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해부학 251 ~ 260
251.
절대 손실 상태에서 어퍼컷·한방·역전을 노려서는 안 된다. 이게 생존의 법칙이다. 의도한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고 난타전이 예상되거나(가속도가 붙지 않고, 강하게 쳐 주지 못하면), 들어갔다가 한두 번 잽을 맞으면 어퍼컷으로 역전을 노리지 말고 재빨리 벗어나서 재차 호흡을 가다듬고 간격을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심법이 성공의 잣대다. 그렇지 않고 역전을 노리고 버티게 되면 8할의 심리가 꼬이게 되고, 원칙이 허물어지게 되고, 무엇보다도 나쁜 습관에 통통한 살을 보태게 된다. 투자는 섣불리(이 성급함을 극복해야 하고, 성급함이 빠져나간 자리에 기다림이 자리해야 한다) 덤비지 말고 간격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급소를 노려야 하고, 간격을 좁히고 들어갔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다시 물러서서 호흡을 유지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252.
따라가고 싶어 안달하는 자리가 고점일 확률이 훨씬 높다. 철저하게 곡선을 그리는 파동처럼 진입과 청산의 반복이어야 한다. 미친 듯이 더 갈 것 같은 자리에서 매매를 세우면 높은 확률로 참 잘한 매매가 된다. 파동은 붙이고, 다시 떨 주고 제 갈 길을 가야만 하는 철저한 곡선이므로 한 파동을 재차 보내고 진입점을 찾으면 참 잘한 매매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보유 시간을 줄이고 쉴 때 충분히 쉬어줘야 하고, 부족한 매매가 되어야 심리가 편안한 쉬운 매매를 반복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방파제에서 파도가 부딪치면서 깨어지듯 파동은 앞고점과 앞저점에서 확률적으로 깨어지면서, 방파제를 넘은 파도는 다음 방파제까지 거침없이 나아가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가는 투자자의 자질은 기법적 관점이 아니라 철학적 문제다. 자꾸만 비뚤어진 욕망에 이끌려 선취매를 하는 건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이고 태어남의 궁극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인격적 문제다.
253.
‘인간은 시각적인 면에 너무나 취약하다.’ 이것이 상승 파동이 이어지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매수점만 찾게 되는(추격과 꽂힘의 근본적인 이유) 보통의 인간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파동은 등락하면서 끊임없이 곡선이 그려지는 게 당연하지만, 인간의 보이는 것에 심리가 합쳐져 꽂히게 되는 이 괴리가 대다수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파도를 보라! 그렇게 그려지는 게 파동이다. 고점 부근에서 매수를 거듭하면 낮은 확률을 반복하는 바보가 되고, 저점 부근에서 매수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고점에서 갈 것처럼 아무리 붙여도 홀로 고독하게 파동을 그리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람도 앞에서 보이는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면을 봐야 하듯이 파동도 지금 눈앞에서 갈 것처럼, 붙이는 모습이 아니라(실상은 거꾸로 양봉 매도와 음봉 매수가 기본이고 이는 눌림목 매매와 같다) ‘크게 크게 보면서’ 전날에 이은 큰 흐름 즉 유리한 방향으로 던져야 한다.
254.
아지랑이처럼 생각이 스멀스멀 머리를 들기 시작할 때 단칼에 쳐내지 못하면(손절을 빼고 싶은 유혹을 단칼에 자르지 못하면) 안개는 금세 자욱해지고 시야는 좁아지고 원칙도, 파동도, 유리한 방향도 안개에 가려 사라지게 된다. 아주 협소한 시야밖에 확보가 되지 않기에 한참을 안개 속에 갇혀 꽂힘과 버티기로 일관하다 안개가 그치면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집을, 곳간을 짓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고, 농사를 짓기 위해서도 비옥한 땅이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의 그 땅이 바로 흔들리지 않고, 안달복달하지도, 연연하지도 않고 성급하지도 희망에 달뜨지도 않는 ‘조금씩’ ‘크게 크게’ 보는 여유롭고 덤덤한 마음이다. 그 위에 원칙이란 곳간을 조금씩 지어 갈 수 있고 선순환의 시간만큼 ‘크게 크게’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된다(‘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255.
