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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윰 Aug 16. 2023

다들 야생러가 된다는데, 나 하나쯤은 고고해도 되잖아?

평생 직장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 회사에 헌신해봤자 호구가 된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N잡러 그리고 1인 기업, 무자본 창업, 소자본 창업, 크리에이터, 퍼스널 브랜딩 등 <내 이름>으로 먹고 사는 야생러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났다. 나도 잘 모르던 단어였는데 회사가 '온실'이라면, 회사 밖은 '야생'이라나 그래서 월급쟁이를 '온실러',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람을 '야생러'라 부르기도 하더라. 근데... 다들 야생러를 꿈꾸지만, 막상 나는 아니다. 그렇다고 회사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좀 달라서, 다짐할 겸 가볍게 써봤다. 



어려서 내 꿈은 교수였다. 사실 단순한 이유였다. 말하는 거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도 재밌어 하고,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명예로운 게 좋아서였다. 그런 내 입장에서 '교수님'은 엄청난 직업이었다. 중간에 검사에 꽂혔다가 학업스트레스 겸 여러 스트레스가 대폭발하면서 공부 때려치고 '글쓰기'에 올인한 덕인지, 탓인지 지금은 회사 소속의 작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생활만으론 미래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우선 회사에서 월급만 받아서는 결코 집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집은 커녕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딱 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전세집을 구하다가 전세사기가 창궐하고, 전세금이 하늘 높게 치솟된 시기여서 포기하고 월세+관리비로 알아보던 끝에 지금 서울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나마 좀 저렴한 곳을 구한 나인데도 월에 나가는 고정 지출이 만만치가 않다. 이보다 돈을 덜 쓰면 진짜 몸 하나 누일 곳 부족한 좁은 방이거나, 옥탑이거나 반지하밖에 선택지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매달 이 돈을 내고 있다. 


더구나 월세가 이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주거 안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공포가 가장 크다. 월세 내고 생활하는 것만해도 빠듯해서 겨우 1-20만원 모을 수 있을 뿐인데 집은 커녕... 전세자금이라도 마련이 되겠나, 하는 근원적인 공포가 있는 것이다. 


거기다 회사 일이란 게 앞서의 포스팅에서도 많이 썼지만, 일 하는 놈만 하고 일 안 하는 놈은 안 한다 그리고 일 하는 놈은 병들고 안 하는 놈은 오래 남는다. 나는 언제나 '일 하는 놈'의 포지션을 맡았고 주로 각종 병을 얻어서 커리어가 망가지곤 했다. 지금은 처음으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만큼 극심한 야근이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성 질병을 얻지 않아서 다니고 있지만, 그런 만큼 딱히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곳이다. 적당히 머무르다가 점프업 하기엔 좋으나, 이대로 말뚝 박을 순 없단 소리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내가 바라는, 그리는 미래의 나는 <내 이름>이 곧 브랜드인 사람이다. <내 이름>으로 강연하고 책을 내고 글쓰기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는 종류의 사람, 또한 본래 나의 뿌리인 소설 쓰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소설 제목이 아닌, <내 이름>으로 소설을 팔 수 있는 작가이자 오리지널 콘텐츠 원작자가 되고 싶다. 바로 그래서 넷플릭스 같은 OTT 제작용으로 내 원작 소설을 팔고 그 저작권료를 받고 싶은 것이다. 


즉, <내 이름> 하나로 프리패스 되는 작가이고 싶다는 의미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소위 말하는 지옥고로는 떨어지고 싶지 않고, 집 한칸 정도는 갖고 싶다. 주거의 불안정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건 싫다. 지금도 매달 월세 나가는 거 생각하면... 근데 전세는 구하기도 어렵고 전세자금 사기 문제가 기승을 부려댈 때라서 어쩔 수 없이 월세로 가긴 했었다... 


솔직히 지금의 나는 <기준치>를 많이 낮춘 상태다. 1등 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서 겨우겨우 버티다가 나동그라진 뒤로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인생의 회의감을 느낀 사람으로서 그다지 빛나지 않아도, 뛰어나지 않아도, 엘리트가 아니어도 살아가는 것을 버텨내게 되었다는 것도 큰 발전이긴 하다. (혹자들은 그게 뭐, 쉽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러하다) 


근데 솔직해지고 나니까, 내가 그렇게 아등바등 1등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내가 사실은 요절할 운명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나니까 그동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이를 테면 나의 타고난 낙천성, 빠른 회복 탄력성 같은 긍정적인 것들... 나는 부정적인 부분을 먼저 보고 가장 '최악'의 상황들을 모조리 계산해왔던 사람이라 내게서도 안 좋은 점만 봤던 걸지도. 


