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것, 모든 의미들을 의심한다. 그러나 모든 의미들 중에서 '살의 실존'과 '사랑'만을 믿는다. 믿는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의심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이끌린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이론이 무너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야 하는 것을 갈망하는 것은 내가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두려움 때문에 삶에 대하여 갈망하는 것은 비극적이지만 이 비극이 사랑과 삶을 향하는 것은 아름답다. 어쩌면 나는 사랑이라는, 삶이라는 또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와도 어쩌면 누구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이론 theory'으로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적 의미에서 theory의 어원인 theoria는 그리스적 의미에서 관조 contemplation, 바라봄, 종국에는 '보이지 않는 것의 봄'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다. 또한 동양적 의미에서 리(理) 또한 기(氣)의 모호함과 다르지 않다. 요컨대 고대 그리스적 의미에서 발원하는 theoria도 동양적 사유의 리(理)도 유한한 존재로서의 사람으로서는 마치 아브람이 '갈바를 알지 못하고 떠남'과 같다.
갈망은 결핍이고 이론, 바라봄, 이치, 생각, 사유는 '찾아 떠남'이다. 도달하지 못할 사랑과 진리는 언제나 내가 떠나온 것, 태초에, 시작에 있다. 떠나면 잃어지는 삶과 사랑을 나는 나의 실존과 함께, 달리말하자면 나의 존재의 선언인 '첫 울음(premier cri)'과 함께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