡혀 있다.

예전 4월에 벚꽃은 꽃피우기를 꿈꾸며 기쁨이 부풀어 올라 계속 부풀어 올라 빵! 하고 터지는 폭죽이었다.

학생들과 서로에 대한 경계를 서서히 풀고, 익숙해지면서 웃고 , 라포를 만들고, 하나하나 약속을 만들어 나가며 같이 자라는 모습을 꿈꾸었다.


이제 벚꽃 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린 저 봉우리 안에는 웅크려 있는, 톡 터뜨리면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작은 내가 들어 있다.

어서 종이 치기를 기다린다.

교탁 바로 앞에 학생은 얼마나 잤는지 엎드렸다 일어나는 입 옆에 침자국이 말라 붙었다.

프린트를 내려다보니 구겨진 프린트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칸이 오늘따라 창백한 흰색으로 눈을 찌른다.

그 빈칸으로 침이 '톡' 눈물처럼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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