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베이징 2 공항

by 필톤

내가 베이징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그동안 해오던 모든 일들을 지난 일주일 동안 정리했다. 베이징 현대 1 공장에서 현대로템직원과 함께 4대의 컴퓨터를 백업받는 일을 3시 반에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평산(자동차 부품회사)에 가서 수금을 했고, 베이징은행에서 의료보험 보조금도 쉽게 찾았다.


주일 아침 베이징 누리교회 담임 목사님을 찾아갔다. 밤새 기도와 말씀준비로 시름한 것은 씻지 못한 차림새를 보고 깨달았다. 5년 동안 주일예배를 다녔지만 목회실에 찾아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문을 열고 준비되지 않은 옷차림에 맨발로 맞아 주셨다. 날 위해 기도해 주실 때, 1부 예배를 드릴 때, 말씀을 들을 때 북경을 떠나는 사람을 위한 찬양에도 나는 무감각했다. 평소에 주일예배 드릴 때와 다르지 않았다. 아내는 평소와 달리 위로와 격려를 자주 보내왔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잔소리가 절반으로 줄었다. 내가 먼저 한국에 간 동안 아내 혼자 마무리하는 어려움이 클 줄은 그때는 몰랐다.


초등학교 5학년 딸래미가 손 편지를 건넸다.

TO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 이제 기나긴 중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네.
아빠 그동안 정말 많이 수고했어요. 이번 생일선물은 초콜릿 밖에 못 줘서 미안해.
Happy Birthday! 사랑합니다.

전날이 내 생일이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몇 번은 예상치 못한 전환기가 찾아온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막상 닫힌 문 앞에 절망하고 있을 때는 어디에서 문이 열리는지를 알 수가 없다. 새롭게 열린 문을 찾는 데까지 2년이 걸렸지만 그때는 몰랐다. 정리해고 당해서 계급장을 떼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중고 초년생의 처지가 되었다. 그 시간은 중국에서의 15년만큼이나 길었다.


베이징 2 공항은 서울행 대한항공을 주로 타는 곳이다. 내가 살았던 순의구에서 공항은 30분 거리로 베이징 시내보다 훨씬 가까웠다. 만일 이곳에서 순의구에 가는 택시를 타려고 한다면 한바탕 소동을 각오해야 한다. 택시기사들은 공항에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오랫동안 대기한다. 손님이 가까운 곳에 간다면 기다린 수고가 헛된 것이다. 택시 기사는 보통 거기가 어딘지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항상 내가 길을 안내할 테니 가자고 하면 택기 기사도 할 말이 없이 똥 씹은 표정으로 출발한다. 집에 도착하면 30위안 택시비에 20위안 정도를 더 준다. 그때서야 기사의 표정이 밝아진다.


나는 베이징 2 공항을 마지막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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