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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야 Mar 29. 2023

소심한 투사

도입



 

최근, 우연히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갑각류의 한 종류인 투구게를 대량으로 채집하여 피를 뽑았고, 그 피는 백신 개발을 위해 무수히 사용되었기에 개체수가 줄어

최근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전인 약 4억 년 전부터 ‘살아있는 화석’로 불리던 투구게는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해진 상황은 안타까운 모순이었다.


우리 인간 모두에겐 적혈구(헤모글로빈)가/가 익숙하게 흐르고 있다.


투구게의 혈액은 인간과 다르게 푸른빛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갑각류 및 연체동물의 특징 중 하나로 구리 원자로 이루어진 무색소 단백질(헤모시아닌)이 산소와 맞닿아 청색으로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위 혈액은 응고점이 헤모글로빈(인간) 보다 높아 낮은 온도에서도 산소 운반을 잘할 수 있으며,

인간과 다른 독특한 면역체계를 가졌다.


세균이 몸에 들어오면 응고시켜 버려서 확산을 막아버리며 침투를 방어하는데, 혈액 형태가 말랑하게 서서히 굳어버리는 특징을 인간의 백신 개발에 사용되었다.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를 타의적 요소 혹은 타인에게 무의식적으로 원인을 돌리는 심리현상을 ‘투사’이라고 한다.

투구 걔


나의 불안은 곧 나의 것이지만,

어쩌면 무색에 가까웠을지도 모를 나의 감정에 산소라는 타인의 등장으로 관계를 맺으며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헤모시아닌을 나로 투영시키고자 한다.  



익히 파란색이 가진 우울하다는 사전적 의미와 작품성은 피카소 청색시대 때도 ‘세룰리안블루’가 은유된 적이 있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곧 나에게 결핍이 되었고,

이러한 감정을 지워지지 않는 형태로 남기고자 파란색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


이런 시도를 함으로써 완전한 나의 불안마저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소하고자 한다.

헤모시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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