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똥손입니다.
그 것도 파워똥손이라니깐요.
제가 먼저 스스로 사용한 저 스스로를 규정한 표현인데, 이제는 자타가 구분하지 않고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똥손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글씨부터 그렇습니다.
제 글씨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글씨인 듯하여, 학창시절 동안은 이를 고쳐보려 몇 번이나 펜글씨 학원을 다녔는 지 모릅니다.
글씨가 고쳐질 때쯤되면 개학을 해버리니 항상 도루묵이 되고 말았지요.
똥손 범서기가 그림을 그리면 눈사람이 분노할 정도이고, 요리를 하면 맛보는 이에게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고, 행여나 뭘 고치려들기라도 한다면 다시 살 각오를 하고 덤벼들어야 합니다.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전구 갈아 끼우고, 건전지 교체하는 일 외에 난이도 있는 일은 아예 손사래를 칩니다.
손재주란 단어는 제 사전엔 없습니다.
그런 제가, 2025.3.11부터 글을 씁니다.
그 것도 다름아닌 브런치에 말이죠.
전국노래자랑같은 '전국똥손자랑'은 없을까요.
“글 좀 써보셨나요?”
2025.3.11은 아무런 일도 없는 평범한 날이었지만, 제가 과장해서 규정하자면 이런 날입니다.
B.C와 A.D가 나뉜 날이고,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구분하게 된 날, 제 인생에 있어 비포와 애프터를 그은 날이라면...
하여튼 그렇게까지 평가할 수는 없을지라도 퇴직 이후 브런치는 저의 시간과 공간(저는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있어’ 보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ㅎ)을 채워주지요.
그리고 진짜로 저를 만족시킨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제가 제일 잘 하는 일이죠.
키보드 앞에 앉아 ‘한글’을 켜는 순간이면 저의 뇌는 어느새 출장을 다녀와 보고서를 쓰는 것처럼 지나 온 시간을 추억하게 되고 손가락은 자판 위에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자유로운 춤을 춥니다.
저는 지인들에게 말합니다.
“나, 마감일이 있는 사람이야”
제 브런치북은 매주 화요일 발행합니다.
‘다음 주엔 뭘 쓸까’라고 가끔 고민을 하게 되지만, 압박감같은 것은 손톱만큼도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면요?
이게 은근히 재밌거든요.
더구나 글 발행 이후 구독자수나 라이킷 심지어 댓글이 달리면 희열감도 두둥실 떠다니게 되지요.
제 글이 모르는 이에게 인정받고 타인의 감정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즐거운 일입니다.
흔한 표현으로 ‘글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지요.
그러나 제 그릇은 곱게 빚은 도자기가 아니고 가마터에서 도기장이가 버릴만한 실수작이 많습니다.
때로는 쩍 갈라져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글에 누군가 공감하고 웃어주고 라이킷도 눌러 줍니다(정말이지 브런치 작가님들은 천사들입니다).
그럴 때마다 너는 생각합니다.
“아… 사람들, 참 따뜻하다. 아니면 취향이 이상하던가”
똥손 범서기는 다짐합니다.
진정성 있는 글을 쓰고 싶구요.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며 멋 부리지도, 기교 부리지도 않기로 말이죠.
그냥 하루를 보내고, 밥 먹고, 배설하고, 운동하고, 일 하는 그런 일상을 담는 것이죠.
'일상 에세이'를 모토로 삼은 이유입니다.
제 글에 양념이라도 한다면, ‘조금의 위트’와 ‘조금의 정보’라도 더하고 싶을 뿐이죠.
누군가는 시시하다고 하겠지만, 저에겐 은퇴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글쓰는 범서기의 목표입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 작가, 문장은 이상한데… 묘하게 재밌네?”
오늘도 똥손은 타박을 받지만 이렇게 항변하며 글을 씁니다.
‘그 똥손으로 브런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