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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Jan 31. 2024

매일 지키지 못했더라도 지속할 것

사람 그리기 연습 -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

  작심삼일. 결심이 오래 가지 않고 금방 흐지부지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마음 먹은 것이 삼일 이상 가지 않는 일은 너무 잦아서 유난히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작심을 계속 하면 다른 얘기가 된다. 마음을 계속 계속 먹으면 계속 계속 지속할 수 있다. 꽤 오래 전에 금연을 시작했던 회사 동료가 그런 말을 했다. 금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의지보다는 쿨한 마음이라고. 어느날 담배 생각을 참을 수 없어 한 개비를 피웠을 때 "난 멍청이야. 의지 박약이야..제대로 하는게 없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피웠으니 다시 안피우면 되지 뭐~" 하고 쿨하게 지나가야만 그나마 금연에 가까워질 수 있다 했다. 금연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모르는 나는 무슨 헛소리냐며 웃었지만, 그 이후 식단 관리를 할 때나 운동 습관을 들일 때, 영어 공부를 할 때처럼 의지력이 필요하지만 어려울 때마다 오래된 스승의 가르침인 양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어차피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한번에 마음 먹은 것을 다 이룬 적은 없다. 그렇다면 나의 작고 소중한 의지력을 보듬어주고 추켜세워 천천히 지속할 수밖에. 중간에 완전히 놓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1월 3일 수요일에 어반 스케치 모임에 나갔다가 내 그림이 맘에 들지 않아 브런치에 매주 그림 그리기 연습하는걸 연재하기로 결심한지 벌써 4주가 되었다. 4주차인 이번 주에는 사실 그림을 이틀밖에 그리지 못했다.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발표를 준비하느라 평소보다 조금 바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30분의 시간은 얼마든지 꺼낼 수 있었다. 의사 만나기 힘든 밴쿠버에서 병원에 가느라고 정신이 없었긴 했지만 최강야구 보고 핸드폰 하던 시간은 많았다. 주말 아침 이번주에 한번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아차! 그림을 새까맣게 잊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자책이 아닌 쿨한 마음이다. 수요일에 브런치 연재글을 올려야 하니까 그전까지 뭐라도 그리면 된다. 이번주엔 한명 한명을 따로 그리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들이 한 그림에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비율을 맞춰 그려보는 주였다. 운동 겸 캠퍼스를 빠르게 걸으면서 그림 그릴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다. 팔짱 끼고 걷는 부부, 유아차를 밀면서 강아지에게 공을 던져주는 아저씨, 함께 달리기 하는 남녀와 강아지, 3대가 산책 중인 대가족. 그림 그릴 소재를 찾다보니 주말 오전의 캠퍼스에서는 산책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새삼 발견했다. 그리고 내가 그림에 담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좋은 풍경이나 일상 속에서 함께 하는 순간의 즐거움과 고요한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찍어온 사진들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데 역시나 어려웠다. 그래도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터 앱으로 디지털 드로잉을 하면 실행 취소도 되고 지우기도 쉬워서 한 사람을 그린 후 옆에 다른 사람을 그릴 때 비례가 맞지 않고 어색하면 다시 고민해서 그릴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한참을 끙끙거리며 그림을 그리니 근력 운동을 한 듯 열이 올랐다.  그림 그리는 게 아직 당연한 습관이 되지 않은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관찰하고 손으로 옮기느라 집중을 많이 하고 땀이 난다. 그러니 바빴던 날엔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고 예능 보고 핸드폰만 보고 싶다. 그렇지만 안다. 2주 동안 연습해서 지난 주에는 눈 내리는 날의 다정하고 순수한 모습을 마음에 들게 그릴 수 있었으니, 여러 사람을 한 화면에 담는 것은 또 다시 너무 어렵지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그리 멀지 않아 나아질 것이라는걸.

주말 오전의 사람들



  나아가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저 하루 하루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그 과정이 느리고, 어떤 날엔 게을렀더라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오래 보아온 나는 더디더라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늘 가까이에 두는 사람이다. 세상을 구하는 중인 것도 아닌데, 며칠 빼먹었어도 다시 그리면 된다는 쿨한 마음으로 이번주도 지나쳐본다.


지난 여름 알루엣 호숫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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