길들어져 있지 않은가? 자문하고, 반문하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길들어짐에 익숙한 본성에 머무는 자가 하수이고, 본성의 알을 깨고 비상하고 있는 자가 상수이고, 인간의 나약함을 넘어 끊임없이 비상하고자 했던 니체의 초인이다. 이미 익숙해지면 한없이 갈 것처럼 붙이는 파동에 돼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만 부리다가, 꺾이면서 또 다른 시작점이 나와도 아주 한참 동안 메뚜기처럼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손절을 빼고, 물을 타면서 온몸으로 버티는 게 범인(凡人)이고, 박스에서는 한없이 순한 양이 되었다가(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일희일비하다가), 당연히 그러다가 지치면 토끼처럼 상·하단에서 따라다니다가 막상 고속버스는 출발하는데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후회와 아쉬움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게 범인(凡人)이다. 익숙함이, 익숙함에 대한 그 착각이 터무니없는 욕심(고점 매수와 저점 매수라는 최악의 추격)을 낳고, 두려움(박스에 익숙해지면 추세에서 튕길 수밖에 없는, 박스 보지 않는 눈을 살 수밖에 없는)을 낳는다. ‘인간은 시각적으로 취약하기에 금방 익숙해지고, 이미 보인 후에야 알아차리게 된다.’ 하수는 터무니없는 생각에 이미 꽂혀 있거나, 시각적으로 확인되면 금방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또다시 꽂힘을 낳게 되고, 시각적으로 확인되기 이전에는 의심의 눈초리로만 바라보다 남들도 다 알아차릴 때쯤에야(이미 늦었을 때, 추격 자리만 남았을 때, 알아차려도 늦었기에 가격에 꽂혀 버티게 된다) 늦게 눈치채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상수는 이러한 인간의 시각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파동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이다. 시골 들녘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고도 많은 시장에서 당연한 실패들로 점철된 고행(苦行)의 과정이 값진 교훈이 된 상수에게는, 파동의 본질을 이해한 군자(君子)에게는 현상만이 남게 되지만, 도(道)라고 부를 수 있는 이곳에 이르지 못한 범인(凡人)에게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꽂혀 어떠한 현상의 본질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욕심만이 영원히 남아 있을 뿐이다. 비록 범인(凡人)이지만, 군자(君子)가 되는 과정의 고행(苦行)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고, 비록 하수이지만, 상수가 되는 과정의 반복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하수는 고점 매수와 저점 매도 자리에서만 기다려도, 중수는 박스에서만 기다려도, 상수는 급등락장에서만 기다리면 잃지 않는 불멸로 가게 된다. 그리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소리(noise, 고점과 저점에서 붙이는 파동)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심리를 꽈배기로 만들어 버리는 박스)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심리를 뒤틀리게 하는 급등락 파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파생 밤바다의 유일한 등대인 자신만의 원칙을 여유롭고 덤덤히 지켜나가는 시장에서의 유일한 생존 동물)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한다.
256.
역전을 노리지 마라. ‘섣불리든 제대로든 들어갔다가 시장의 잽을 맞고 손실 상태에 있을 때는 절대 역전 어퍼컷을 노리지 마라.’ 물러나서 호흡과 간격을 다시 유지하면서 재차 기회를 엿보든지 이번 경기를 포기하든지 선택해야 한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만, 감정이 엉켜서 아무것도 아닌 한 번에 치명상을 입으면 방법이 없게 된다. 불리할 때 얼마나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느냐가 심리의 관건이 된다. 평가 수익은 정말 기분이 좋은 대신에 챙기지 않고 멍하니 즐기다간 시장의 강력한 어퍼컷을 맞고 ‘줘도 못 먹고 뺏기게 되면’ 심리가 휘청하게 되고 뇌동으로 이어질 엄청난 위험을 안게 되므로 ‘전체 파동의 반만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챙기면서 가야 오래간다. 못 챙겨서 강력한 후회의 늪에 빠지는 것보다는 아쉽지만 그래도 곳간을 조금은 채운 그 느낌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한두 대 맞았을 때는 얼마든지 잽싸게 빠져나올 수 있지만, 오기나 아집으로 버티다가 크게 제대로 한 방 맞게 되면(손실이 커지게 되면) 빠져나오고 싶어도 이미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되고 극단의 확률 역전 어퍼컷을 노리다가 끝장 매매로 비명횡사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덤벼들다가 치명상만 입지 않을 수 있다면(손실 상태에서 짧게 빨리 벗어날 수만 있다면) 끊임없이 진입점이 만들어지는 파동의 이치(수렴과 발산의 반복이고 마루와 골이 끊임없이 파장을 만드는 현상을 지속할 뿐이다)를 온몸으로 깨친다면 무모함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오랜 세월 시야를 가렸던 생각과 욕심의 안개도 그치기 시작할 것이다.
