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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멘탈甲
by
페트라
Aug 21. 2025
자칭, 그리고 타칭 저는
멘탈갑
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틀렸습니다.
저는 갑(甲)과 을(乙)이라는 규정 자체를 싫어합니다.
법 조항 또는 계약관계에 있어서 A와 B를 구분하기 위한 표현일뿐이지요.
다시 표현을 바꾸겠습니다.
저는 그냥 좋은 멘탈을 가졌을뿐입니다.
제 좋은 멘탈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생각해보건데, 어렸을 적 좋은 멘탈이라고 할 만한 일은 있었습니다마는 지금에 와서 보면 꽤 무던했던 것으로밖에 판단이 안됩니다.
어렸을 적 저는, 형과 여동생이 밥상머리 교육을 받으며 꽤나 엄하셨던 아버지의 꾸지람을 들을 때 수저를 놓고 울며 뛰쳐나가곤 했습니다만, 저만은 화내시는 아버지께서 무색할 정도로 그 자리에 못박은 듯이 아버지의 모든 말씀을 소화(?)해내며 밥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지금의 제 좋은 멘탈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너스레를 떱니다만, 아마도 후천적인 저의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도 듭니다.
타고 태어나는 좋은 멘탈이란 것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이것을 가지기 위한 저만의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멘탈을 가지기 위해선 멘탈 피트니스와 마음PT가 필요합니다.
삶의 파도를 넘다 보면 수많은 우울과 허무, 노여움의 때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좋은 멘탈의 방해물들로 이를 떨쳐내야 합니다.
온갖 잡생각을 버리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멘탈 피트니스를 시작하는 지름길입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후회와 미련만 남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과 막막함이 나의 멘탈을 갉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가장 행복하고 멘탈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결론 짓습니다.
현재(present)가 바로 멘탈을 위한 최고의 선물(present)인 것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심리적 코어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나다운 루틴입니다.
삼십사년 공직생활을 무사하게 지내도록 코어근육을 키워준 그 루틴은 첫째 운동(땀흘리기)이고, 둘째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들으며 걷기 그리고 글쓰기와 같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갖가지 행위를 합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명상을 하거나, 반신욕을 하거나, 매운 것을 먹거나, 꽤 근사한 커피숍에 가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저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식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회복을 하기도 했습니다마는,
이와 같은 정적인 행동은 저의 회복탄력성에 있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운동같은 동적인 방법을 통해 내 몸안에 쌓인 스트레스라는 독을 흘려보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스트레스는 마음으로 다스려지기보다는 몸으로 다스려지는 것이 더 쉽습니다.
몸을 즐겁게 하면 마음은 그에 뒤따르게 됩니다.
운동을 통해 심장이 뛰게 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며, 저를 지탱하기 위해 밤낮으로 시달려온 나의 몸에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고 에너지 소모와 축적이 반복되면서 몸의 기능이 강화됨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자존감을 키우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존감을 키운다며 자존심을 내세워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합니다마는, 여기서의 자존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야말로 자존감이며,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내세우는 자존심이 절대 아닙니다.
오래 전 읽은 박웅현 님의 책 <여덟 단어>는 살아가는데 있어 꼭 가져야 할 여덟가지 덕목을 소개합니다.
그 중에 있어 첫째 단어는
‘자존’
입니다.
아주 정확히 인생을 꿰뚫은 가장 큰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박웅현 님은
“자존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억을 벌어도 자살할 수 있다...”
라고 글을 이어갑니다.
정말이지 ‘자존’을 가진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아주아주 질긴 고탄력 스타킹을 얻는 것입니다.
멘탈갑 아니 좋은 멘탈을 가진 저도 그랬습니다.
시시때대로 멘탈이 갈갈이 찢어질 뻔도 했습니다만, 고탄력 스타킹 덕에 찢기지 않거나 찢기더라도 다시 기워지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을 소비하지 않으며 평정심을 지키려 무던히 애썼습니다.
부정적인 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받지 않으려 했으며, 반면에 남을 휘두르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무시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의 멘탈은 움직임에 기인합니다.
트레드밀에 올라 흠뻑 젖을 정도로 뛴 때도 있었고, 무작정 이어폰을 끼고 흥얼거리며 걸은 때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몸에 축적되는 독인 스트레스를 스스로 빼내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독소를 빼듯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그것도 끝까지 돌봐주겠습니까.
삶이란 다 자신이 견디는 것이고 스스로 버텨나가는 것입니다.
사는게 항상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같은 순간은 나에게도 주어지지만, 그러한 삶을 그리면 안됩니다.
또 그리 되어서도 안됩니다.
인생은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그 굴곡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사는 묘미이고 성취감도 더해지지요.
스스로 행복해져야 합니다.
오래 전 TV에서 할머니들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관제엽서에 써보고 다같이 읽어보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들이 어린 연세에 남편을 떠나 보내고 고생하신 할머니의 사연을 읽다가 “더 이상은 못 읽겠다”며 울었고, 세트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눈물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우는데, 할머니들은 덤덤합니다.
수많은 굴곡의 세월, 눈물이 마른 것이지요.
그래도 할머니들은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된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시면서, 방송을 마치며 “그땐 다 그렇게 살았어”라며 서로를 안아줍니다.
지금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들!
사실 다 행복하시겠습니까.
관절이 아프고, 아직도 자식들 걱정이 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을테지만 그저 행복하답니다.
그 분들은
행복해질 멘탈
을 이미 가지신 것입니다.
행복! 만족!
저의 판단은 ‘어제(과거)’보다 지금이 나으면 행복인 것입니다.
그 분들은 너무 힘드신 어제를 살아오셨기에, 지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멘탈을 가진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시쳇말로 멘탈갑, 제 언어로는 좋은 멘탈입니다.
고단하게 살 것입니까. 고귀하게 살 것입니까.
몇 가지 어휘로 표현해보렵니다.
인생은 □□ □□□ □□□□.
인생은 ‘멘탈’, ‘멘탈임’, ‘멘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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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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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행복을 다집니다.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삶을 녹여 '일상 에세이'를 씁니다. 브런치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합니다. 스칸달룸은 걸림돌이지만 페트라는 디딤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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