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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해 한광일 Apr 23. 2024

아주 오만한 글, 명품학부모 안내서

7.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을 선물하세요

  명품 학부모 첫걸음

  가수 서유석님이 이미 오래전에 노래로 아이의 특성을 우리 모두에게 알려 준 바 있다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

  는 아이처럼~'


  헤르만 헤세의 시에 곡을 붙였다는, 가수 서유석의 노래 가사가 요즘 개인적으로 특히나 귓가에 쟁쟁하다. 이 노래가 1971년에 발표되었다니까 우리는 적어도 그때부터 일반적인 아이들의 이런 특성에 대해 넌지시 알게 된 것이리라. 그렇다. 흔히 아이들이란 호기심 덩어리이지만, 별난 것이 없다고 여겨지면 금세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특성을 가진 존재이다. 아이를 보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 하나로 아이의 관심을 오래 붙들어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의 관심을 계속 붙잡아 두고, 아이가 장난감을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난감을 귀하게 여길 줄 알게 하고, 장난감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가 가진 것에 대해 부모가 관심을 보이는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이가 가진 것을 부모가 좋아하면 된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기한 장난감이구나, 네 친구 중엔 너처럼 그렇게 예쁜 장난감을 가진 아이는 없겠구나. 삼촌이 정말 너를 사랑하시나 보다, 그렇게 귀한 선물을 사주시다니 말이야. 삼촌 참 고맙네, 우리 딸한테 이렇게 멋진 장난감도 사주고.  아빠도 한 번 만져봐도 될까, 망가지지 않게 조심할게? 부모가 아이의 장난감에 대해 그런 관심을 가져줬다면, 아이의 장난감은 '내일'도,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부서졌다면 너무 속상해서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삼촌이 참 좋은 어른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장난감의 색깔을 살펴보고, 장난감의 관절도 세심하게 살펴보고 이리저리 움직여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팔을 움직이는 데는 관절이 필요하다는 것과, 혹은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 동력의 원천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을 것이다. 다른 아이가 가지지 않은 것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생각해 낼 것이다. 자기가 가지게 된 장난감이 귀한 것이라는 정서가 자리 잡을 것이다. 


  ‘장난감을 여기에 이렇게 세워 놓으니까 멋지네.’ 하고 아빠가 한 마디 보탰더라면,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부숴버리지 않고, 그곳에 든든하게 세워두었을 것이다.


  그의 것을 인정해 줄 때, 그도 그것이 귀한 줄을 알게 된다

   어쩌면 아이의 장난감은 십 년 넘게 아이의 책꽂이에서 훌쩍 자란 아이를 바라보며, 그때까지도 아이를 향해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방문한 삼촌의 마음속에 뜻 모를 감동을 출렁이게 했을지도 모른다.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많은 새로운 환경에 어리벙벙할 수밖에 없다. 학교 건물, 운동장, 교실, 계단, 도서관, 급식실, 새로운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선 이 모든 것은 나라가 흔쾌히 내어 준 아이를 위한 선물인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아이를 성장시키지 않는 요소가 없다. 말할 것도 없이 선생님은 아이가 받을 최고의 선물이다. 입학 전 더 어린 시절의 생일날 받은 장난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생동하는 선물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를 깨닫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워낙 학교의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이걸 깨닫게 하려면 학부모가 먼저 그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만약 이제 막 새로 정해진 아이의 담임 선생님의 외양만 보고, 선생님이 예쁘지 않다는 둥 늙었다는 둥 불평하며 학부모가 선생님을 마뜩잖게 여긴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킨 이유가, 부모로서도 이제 아이를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첫 발들임인 것인데도 말이다. 그래선 안 된다. 아이는 지금 막 국가가 공인한 교육전문가를 배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든 선생님이라면 더욱이 보다 유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인재일 터이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와 선생님의 만남을 귀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희망찬 만남으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아이가 가지게 된 첫 번째 담임 선생님을, 먼저 부모가 알아주어야 한다. 입학생을 둔 부모는 아이보다 먼저 설렌다. 아이가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부모들은 아이에게 새 옷을 사 입히고, 예쁜 가방과 필통과 연필, 그 외 학용품을 꼼꼼하게 챙겨 선물한다. 가방을 멘 아이의 작은 어깨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자꾸만 아이의 가방에 눈이 간다. 가방을 멘 아이를 감동으로 바라보며, 한없는 사랑으로 첫 등교를 함께 나서서 아이와 같은 설렘을 안고 여기 입학식장에 다다른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려면 부모는 위에서 언급한 선물 말고도 하나를 더 준비해야 한다. 이미 말했듯이 바로 '좋은 선생님' 선물이다. 아이에게 지금 막 배정된 선생님은 그야말로 아이의 최고의 선물이다. 부모가 먼저 그걸 깨달아야 한다. 물론 부모가 아이의 선생님을 선물로 생각할지라도 아이에겐 아직 선물이 아닐 수 있다. 