257.
파동에서 한 파장(마루에서 마루, 골에서 골)이 만들어져야 낮아진 고점이, 높아진 저점이 되고 재차 진입점이 된다. 그러므로 어렵고 애매하고 이상한 자리를 걸러낼 수 있는 기다림이 성공의 밑바탕이 된다. 초기 진입점을 놓치면 재차 기다려야 해 볼 수 있는 마루(파동의 고점)나 골(파동의 저점)이 재차 만들어지게 된다. 마루와 골의 시작점에서 진입점을 놓치면 다음 마루와 골까지 한 파장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파동은 직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파장을 만들면서 가는 곡선이다. 마루와 골 부근의 시작점에서 진입해야 심리가 편하게 되고, 진동의 중심 부근에서 진입하면 불편하게 된다.
258.
‘파동은 끊임없이 파장을 만들면서 수렴과 발산을 반복한다.’ ‘파동을 그린다는 의미는 한 파장이 완성되는 다음 마루와 골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한 파장을 기다리면 높아진 저점과 낮아진 고점이 재차 만들어진다.’ 이 파장의 개념을 이해하고 ‘곡선 개념’을 이해하면 마루에서의 매수와 골에서의 매도 즉 고점 매수와 저점 매도와 같은 무모한 추격을 하지 않게 되고, 비로소 진입 이후 무작정 한방·어퍼컷·역전·기도·버티기에서 벗어나 파동의 파도를 타면서 진입하기·챙기기·자르기·갈아타기·쉬어가기가 가능하게 된다. 파동의 정석은 무턱대고 예측과 선취매도, 더 갈 것 같아서 추격도, ‘이제는 다 왔겠지’ 역진입도, 박스 한가운데도, 원칙으로 정한 선과 이격이 많은 자리도 아닌 ‘양봉 매도와 음봉 매수’ 즉 ‘마루에서의 매도와 골에서의 매수’다.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파장은 기다리라고, 챙기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259.
이익이 나면 챙기면서, leverage를 줄이면서 다음 수를, 내일을 기약해야 하고, 반대로 손실이 나더라도 leverage를 줄이면서 절대 역전을 노리지 말고 다음 수를,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조금씩’ 가야지만 잃지 않는 매매가 가능하고, ‘크게 크게’ 보아야 쉽고 편안하고 단순한 반복이 가능하다. (성급함을 기다림으로만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익이 났을 때(내가 이익이 난 크기만큼 위험도 커져 있으므로) 욕심을 줄이고, 손실이 났을 때(그 크기만큼 강력한 추세의 위험이 존재하므로) 만족하면서. leverage를 줄이면서 다음 수를 기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는 심리 게임이고, leverage가 커지면 그 크기만큼 심리가 약해진다.
260.
성급하게 마루에서 매수하거나, 골에서 매도해서는 확률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쉬워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구간이 있고, 과감하게 던져야만 하는 구간이 있다. 이걸 깨치고 행하는 건 인간 본성에 다가서는 문제다. 앞 파동이 주는 착시 효과로 재차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마루와 골이라는 안전한 진입점을 기다리지 못하고 추격하는 건 인간 본성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깨침을 이루기 전에는 극복하기 참으로 어려운 인간의 본성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 인해 매매 횟수가 늘어나게 되지만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확률이 훨씬 높고, 잃게 되면 만회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 인해 매매 횟수가 늘어나거나 혹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배포가 커지게 되지만 손실이 늘어날 확률이 훨씬 높다.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할 줄 알아야 하고, 빨리 끊고 다음 수를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