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마지막 시간은 중국에서 내가 도움을 많이 주었던 춘은에게 짤막한 작별인사를 문자로 보내고 차분한 음악 ‘George Winstone의 겨울’을 듣는데 썼다.
춘은은 중국의 가장 가난한 이슬람마을 찡웬에 살았다. 회족친구 장선생 소개로 그를 만난 것은 어느 해 여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가운데 난로가 있어 난방 겸 주방으로 요리를 한다. 한켠에 침대가 있는 단촐한 집이다. 겨울에 바람이 불면 쉽게 집안이 금세 추워질 것이 염려되었다.
춘은은 단벌로 살았다. 우리가 그 마을에 머무는 며칠 동안 같은 옷만 입었다. 어머니는 벌써 돌아가셨고 아버지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았다. 내가 1년에 두 차례 씩 찡웬에 갈 때마다 춘은은 반갑게 가이드를 해 주었다.
인촨에서 장거리버스를 타고 꾸원까지 가면 4시간이 걸린다. 창밖으로 나무가 없는 산들과 가끔은 누런 빛깔의 황하강이 흘러 밭농사를 가능하게 한다. 찡웬에서 다시 작은 버스를 타고 2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도착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고 그는 공부를 잘해서 고등학교에서 줄곧 1등을 했다. 그가 고등학교 때부터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주며 그의 장래를 응원해 주었다.
역사에 의하면 청나라 말기에 란조우에 살던 후이족(이슬람)들이 구파와 신파가 서로의 신앙적인 문제로 다투기 시작했다. 구파가 관가를 회유하며 기선을 제압하려고 하자 오히려 관가에 쳐들어가서 지역을 점령하며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정부에서 모든 후이족을 토벌하기 시작했다. 정치적인 탄압을 피해 그들 중 일부가 닝샤의 남부지역에서 거주하기 시작했고, 찡웬도 그중 하나의 마을이다. 강수량이 적고, 척박한 땅에 그들이 후손들이 살아간다.
춘은의 성실한 태도에 나도 무언가를 돕고 싶었다. 겨울에는 파카를 선물하고, 어느 해는 노트북도 선물했다. 연세 대학교 입학한 아들에게 수고했다고 선물하려고 샀는데, 단박에 거절당했다. 노트북이 너무 느리다고 한다.
흥! Intel I5/ 500G Hdd/ 8M Ram이 느리다고… 삼성 노트북인데..
아들이 거절한 것이 결국 춘은에게 선물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촨에서 수의사가 되었다.
중국을 떠난 후 연락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마도 결혼해서 잘 살 것이다. 아니 그러기를 바라는 쪽이 더 옳을 것이다.
중국의 가난한 농촌마을에는 농민공들이 많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대도시로 나간다. 부모가 떠난 시골마을에는 어린아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노인들이 살아간다. 중국에 사는 동안 꾸준히 시골마을을 찾아갔다. 어린아이들을 위해 장학금과 학용품을 준비했다. 그들은 항상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만, 공안은 내가 그곳에 갈 때마다 삐딱한 시선으로 항상 주시했다.
그것이 결국에는 쫓겨나는 빌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