사실 나는 그리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월 1천만원~3천만원 정도는 벌어야 넉넉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사실... 그만큼 벌고 싶은 마음이 딱히 없다. 금전적인 게 바탕되어야 하지만 그냥 편안하게 여행다니듯 살아도 족하다. 


특히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운동이든 영어든 문화예술에 관한 것이든 그런 건 배우고 싶어한다. 또, 대학원에 가고 싶은데 그거마저도 돈에 관련된 게 아니라 미학대학원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가고 싶음... 진짜 오래된 꿈임.. 대학원 학비는 벌어야지 진짜 ㅠㅠ) 


다만, 내 마음 가는대로 자유롭게 살 정도의 돈이 필요하며 (특히 배움에 돈을 아끼지 않고 싶어한다, 허나 모든 걸 다 배울 정도의 돈이 다- 마련되진 않아도 좋고 적당히 넉넉해도 괜찮다) 회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었고 내 브랜드, 내 이름을 알려서 나 혼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종류의 일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내 기준치가 높다는 건 사실이고 성실, 열심히 하니까 그만한 피드백/대가를 취할 수 있다는 일말의 욕심에서 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의 뒤치닥거리를 하며 살고 싶지 않단 반증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어쨋거나 직장이 계속 강남이어서 일상의 많은 시간을 강남에서 보내다 보니 강이 보이는 반포동 같은 곳에서 살고 싶고, 회사 밖으로 나가서 <야생러>로 미친 듯 내달려서 떼돈을 한번 벌어보고 싶다, 나란 사람도 사업을 해야 하지 않나, 이제 안정적인 돈을 주는 환경이란 없다!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며, 사실은 그 생각에서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했지만. 막상 야생러로 살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보다 <미학적인 것>을 꿈꾼다. 어려서부터 나는 사람의 욕망과 결핍, 미와 추의 세계, 아름다움이 실은 추함과 습자지 한장 만큼 그 차이가 적다는 것, 뉘가 봐도 아름다운 사람도 때론 그 속이 추악할 수 있고, 너무도 추해보이는 것 안에 막상 찬연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도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 


홀연히 홀로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데 대체로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 걸어다니는 편이다. 직접 걸으며 로컬 피플처럼, 적게는 1시간 많게는 4시간도 걸어봤다. 4시간 걸으니까 넘 힘들었는데... (사실 발이 평발에 가까워서 엄청난 고통이긴 함.. 그래도 걷는 걸 좋아하니 어쩌하나) 이어폰 꽂지 않고 거닐며 풍경과 사람 그리고 일상적인 소음에 노출되어 본다는 건 참 큰 영감이 되었다. 


허니, 나는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방랑자의 영혼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을 살아도 여행하듯이 가볍게 살 수도 있지 않냐는 말을 들었는데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고, 막상 듣고보니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놀랐다. 


나는 결국, 사람에게서 책에게서 땅에게서 자연에게서 끝없이 배우는 사람이다. 또 그러한 자유로운 배움의 영역에 물들어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며, 막상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거나 무엇을 사야 한다거나 하는 의사가 별로 없다. 


원래 먹는 걸 좋아했느데 지금은 소화도 잘 못 시켜서, 식탐도 점차로 사라져가고... 옷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기능성 좋고 원단이 좋은 거, 색감이 좋은 거 위주로 산다. (꼭히 명품이 아니어도 잘 만든 옷이면 된단 소린데, 이게 더 어렵긴 하지만 몇 군데 찾아서 정착 중)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최근에 이직 서류를 내며 다시 느꼈다. 


나는, 금전적인 부자가 아니라 정서적/지식적/명예적인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야생으로 나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 좀 더 공고한 온실에서 살아가고 싶어한다. 이를 테면, 학자들의 세계 같은 곳 말이다. 과거엔 온실 오브 온실이었던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요즈음에는 자기 PR의 명목으로 SNS를 시작하기야 하지만, 야생러들처럼 저돌적이며 후킹한 욕망만을 좇진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내가 향후 10년 안에 어떻게 살고 싶느냐면... 


<내가 잘하는 글쓰기> 첫째. 내 이름으로 된, 단편소설집과 장편 소설을 내고 싶다. (권수는 확정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여무느냐에 따라서 그 권수 역시 달라질 수 있게 때문이다. 적어도 1권은 내고 싶다는 정도다) 2권의 책을 내고 나서도 언제나 흔들리겠지만 작가라는 아이덴티티가 확실해질 거 같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마케팅> 둘째, 나라는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고 싶다. 내가 회사 밖에서도 홀로 설 수 있을 만큼의 입지를 획득하기 전까지는 회사 안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내 개인적인 프로젝트(브런치 글쓰기, 살롱 운영 등으로 브랜딩하고 소설 쓰기 등)을 이어나갈 거다. 목표는 향후 5년 안에 퇴사하여 내 일만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브랜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평가받는 거였으면 한다)


