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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 Mar 21. 2023

[물 zip 2호] 20대 초반에 해야 하는 것

휴학생이 알려주는 20대 초반에 해야 할 일

'20대 초반에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유튜브에 잠깐 쳐봐도 수두룩하게 볼 수 있다. 그만큼 20대 초반은 앞으로 삶을 살면서도 늘 아쉬우면서 중요한 순간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지금 나는 20대 초반을 지나쳐가는 시기로 20대 초반에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목적 아래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뭐든 해도 무섭지 않고, 가진 게 많지 않아 잃을 것도 적으며, 시간이 많다. 시간, 돈, 체력이 인간이 가지는 중요한 자원이라면 20대 초반에는 돈은 부족할지라도 시간과 체력은 가장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시기이다. 20대 초반에는 시간과 체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면 이득이라는 것이다. 시간과 체력을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넣은 계획을 짜보면 좋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도 좋다. 예시로 내가 작년 10월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보여주겠다.



저 글에 들어있는 내 계획을 다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하던 서포터즈 마치고 인턴 하기

             쇼핑몰 창업하기           

             브런치 키우기           

             독립출판하기           

             독서모임 정기 참가           


그리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서포터즈 마친 후 인턴 생활을 하고 있고 브런치도 정기적으로는 아니지만 글을 올리고 있다. 5번을 하고자 트레바리에 가입했었지만 한 번 경험하고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으며 쇼핑몰 창업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어졌다. 4번 독립출판에 대해서는 늘 염두에 두고 글과 콘텐츠 아카이빙에 더욱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내 계획대로 딱 맞은 것은 1번뿐이다. 나머지는 생각이 바뀌었거나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계획은 일단 했으나 지켜진 것은 조금' 이게 바로 내가 의도했던 부분이다. 도대체 계획대로 된 게 없는데 왜 의도한 거냐고? 그야 내가 보는 계획의 중요성이 바로 이것이 기 때문이다. 지키기 위해, 무조건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지를 확인하고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그 계획을 모두 지키는 것은 사실상 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글을 쓰는 것 같은 습관화가 될 수 있는 일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꾸려나가는 것에 대해 말이다.


계획을 세우는 행위 자체를 통해 일의 우선순위를 인지하게 되고 당장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또한 우선순위를 자연스레 찾는 과정에서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만약 계획 세운 것을 하나하나 모두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과정을 즐기는 에네르게이아적 삶과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미리 세워둔 목표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길을 바라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워둔 계획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단 달려가는 와중에서도 자신의 길을 계속 체크해 주고, 만약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살짝 길을 수정할 수 있는 융통성과 용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는 20대 초반에 많이 길러둔다면 좋다.


하루의 계획을 세울 때도 사실 '할 수 있는 것'만 계획 속에 넣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 모든 것을 넣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아침 운동하기, 점심시간에 책 읽기, 원고 초안 제출하기, 사이드 프로젝트 월별 기획하기 등을 계획에 넣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캘린더에 적어두고 하루 동안 계속 확인하는 환경이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실 인턴을 하는 상황에서 퇴근 전후로 저 위에 있는 모든 일을 하루 안에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아침에 피곤에 찌든 상태에서 운동, 유일하게 쉬는 시간인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책을 읽고,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원고 초안을 제출하고, 더불어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항상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상기'에 있다. 내가 하루 속에서 계획한 모든 것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하루 종일 저 계획을 접하면서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 하루 안에 모든 것을 하지는 못해도 일주일 후에는 모든 것이 되어 있다. 내 머릿속에 저 생각들이 떠나지 않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내가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해야 하는 것을 머릿속에만 알고 있는 것보다 무조건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거나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 우리는 계획을 지키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삶이고 계획은 계획이다. 계획이 삶이 되면 안 된다. 계획을 지키기 위해 삶의 숨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출근길에 검정치마 노래를 듣고, 지하철에서 좋아하는 콘텐츠를 읽고, 퇴근 후 집에 와서 엄마와 수다를 떨고,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는 행위들이 나에게는 '숨'같은 행위다. 계획과는 다른, 내 삶의 공기다.


정리하자면 20대 초반은 삶의 숨을 세우는 용기, 계획을 세우고 포기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힘인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푸릇푸릇 한 공기 안에서 용기를 갖는 시기, 지금을 열심히 꼭꼭 씹어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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