  선생님을 부모가 주는 선물이라 하는 것은, 부모가 선생님을 선물로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막 아이에게 배정된 선생님이 선물이 되려면, 부모가 아이의 선생님을 꾸준히 선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남았다. 보통의 부모라면 이러한 학부모 노릇이 쉬운 일이 아닐 수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학부모가 되어 매일같이 수행해야 하는 ‘수행자’ 같은 쉽지 않은 행동일 수도 있다. 앞에서 아이가 받은 장난감을 귀한 선물로 여기게 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장난감을 끝까지 좋은 선물로 가지고 있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물며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을 선물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웬만한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법은 아이가 받은 장난감을 부모가 먼저 귀하게 여겨 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부모로서 아이보다 자신이 먼저 선생님을 좋아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아이에게 말로 표현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부모의 좋은 선생님 선물 주기란, 학부모가 자녀에게, 자녀의 선생님에 대해 꾸준히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일이다. 부모님이 관심을 준 장난감이라야 아이가 사랑하듯, 부모님이 계속 관심을 주는 선생님이라야 아이가 좋아하고 따르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부모가 삶에 지쳐있다면, 그런 노력이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학부모가 된 부모가 학생이 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원이다. 


  '너희 선생님이 정말 착하시구나!'

  '너희 선생님 참 재미있으신 분이네. 내일도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듣고 와서 엄마한테도 들려 

  줄래?'

  '순서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보하는 마음은 더 큰 마음이라는 거구나. 아주 중요한 공부했네! 

  너희 선생님은 정말 큰 공부를 가르치셨네!’

  '그런 말씀을 하셨어? 선생님이 너의 착한 마음씨를 잘 알고 계시는구나!'

  '그럴 줄 알았어. 너희 선생님은 정말로 공평하신 분이라니까!'

  '선생님이 어릴 때부터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을 연습시키시는구나, 바른 자세는 정말 중요하거든.'

  '차례를 잘 지켜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너희 반 친구들을 모두 질서왕으로 만드시겠네!'

  '그러셨어?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무척 당황하셨나 보다, 선생님이 걱정되어서 선생님도 모르게 목

  소리가 커지셨나 보다.'

  '정말 그러셨다면, 선생님께 다 이유가 있으셨을 거야. 시간 날 때 선생님과 말씀 나눠 봐야겠네.

  '선생님이 노래를 정말 잘 가르쳐주시는구나!’

  '너희 선생님보다 꼼꼼하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은 어디에도 안 계실 거야. 너처럼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면 누구나 공부를 잘하게 될걸!'


  명품 학부모가 되는 것은 간단하다.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을 선물하면 된다. 아이가 선생님을 믿고 따르게 만들면 된다. 아이와 마주 앉을 때마다 학부모로서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 대한 신뢰의 말을 피드백으로 얹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가 좋아하는 선생님은 아이도 좋아하게 된다. 아이가 선생님을 진심으로 좋아하면,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듣게 되고 따르게 되니, 선생님께 칭찬받을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아이의 학교 생활이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품 학부모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지속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선생님 선물이란, 이미 주어진 선생님을 '좋은 선생님'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순전히 학부모가 꾸준히 노력하여 빚어내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새 필통처럼 한 번 주고 마는 선물이 아니라 꾸준히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좋은 선생님 선물하기에 성공한 학부모라면, 아마 그분들은 더 이상 자녀  교육에 크게 걱정할 일이 별로 없게 될 것이다. 매일매일 좋은 선생님 선물을 받는 아이가 학교 가는 날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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