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 오랜 뇌전증의 일기

05032025 이른 아침

by JOONYTUTOR Mar 05. 2025

아침? 새벽? 이라기보다.. 글 쓰는 지금 시간은? 9 am, 이른 아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듯.. 


오늘 하늘을 바라보니 제일 어울리는 단어는? 화창, 파랗고 투명한 하늘, 호주유학 때의 매일 아침 공기와 물소리 그리고.. 거기 사람들의 순수한 미소들과 목소리와 순수한 인사 한마디가  내 머릿속에서 왔다 갔다 without image.. just feeling with [아.. 갑자기 한글이 생각이 안 나네..] 

머릿속에서 장면이 떠오르진 않지만 그 느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느껴진다. 


새벽부터 길가에서 뭘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6 am 전부터. 이 소리는 내가 어릴 때부터, 30년 전부터 일어나면 학교 갈까 말까 아등바등 침대에서 일어나니 마니 할 때 나던 소리.. 

두두두두두두둑둑둑~~ 그래서 그런지 이 소리는 나에게 소음이 아니라, 반가운 소리로 들린다.


내가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잠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와 함께 바로 바닷가로 달려 나갈 수 있을 텐데, 나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 왜냐! 운전하다 발작하면? 

- 발작하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 

- 사고가 나면 다른,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피해가 준다... 

- 사고 난 후 하늘나라로 간 경우? 모든 게 깔끔하지만 

- 내가 육체적/정신적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제일 힘들겠지? 

그래서 나는 운전면허증 공부조차 손도 대지 않는다. 

공부라면 제일 자신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러니, 가끔씩 서럽기도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발작은 내가 만든 죄가 아니기에. 

그러니까 운전 못하는 것도 내가 만든 죄가 아니잖아. 


그래서 서러워할 필요도 억울할 필요도 없다는 내 맘을 다스린다.

그래도 이 맘 다스리는 것이 제일 어렵다. 아직도 내 죄인 것 같고.. 아직도 내가 잘못한 것 같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고.. 그래서? 

부모님께 100원 하나 못 드리는 내가 죄송하다. 

하지만! 100원 하나 못 드리는 이유는?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돈을 못 버는 이유는? 원하는 직업을 못 구했기 때문에? 


근데! 나는 유학도 해봤고... 2년 동안 한국을 돌아다니며 직업을 구해봤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내 뇌전증을 거부하고 무시했다... 그래도 지금 나..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나태하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 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그렇다면? 내가 부모님께 죄송해야 할까? 

발작은 나의 잘못이 아닌데? 

정말 내 잘못이 아닌데, 이 뇌전증과 발작은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나의 운명인 듯한데, 왜 나는 자꾸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에 가끔씩 눈물? 아니 오열을 하는 걸까? 


오늘 이 화창한 하늘을 보며. 거의 사흘동안 내린 비 뒤의 오늘 화창한 하늘을 보며 나는 느꼈다. 조금 쌀쌀한 이 꽃샘추위와 함께. 

내 오열과 같은 사흘동안의 비... 그 뒤의 화창한 하늘은 나의 나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 같다. 하지만 그 비 온 뒤 화창한 하늘 뒤에는 항상 비에 젖은 땅과 물때에 젖은 창문들과 그리고 가끔씩 화장실 가면 습해서 화장실 냄새에 가득 차있다. 아름다움에도 숨은 아픔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꽃샘추위.. 비가 오고 화창한 하늘이 오니 추위라는 게 이들을 막으려 질투하는 느낌? 나의 아름다운 노력을 막고 질투하려는 느낌, 발작이라고 할까? 오늘 아침의 화창한 하늘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도 오전 이 글을 쓴 후, 발작이 없으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언제 발작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발작이 있으면? 또 나는 쉬어야 한다. 좋은 휴식이 나의 노력이다.

휴식? 나에겐 노는 게 아니라 나의 최선이다.  

굳이 뇌전증 아닌 점과 비교하자면? 나의 인생속도는 느려진다. 다른 게 아니다,.  


글을 쓰고 나니? 

누군가 단순한 나의 맘이 아닌, 나의 진지한 마음을 들으면서 상담을 해준 듯 하다. 

 



작가의 이전글 #1 오랜 뇌전증의 일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