<내가 잘하는 말하기> 셋째, 서울대학교 미학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교수로 출강한다. 서브로 강의, 북 토크 등의 사회, 패널, 컨설팅 등을 병행한다. 온실 오브 온실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어렸을 때 꿈이었던 <교수>다. 한동안 꿈이었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나는 대학원 진학을 내려놓는 대신 출근했다. 허니 일하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내가 번 돈으로 대학원을 성실하게 다니며 학위를 딸 거다. 그때 2번 항목의 내 이름이 곧 <브랜드>가 병행되고, 1번 항목의 책 출간이 병행된다면 일반적인 코스보다는 교수 직함을 얻기 쉬울 거라 생각한다. 학교에 출강하면서 컨설팅, 비정기적인 형태의 북콘서트 사회(사회 겁나 잘봄... 나는ㅋㅋㅋ 갑자기 pr) 등등을 하면서 부가 수익을 얻고 싶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돈벌이를 떠나서 예술, 미학, 철학에 좀 더 골몰하고 싶다. 단순한 돈벌이를 위한 돈벌이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금 더 깊이 있는 <무언가>를 탐구하고 싶다. 허니, 야생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그러한 <나의 지적, 미적, 철학적 허영과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고 싶다. 이쪽은 야생보다 사실 돈적 측면에서 더 까다로운데, 운때가 맞으면 <터질 수도 있지만> 대체로 가난한 영역이다. 


콘텐츠,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사 이래 가장 돈 잘 벌게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좇으면서 이쪽 영역에서 종사하거나 일하면 더 돈이 안 된다. 내가 당선이나 돈을 생각하고 글을 쓰면 다 떨어지고, 그냥 즐거워서 하면 공모에 붙는 것과 같겠지. 즐겨야 하며, 꾸준히 정진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전까지 나는 전전긍긍했고, 재빨리 무어라도 되어야 할 거라 생각했다. 화사하게 타올라 팡팡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고는 추락해버리는 불꽃놀이와 같은 인생을 동경했다. 그런데 이것은 지극히 <외부적> 시선이란 말을 들으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봤다. 


그래, 나는 지금껏 나를 <나>라는 내부적인 시선으로 봤던 적이 없다. 나의 고통과 감정에 무감각하려고 노력했다. 다들 힘든 거고, 이 정도도 못 버틴다면 이 삭막한 세상을 버텨나갈 가치가 없는 거니까. 나는 나의 높은 기준치(내가 밥벌이를 하는가, 가치로운가 등)에 헉헉거리면서 도달해왔고 완벽주의 속에 고통 받았다. 근데..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즐거우면 되는 거다. 내가 행복한 길을 찾아 매일매일 나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성과를 얻기도 한다. 허나, 내가 좋아서, 즐거워서 했기에 그 성과가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허나... 여전히 <고고하게> 살고 싶긴 하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나는 회사를 나온 뒤에도 글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다. 영상적인 글쓰기보다는 원형에 가까운 소설이며, 그 소설이 원천 IP로서 기능하길 바란다. 내 글이 2, 3차 창작되길 원하며, 2차와 3차 창작의 영역에서 부속품으로 이용당하고 싶진 않다. 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보유한 <원작자>가 되고 싶다. 


그러하다면 나는 영상으로 탄생한 2차 창작물들도 봐야 하지만 원형의 스토리들을 많이 봐야 한다. 책을 읽는 자들이 줄었다는 건 내게 오히려 희소식이다. 문화 트렌드는 30년 주기로 돌아오며, 2023년 기준으로 본대도 1980년대의 영화, 드라마 속에서 세련된 테마를 가져와서 잘만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과거의 다양한 영화들을 오마주하였으며, 현재에 맞게 스토리를 빌딩해서 꽤 큰 찬사를 받았다. 허니... 내가 바라는 건 상업성만을 고려한 <야생러들>의 천만 영화가 아니라 <헤어질 결심>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그리하여 2차 창작이 되는 것 말이다. 기본적으로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예술영화나 순수예술에서 영감을 받기는 하나 즐기지는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언제나 <다크나이트>이고, 소설로 따져봐도 정미경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인물간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다루는 유형의 글이면 뭐든 재밌게 본다. 


