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리시더라도 인연으로 돌려드리렵니다

by 페트라

윗 글은 제가 6월말 정년퇴직시 사내 인트라넷에 썼던 내용중 한 대목입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작은 카페에 들렀다가 입구에 붙어 있던 똑같은 문구를 보고 "역시 사람들의 생각이란 비슷한게 많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따스함을 선물받았습니다.


우연과 인연이란 건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무게를 지닌 단어들입니다.

우연은 계획 없이 마주친 순간이고, 인연은 그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입니다.

우연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인연은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 인터넷을 검색하여 본문을 옮겨봅니다.

제목은 [인연도 텃밭이에요]입니다


인연도 텃밭이예요.

그래서 "가꿈"이 필요하지요.

마음 밭에 어느 날

우연히"설렘"이라는

씨앗이 심어져요.

"사랑"은 태양이 되고,

"배려"와 "양보"로 비료삼아

"기다림"이란 물을 주어야

"환희"라는 꽃이 피어날걸요.

그즈음 상대의 "허물"이

딱정벌레로 날아와 앉고,

"권태"라는

게으른 오후도 기다리지요.

어느 날 불현듯 깨달음 있어

"성실"과 "기대"가

딱정벌레를 골라내고,

여전한 "관심"은

태풍도 비바람도 견디는 힘이 되고

견고한 뿌리가 줄기로 밀어 올려

"우정"도 "애정"도

열리게 할거예요.

인연도 텃밭이예요.

그래서 가꾸는"수고"가 필요합니다.

볕을 들이고,

비를 내리고,

바람도 견디며,

벌레도 골라내며,

인연도 텃밭이예요.

그래서 "가꿈"이 필요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우연처럼 스쳐 지나가지요.

아쉽긴 하지만 그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우연을 소중히 여깁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연히 찾아온 손님에게도 정성을 다해 차를 내리고, 다음에 또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배웅합니다.

그렇게 후덕한 마음을 가진게 사람들의 근본 심성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연은 인연이 됩니다.

한 번의 만남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의 만남이 익숙함이 되고, 익숙함이 그리움이 되며 서로간에 재회의 약속을 하게 됩니다.


인연으로 돌려드린다는 것은 단순히 친절을 베푼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연히 찾아온 이 순간을,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입니다.

당신을 기억하겠다는,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는, 당신이 다시 이곳을 찾을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겠다는 다짐입니다.


어쩌면 우리 삶의 모든 관계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같은 반이 되고, 우연히 같은 회사에 들어가고, 우연히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게 되고,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타고, 우연히 같은 곳을 여행하게 되는 것 등등등.

그 우연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그냥 흘려보내는 사람의 삶은 분명 다릅니다.


60이 된 나이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보다는 그간의 인연을 도탑게 다져야겠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모든 순간이 인연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내게 우연히 찾아온 사람들만큼은 인연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퇴직인사시 썼던 글은 저의 진심이었습니다.

저를 방문한 사람은 아직 없었습니다만, 후배들의 감사하다는 연락은 저의 직장생활 성적표같은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식사 자리에 초대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재회를 약속했으며, 앞으로도 그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연히 들리시더라도 인연으로 돌려드리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을 쓴 이유는 제가 고향인 전주에 세컨 하우스를 마련하여 오는 손님 맞이하고 살 걸로 생각한 것 때문이었습니다만, 삶이란 마음먹은대로 되진 않더군요.


이 문장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일방적인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정성을 다하고, 의미를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모일때에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우연을 인연으로 돌려드리렵니다.

비록 세컨 하우스라는 계획은 틀어졌지만, 인연은 텃밭이라는데 따스하게 보온하고 햇빛도 쪼이고 필요한 물도 주면서 제 퇴직인생을 가꿔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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