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어쩌면 홍콩영화가 첫사랑이었던 수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국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하는 사람들,
'양조위'의 눈빛만 봐도 심신이 정화되는 사람들,
'주성치'만 생각하면 하루 종일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들,
'장만옥'을 떠올리며 괜히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런 헤어진 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경삼림>은 1995년 추석 즈음 첫 실연의 아픔을 겪은 뒤, 극장에서 넋을 잃고 내리 세 번을 연달아 본 적이 있다.(중략)
묘하게도 그 위로의 대사는, 각각 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금성무와 왕정문이 만나던 순간 “그녀와 나의 거리는 단 0. 01cm였고 6시간 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라는 금성무의 내레이션이었다. 정지된 화면에 그 짧은 대사 하나로 완전히 다른 시간과 정서의 에피소드로 ‘바통터치’ 하는 영화의 구조를 보면서, 힘들지만 전혀 다른 내 삶의 에피소드로 점프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통스러운 지금의 시간도 한참 지나고 보면, 기나긴 삶에서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