나는 두 인물 사이의 관계를 쌓아가면서 인물이 변화하는 구성을 좋아해서 라이벌 플롯을 애정하며, 단순한 휴먼 드라마보다는 조금 더 극적인 상황 설정을 선호한다. 좋아하는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오컬트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극악스러운, 자극적인, 극적인, 휘몰아치는, 파멸적인, 파국적인 상황을 좋아하며 그 모든 과정을 거쳐가며 알게 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실>, 단상을 좋아한다. 영화 <다크나이트>를 좋아하는 것도 3각구도(조커-투페이스-베트맨)와 상황설정을 통하여 우리에게 세상의 진실 한 조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해야 할 것들은 <이 시대에 이 글이 왜 쓰여지고 읽혀야 하는 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또한, 공감이 갈 만한 인물과 상황을 통하여(호감, 비호감은 상관없다, 허나 공감은 가야한다 = 영화 <똥파리>에서처럼 나는 결단코 저 생에 놓여본 적도 없고 만나본 적도 없는 유형의 주인공이지만 저 사람의 상황을 보니까 너무 안쓰럽고, 저렇게 밖에 살 수 없었을 것이 너무 공감가서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는 정도랄까) 읽는 사람이 <무언가>라도 느낄 수 있게끔 설정을 잘 만들어야 한다. 


거창한 주제 의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 글을 읽고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없다. 사람은 본래 잘 안 바뀌고 바뀐다는 건 오직 자신의 의지 외엔 없다. 


다만, 내 글의 메인 타깃은 나와 같이 정말 <삶이란 지옥같다 생각하며 겨우겨우 버텨온 책임감 강한, 그래서 더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들이 내 글을 읽으며, 삶이란 서늘하지만 그래도 따스한 온기가 있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한 <일말의 가치>가 있다는 걸 보았으면 한다 그 정도다. 나 역시 생의 끝자락에 겨우 버티고 서 있을 때 영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의 대사가 힘이 되었던 것처럼.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허니 내가 해야할 것은 쓸데 없는 사람과 일에 신경 쏟지 않는 것이며, 괜한 책임감과 객기를 부려 내 몸이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일말의 죄책을 내려놓고 이기적이어도 되는 순간엔 과감히 이기적이게 사는 것이다. 


다만, 열정을 다해야 하는 곳은 글, 문화 콘텐츠에 대한 탐구다.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은 어째서 고전인지, 사람의 비애와 결핍과 욕망에 대해서는 직접 겪으며 본 것은 있으되 그것을 매력적으로 스토리화하고 캐릭터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쓴 작품과 그리 잘 쓰지 않은 작품들을 보면서 또 내 글을 꾸준히 쓰면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곧, 내 글의 색(개성)을 만들어야 하며, 내 글에 미치게 빠져들 만한 타깃을 '정확하게-' 공략해야 한다. 어차피 문화 콘텐츠란, 특히 글이란 취향의 영역이여서 나 역시 미치게 열광하는 분야가 있고 아예 취향이 아닌 분야가 있다. 그러하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건 <적어도 나라는 작가가 특출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매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쓴 글에 열광하는 독자를 단 한명이라도 가질 수 있다. 


아무도 열광하지 않는다면 일기가 될 뿐이겠으나, 적어도 내가 만족한다면 이어갈 수야 있겠지... 허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영역의 성공한 사람들 글을 읽고 분석하여 노하우를 가져와야만 한다. 그것이 <기반>, < 베이스>가 되어야 데뷔할 수 있고 꾸준히 써낼 수 있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내 취향에 대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고 있다. 환상이 떨어져나간 자리에 서늘하기까지한 현실이 찾아들긴 마련이지만, 그 상황에서도 <꿈>을 꾸는 것이 인간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러한 종류의 인간이다. 


나는 그저 나아간다. 


하루에 1시간씩은 꼭 쓴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지금 쓰고 싶어하는 2편의 글을, 그 글에 대한 메모를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는 거다. 어떤 때는 인물에 대한 단상이고 어떤 때는 장면이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니 흐름이 좀 보이기도 하는 거 같다. 이렇게 해서 한번 다 털어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좀 더 나은 방향이 보일 거다. 물론, 구성을 다 잡고 가는 것이 효율적이란 건 안다. 근데... 안 써보고 구성부터 잡는 건 전혀 잘 되지 않는다, 그저 농땡이만 부리고 싶을 뿐이다. 


나는, 내게 맞는 방식대로... 내가 잘하는 방식대로 스텝 바이 스텝으로 깨우쳐갈 생각이다. 그래도 이 시간이 3개월, 6개월, 1년 정도 쌓이면 내가 뭐라도 달라져 있겠지. 쌓아가면서 스스로를 점검해보고 그렇게 그렇게 가도 괜찮다는 걸 내게 되낸다. 나는 교수가 될 거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원작자가 될 거고, 주거 걱정 없이 내 한 몸 누일 만한 집 한 채를 마련할 거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나는 나를 믿고 응원한다. 지금 이 시리즈를 쓰면서 서서히 <나아가는 자세>를 배우게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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