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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면 호구잡히는 줄 알지?

by 페트라

예전에 커뮤니티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세 가지 손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왼손, 오른손, 겸손.

그렇다면 저도 세 개일까요.

저의 회사생활을 집약하는 단어를 쓰라면 겸손, 성실, 그리고 느림입니다.




긍정적인 표현인 겸손과 성실을 쓰고 나니 무척이나 겸연쩍습니다.

그럼 저를 대표하는 단어는 느림이군요.

행동도 느리고 판단도 느리고 심지어 화내는데도 느리죠.




저의 군대생활로 말할짝시면, 어떻게 이러한 느림으로 장교생활을 했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남들에게 조크를 남깁니다.

군대생활을 계속할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구요.




민첩성이나 순발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지구력 하나는 내세울만 했습니다.

행군때 군장 들어주기부터 매일같이 있었던 알통구보에서 앞장섰던 것, 이런 것들은 군대생활에서 또다른 무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항상 너스레로 말했습니다. 군대생활에 대한 규정을...

"월급 주지! 수시로 운동도 시켜 주지! 참 좋은 직장이야!"

그래도 느림의 대명사 강중위가 군대생활을 계속했다면, 아마도 많은 상관들의 수명을 단축시킬 뻔도 했겠지요.




겸손과 성실을 제 축약어로 쓰다니요.

무척이나 부끄럽지만, 그 것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것은 저의 부족한 직장 및 사회생활에 있어 많은 보호 역할을 했습니다.

주먹을 부르는 얘기이긴 합니다마는, 저는 솔직히 사회생활에 있어 그다지 겸손하지 않아도 될 위치에 있은 적도 있었습니다.

저야 갑과 을 표현을 싫어하지만, 갑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세를 낮추거나 겸손하면 을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밑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직업상 항상 갑 위치에 있는 친구 A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는 “그렇게 했다간 을한테 당장 발리고 만다”면서 손사레를 쳤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배려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무게달기’로 기선을 잡으려는 좋지 않은 생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사회생활의 본질은 아닐텐데 말이죠.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합니다.

겸손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호구잡힐까요.

오히려 많은 자산을 얻습니다.

저의 경우 긴긴 세월을 무난하게 버텨올 자산을 얻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겸손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터득했겠지만, 절대 호구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대인관계에 있어 ‘세게(쎄게)’ 나가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잘못된 사회구조로 ‘쎄게’ 나가야만이 말이 통하고 자신의 의도가 달성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분들은 많은 것을 잃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전자의 분들이 성공한 사회생활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겸손 마지막.jpg




다시 한 번 여쭙니다.

겸손하면 호구잡힐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겸손한 사람을 공공연히 호구로 잡는 사람은 하수이지요.

그 하수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그 사람이 겸손한 이유는 뭔가 부족할거야”라고 말이죠.

이런 상황이라면, 겸손을 베풀었던 당신은 즉시 태도를 바꾸고 그 하수를 뒤도 돌아보지도 말고 손절하면 됩니다.




그럼, 겸손하지 못했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자만 오만 방심은 나를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오히려 실수를 일으킵니다.




많은 남성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00역 00백화점 북쪽 출입구에서 만납시다”, “그 건물 출입구가 세 갠데 남쪽 출입구로 나와”라고 말하거나 내비게이션 보기를 멀리하면서 길을 갑니다.

지하철역도 다 못 외우면서 그저 감에 의지하여, 신분당선에서 7호선이나 9호선으로 갈아타면서 좌우를 헛갈린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또, 내비게이션 속 여인이 그 방향이 아니라고 경로안내를 다시 한다고 수시로 말씀하시는데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달립니다.

화가 날 법도 한데, 일정한 목소리로 말이죠.

범석아! 제발 좀 겸손하자.

독도법 자랑하는거야? 너 방향감각 좋은 것 아니까...




스스로 낮춘다는 것.

겸손을 명사로는 humility, 그리고 형용사로는 humble라고 하지요.

이 말의 어원은 Humus부엽토랍니다.

human과 같은 어원에서 나온 것이지요.

땅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합니다.

인간의 본질은 흙이고, 그것은 겸손과 연결되는 것을 알려줍니다.


겸손 부엽토.jpg




낮아진다는 것은 상대편에서 보게 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understand. 낮게 서게 되면 이해 안 될 것도 이해되고 under+stand의 +가 ×가 되어 대인관계에 있어 예기치 않은 좋은 일을 가져다줍니다.




서양의 겸손을 얘기했으니, 동양의 그것을 말하렵니다.

주역의 15번 괘인 地山謙괘 얘깁니다.

시냇물은 아무리 깊어도 모래 위로 흐르고, 산은 아무리 높아도 소나무 아래 있다는 이치입니다.

3천년전 이론이지만 지금도 유효합니다.

인간은 교만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동양 명상서적에서도 ‘겸손은 도를 담는 그릇’이라고 합니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겸손한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겸손하기 위한 쉬운 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입니다.

독서 경험은 망루의 높이와 같아 망루가 높으면 멀리 볼 수 있고 대비할수 있다고 하지요.

튀르키에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은 말합니다.

‘책을 읽는 것이 내게 겸손함을 가르쳐 주었다’구요.


겸손 파묵.jpg




저는 독서를 통해 흥미도 느꼈지만,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젠 저 스스로에게도 더 겸손해져야 할 때입니다.

60여년간 병약하게 태어난 저를 이끌어 준 몸, 이 몸에 대해 겸손해지고 필요할 때마다 영양분도 공급하렵니다. 그러려면 운동도 수시로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지 않은 것을 삼가야겠지요.

오늘도 아직 더 겸손해져야 할 제가 책에서 본 겸손을 전하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네요.




겸손 손웅정.jpg


아버지이자, 겸손의 참스승인 손웅정씨에 대해 한 마디만 하고 마치렵니다.

2019년 ‘손세이셔널’ 프로그램에 출연한 손웅정씨는 아들에게 겸손을 강조했습니다.

“너한테, 우리한테 하늘이 주신 기적 같은 기회이기때문에 은퇴시기를 일년 일년 늦추면서...”라고 가르친 결과 손흥민을 세계적인 스타선수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무탈하게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하늘이 주신 기적같은 기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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