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살며 느끼는 반려견 문화와 캐나다 체크인

by 조각

밴쿠버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산책하다 마주치는 댕댕이를 쓰다듬는 것이다. 대부분 점잖게 걷고 있는 캐나다의 댕댕이들 중 아직 아기이거나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면 내게 다가와주기도 하는데 그런날엔 견주에게 묻고 한번 쓰다듬는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 산책하기 전 오늘은 한번 만져볼 수 있을까?하는 설렘이 있다.


한국에서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느냐 하면 그렇진않다. 자라면서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고 가까이에 강아지가 있었던 적도 드물다. 남편은 어릴 때 시골에서의 무서운 개가 트라우마로 남아 큰 개를 무서워한다. 그런 우리가 작년 6월부터 밴쿠버에 살다보니 종종 개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밴쿠버에 도착해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낀 점은 어딜가나 개와 함께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도 공원이나 길에서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종종 봤지만, 밴쿠버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와 함께였다. 특히 대형견들이 많았다. 익숙한 리트리버나 허스키, 사모예드 뿐만 아니라 버니즈 마운틴 도그, 개에 대해 잘 모르면 사냥개 라고 인식하는 그레이 하운드, 셰퍼드, 핏불테리어 등 다소 무섭게 생긴 아이들까지.


처음에는 좀 무서웠다. 한국에선 만나기 어려운 큰 개들이 근처에 있으니까. 그런데 이내 무서움은 다 사라지고 그들의 모습을 자주 즐겁게 바라보았다. 트라우마가 있던 남편도 곧 두려움이 다 사라졌다. 우리가 겁이 없는 사람들이여서가 아니다. 캐나다의 반려견 문화 때문이다. 개와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뭘 지 생각해봤다.


먼저, 강아지였을 때부터 단호하게 교육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개들이 왜이렇게 점잖은지, 크기가 큰 개들은 성격이 더 차분한걸까 궁금했는데, 몇달 더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길을 걸을 때 견주들은 항상 줄을 짧게 잡고 사람이 걷는 반대쪽으로 개가 걷게 했다. 개끼리 마주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개들이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경우가 없었다. 짖는 경우도 거의 없다.

아기 강아지들은 멀리서 봐도 아기인 것을 알겠다. 발랄하고 산만하다. 이곳 저곳 냄새를 맡고 뒤뚱뒤뚱 깡총 깡총 뛴다. 너무 귀여워서 근처에 가면 견주들은 줄을 짧게 잡고 간식을 이용해 훈련을 시킨다. 부르면 견주 옆에 앉게 하고 집중하게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주변의 사람이나 동물에게 갑작스럽게 달려들지 않도록 교육하니 자라면서 그럴 일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종종 가까이에 오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개를 쳐다보고 있으면, 견주는 미소지으며 개의 이름을 알려준다. 쓰다듬어도 되냐고 물으면 (Can I pet her/him? 라는 표현을 쓴다.) 좋아하고, 내가 쓰다듬을 때 개는 웃고, 그러면 견주는 개를 칭찬한다. 늘 Good boy~ Good Girl~ 라는 표현을 듣는다. 행복한 개와 착하고 예쁜 자신의 개를 바라보며 무척 흐뭇하고 행복해 하는 견주를 자주 본다.


그리고 또, 개들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개도 사람도 함께 사는 데 스트레스가 없다.

어떤 공원엔 개가 무척 많았다. 어떤 바다엔 뛰노는 개들의 발자국이 촘촘했다. 여기엔 개들이 왜이렇게 많을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대부분의 공원과 산책로, 해변마다 목줄이 의무인지, 풀어도 되는지(Off leash)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고 오프리쉬 해변이나 공원엔 더 많은 개와 반려인들이 모였다. 목줄을 풀어도 되는 장소가 많아서 밴쿠버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걸어다니는 우리는 자주 뛰노는 개들을 볼 수 있었다.


캐나다체크인을 보니 견주들은 이효리와 만난 개를 데리고 개가 가장 좋아하는 공원에 함께 간다. 그곳에서 목줄을 풀자 이효리는 목줄을 이렇게 풀어도 되냐고 묻는다. 개들이 뛰노는 바다에서는, 제주도에 이런 해변이 있으면 참 좋겠다 부러워한다. 한국에서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나는 몰랐다. 늘 개와 함께 하는 이효리가 그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며 마음껏 뛰노는 밴쿠버의 개들이 얼마나 행복할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아침 일찍 넓은 공원엔 공던지기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국자같이 생겼는데 막대 부분이 1미터 정도로 긴 걸 들고있어서 뭔가 봤더니, 공을 멀리 던지는 도구였다. 사람 팔보다 2배 정도 긴 그 막대 끝에 공을 담아 던지면 공이 무척 멀리 날아간다. 그러면 개는 신나고 빠르게 달려 공을 물어온다. 운동량이 충분하다 못해 넘칠 것 같다.


