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NE D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주 Dec 29. 2022

나눔

그 많던 구세군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땡그랑 땡그랑~~~


12월 세밑 거리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들 사이로 구세군의 종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익숙한 세밑 풍경이다. 구세군의 종소리와 빠알간 자선냄비.


엄마 손을 꼭 잡은 고사리 손엔 천 원짜리 한 장이 쥐어져 있다

쭈뼛거리는 고사리 손은 엄마 손을 놓지 않으려는 듯 냄비에서 먼발치다

구세군 아저씨는 고사리에게 눈높이를 맞춘 뒤 환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이끈다

"착한 꼬마 손님, 고맙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는 막연한 어린 기억의 편린이다


캐럴송이 울려 퍼지는 거리엔 구세군의 종소리와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마이크 소리가 한창이었다

TV에선 사랑의 온도계로 구세군 모금함의 수치를 보여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약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까닭일까? 괜스레 코로나에 그 핑계를 던져본다

개에게 먹이로 던져주는 뼈는 자선이 아니다.
당신이 개만큼이나 굶주렸을 때 개와 나누어 먹는 뼈가 자선이다 - 잭 런던


동정과 자선의 기준이 될 법한 말이다

즉, 진정한 자선은 얄팍한 양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조금의 나눔을 하라는 것이다

심슨의 솥과 함께 자선냄비는 사회적 약자의 배고픔을 따뜻이 채워 주었던 나눔 역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배부르고 돈이 있어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들어 죽어가던 소녀의 소원을 미루다 주검 앞에서 깨달았다는 톨스토이처럼 나눔과 사랑은 미루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부족하더라도 지금 나누라는 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미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예부터 콩한쪽도 나눠  먹었다. 심지어 미물인 까치에게도 밥을 나눠줄 만큼 나눔의 민족이다

즉, 부자만이 빈자에게 나눔을 주는것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들끼리도 마음의 자투리를 나눴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2022년 마지막 주. 동전 교환이 많은 시기다

한 해 자투리를 정리하고 수납하려는 의미일 것이다

손님들은 동전 교환을 하며 동전 몇 닢을 모금함통에 넣는다

그 덕에 동전 교환기와 예금 창구에 비치되어 있던 모금함이 동전들로 가득하다

자선을 독려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아닌 자발적 나눔인 것이다

그들은 돈이 많아서, 남아돌아서가 아닐 것이다

내가 가진 일부를 얼굴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그냥 나누는 것이다. 

여태껏 나눔에 인색했던 내 마음의 자투리도 정리하고 나눠야겠다


그 많던 구세군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구세군의 종소리가 더는 작아지지 않도록 마음의 자투리를 나눠봄은 어떨까 생각한다

가슴 한 켠에 빠알갛게 맺혀 있던 사랑의 열매가 그리운 오늘이다


올해 새로운  채움으로 인연이 된 브런치 작가님들께서 나누어 주신 글은 에겐 심슨의 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따스한 나눔에 역시 나눔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22년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도 건강한 글 나눔으로 뵙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교 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