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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40

Toucher, 接觸(접촉), 만지다.

by 유영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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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인지 알고부터 혹은 내가 나인지 알기 전의 의식부터 무언가 나에게 닿아 있음을 느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인지 아버지의 무게인지 그저 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나 모든 맞닿음은 저마다의 질량이 있었고 작은 몸을 가늠할 수 없게 견디게 하였다.


나의 몸의 무게를 견디는 것도 언제나 무엇인가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가 누군가와 살이 맞닿고 만지는 것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만져질 수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무게로 나를 짓눌렀다. 그래서 만져질 수 있다는 말은 나에게 꽤나 거부감을 가지게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감각, 감정이 배제된 말로 접촉이라는 말을 선호하였다. 접촉은 탁상이 벽과 접촉하듯이 어떠한 무게도 짊어지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고통이 결여되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와 접촉한다고 말할 때는 비로소 무게 없이 닿을 수 있다는 위안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타국인 프랑스에 와서 Toucher라는 말을 배웠다. '만지다'라는 뜻이다. 이상하게도 이 말의 의미는 '만지다'라는 의미와 가까운데도 접촉과 의미가 가까운 contact보다도 정감이 간다. 몸이 떨어지듯이 그만큼의 감정과 감각의 거리가 무게를 견딜만하게 하보다. 사실 어떤 언어를 더 배우고 어떤 지식을 더 쌓고 삶의 경험의 두께가 두터워지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잘 생기지 않았다. 그저 순간순간을 견디는 방법이  쏟아지는 질문들에(아마도 나를 만지는 무게들이 질문이었을 것이다) 답을 찾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 생각보다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뿐이다.


같은 의미가 다른 말이 되, 혹은 속살이 드러난 피부처럼 작은 것에도 아파했던 피부가 굳은살이 배기고 두터워지 너무 아프지 않고도 만져지고 만질 있게 해 준다. 이 거리는 나에게 맞닿는 무게를 소중한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어쩌면 가장 원하는 것도 가장 원하지 않는 것도 소망도 좌절도 여기 이 피부에, 살에, 감각에 있다. 돌의 질감이든 살결이던 마음이든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무게가 있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나를 아프게 한다. 결국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는 것만이 나의 소망이 된다. 결국 선도 악도 이 무게로부터 온다. 사랑도 미움도 폭력도 어루만짐도 이 무게로부터 온다. 두려운 것은 이 무게다. 이 무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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