오프리쉬 해변에서는 나뭇가지를 바다에 던지고 개들은 풍덩 풍덩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해 나뭇가지를 물어온다. 몇번이고 반복하고 푸드덕 푸드덕 물을 턴다.

하이킹을 가면 반려견 동반 트레일인 곳이 많다. 표지판을 보고 그런 트레일을 걸으면 날 쎈 개들과 함께 빠르게 걷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와 신랑은 늘 그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개와 함께 오는 사람들이 뒤에 있으면 길을 양보한다.

캠핑을 가면 모닥불이나 텐트 앞에 편안히 늘어져 있는 개들이 많다. 차분하고 편안한 그 모습을 보면, 이 개들은 가족들과 캠핑장에 오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전 중에는 늘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바람을 느끼고 있는 개들을 본다. 어딜 가나 개를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개들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식당에는 개를 묶어둘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개들은 유리창 안에서 식사하는 주인을 보며 얌전히 앉아있는다.

공원에는 배변봉투함이 설치되어 있다. 아무나 필요하면 배변 봉투를 뽑아서 쓰면 된다. 그리고 어느 트레일이나 쓰레기통이 2개씩 있다. 일반쓰레기통과 개의 배변봉투를 버리는 쓰레기통이다.


그러니까, 밴쿠버의 문화는 반려견과 함께 하는게 당연한 문화이다. 어딜가나 당연해서 새삼스럽게 인식할 필요조차 없는.


밴쿠버는 자연친화적인 곳이다. 내가 사는 기숙사 현관 앞에 라쿤이 찾아오고 집 앞 바닷가를 걸으면 물개들을 본다. 산에는 곰이 살고 캠핑장에도 곰이 산다. 부산같은 기후 덕분에 겨울을 나러 흰머리 독수리들이 찾아온다. 캠핑장의 호수에는 수달이 같이 수영을 한다. 이런 곳에 사는 개들은 가족들과 함께 이런 바다와 산과 풀과 흙을 당연하게 누린다. 마음껏 자연 속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뛰놀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행복한 개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도 행복으로 가득 찬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마음이 무척 좋다. 웃는 얼굴의 개와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의 개를 바라보는 주인들을 매일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귀여워 하는 내 눈빛을 알아보고 미소 짓는 사람들을 보면 그 마음에 뿌듯함이 차오른다는 것을 알겠다. 산책하는 시간동안 다른 가족들의 평온과 기쁨을 본다.


이런 시간을 보내다가 캐나다 체크인을 보니, 오며가며 마주치던 개의 가족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의 개가 예전에 자신을 구조하고 돌봐준 이효리를 알아보고 반가워 할 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눈물지었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고, 우리 개를 구해줘서 고맙다며 포옹을 했다. 이효리는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개들의 어린 시절사진을 선물로 준비해서 주었다. 그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개들을 보며 자꾸만 울었다. 행복해서.


밴쿠버의 반려견 문화는 사랑의 문화이다. 어떤 존재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문화. 사람과 개가 함께 어떤 스트레스도, 어떤 불편도 없이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문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마땅히 해야할 일을 다하고, 필요한 선에서의 제한을 하고, 충분할 만큼의 자유를 주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존중하며 함께하는 문화.


이곳에서 개와 함께 하는 삶의 충만한 행복을 엿본 나와 신랑은 그런 삶을 종종 그려본다. 한국에 돌아가면 개를 키울까? 하지만 이내 많은 걱정들이 생긴다. 우리가 돌아가면 아파트에 살텐데. 개가 짖으면 이웃에 피해가 갈텐데. 오프리쉬 공원이 거의 없어서 신나게 뛰놀지 못할텐데. 늦도록 야근하면 개는 집에 혼자 있어야 할텐데. 애기가 태어나든 애기가 없든 주변 어른들이 나무랄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가 아닌 집에 살고, 4시에 퇴근하고, 개와 함께 어디든 걷고 뛰는 밴쿠버에서 어릴 때부터 개와 함께 하는 삶을 나와 신랑이 똑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다른 존재와 함께 하는 삶이 주는 커다란 행복을 많은 사람이 누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한 생명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함께하는 삶,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서 불편은 줄이고 행복을 키우는 건강한 반려견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성숙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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