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해부학 261 ~ 270
261.
손실이 많이 나는 이유는 자꾸만 손이 가는 반대 매매니까 그냥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반대 매매는 새우깡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 반대 매매는 투자자에게 독이 든 새우깡과도 같다. 자꾸만 손이 가는 눌림과 반등이라는 새우깡은 대응이라는 백신을 맞은 상수(上手)의 주전부리고 간식이다. (백설 공주는 독이 든 사과를 먹어도 구해 줄 왕자가 있지만, 우리 삶은 동화가 아니고, 독이 든 새우깡은 금방 잠들지도 않고. 그것을 살 돈이 없을 때까지 손이 가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다) 대응이 되지 않는 하수(下手)에게 새우깡은 만인의 마음에 잠들어 있는 뇌동을 깨우는 독이다. 알면서도 당연히 손이 가겠지만,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극복해야 한다. 군중의 성급함이고, 터무니없는 희망이다. 양방향을 다 먹으려고 하니까, 끝에서 잡으려고 하니까 (욕심에 눈이 멀게 되니까) 매매가 어렵고 애매하고 이상해지는 것이다. 원칙으로 정한 그릇만큼만 먹어도, 끝에서 잡지 않더라도 충분한데 말이다.
262.
한 파장이 완성되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꼭대기 마루에서 매수로 따라가면 시장의 ‘마수(마루에서의 매수, 고점매수)’에 걸려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고, 성급하게 골짜기 골에서 매도로 따라가면 ‘골도(골에서의 매도, 저점매도)’에 갇혀 골로 가기 십상이다. ‘마수’와 ‘골도’ 그리고 추세에 맞서다 강하게 뒤통수를 맞고 꼬꾸라지게 되는 ‘역린’만 경계하고 피한다면 잃을 이유는 크지 않다. 첫 번째 파동에서 진입하느냐? 한 파동 보내고 다음 마루나 골에서 진입하느냐? 이게 전부다. 한 파장이 완성되는 자리에서 추격하지 않고 역진입만 하지 않으면 이게 전부다. 반대로 매매해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 한두 번으로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역진입해서 추세를 만나면 (손실이 커질수록 오히려 가격은 더 싸게 보이게 되므로) 보통 내공으로는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므로 아예 안 하는 게 맞고, 내공이 쌓이면 이게 된다.
263.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절의 규칙을 따를 수 없다면 절을 떠나야 한다. 시장의 규칙(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지킬 것)을 따르지 못한다면 시장을 떠남이 백번 천번 옳다. 제대로 된 원칙을 세울 만큼 복기와 반복의 과정을 거쳤다면 그에게는 커다란 탄탄대로가 놓이게 되지만, ‘예측에 의한 선취매’ ‘마루에서의 매수와 골에서의 매도 추격’ ‘고점이겠지. 저점이겠지.’ 역진입하면서 앞길은 급격하게 좁아지게 되고, ‘손절은 빼고’ ‘‘대응조차 하지 못하기에’ 앞길은 언제 절벽 아래로 추락할지 모를 험로가 된다. 절의 규칙을 따르지 못하는 중은 떠나야 하듯이 시장의 규칙대로 대응하지 못하겠거든 진입하지 않아야 한다. 주어진 자유가 방종이 될수록 다하지 않은 책임의 크기만큼 소중한 돈을 잃을 뿐이다.
264.
강하게 붙일 때 아직도 가슴이 뛰는가? ‘조마조마’ ‘콩닥콩닥’이 아니라 힘의 세기가 감각으로 느껴져야 한다. 자꾸만 나를 두고 갈까 봐 예측대로 될까 봐 아직도 가슴이 뛰는가? 예측으로 잃지 않아야 하고, 선취매로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원칙으로만, 그만큼만 먹어야 한다. 마음의 바다 위 밤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그 별들은 아름답게 ‘선취매 하라고, 추격하라고, 역진입하라고, 박스에서 이제는 갈 거라고, 더 갈 거니까 따라붙으라고’ 그렇게 유혹하고 있다. 파동을 그려야만 하는 이유는 마루와 골에서 따라가지 않기 위함이고, 앞고점과 앞저점을 깨지 못하는 파동의 급소를 보기 위함이다. 결국은 앞고점과 앞저점을 뚫었는지 (그래야 공간이 확보된다) 이게 파동 진행의 요체이고, 뚫지 못하면 쌍을 이루게 됨으로써 매물대가 두터워지게 되고, 앞고점과 앞저점 근처가 진입 불가 영역인 이유도 뚫은 이후의 눌림과 반등을 보기 전에는 먹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265.
어렵고 애매하면 ‘이 구간은 한 파동 보내야지.’ 보낼 줄 아는 심리가 바탕이 되어야 원칙을 지킬 수 있고, 잃지 않으면서 위험하지 않은 매매가 가능하게 된다. 고점과 저점을 깨지 않고 앞고점과 앞저점에서 지지나 저항이 되면 확률적으로 믿고 가야 한다. 앞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내려오면 그냥 매도점을 찾고, 앞저점을 붕괴하지 못하고 올라오면 그저 매수점을 찾는 게 파동의 급소를 찌를 확률이 높다. 파동을 그린다는 게, 기다렸다가 급소를 찌른다는 게 이것이다. 시각적으로 눈에 확연하게 들어온 마루에서의 매수와 골에서의 매도만 하지 않아도 크게 잃을 수가 없다. 더 갈 것처럼 붙이는 마루와 골이 바로 호랑이굴이다. 기계적으로 손이 나가는 자리를 만들고 반복해야 하지만, 생각이 들어가므로 기계적인 매매가 되지 않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다. 인생사가 그렇듯 원칙을 지켜나가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다.
266.
뇌동은 손실을 짧게 자르면서 후회를 극복했을 때야 헤어질 수 있고, 큰돈은 이익을 길게 가져가면서 아쉬움을 극복했을 때야 만날 수 있다. 손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으로 짧은 손절이 일상이 되어야 하고 후회를 극복해야 하며,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가득 찼을 때의 아쉬움이 일상이 되고, 또 다른 후회를 극복해야 한다. 진입이나 청산의 가부와는 상관없이 어차피 아쉬움과 후회의 연속이고, 매매가 거듭될수록 미련은 덩어리가 되어간다. 자꾸만 봄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되는 인생사가 그렇듯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연속일 수밖에 없는 후회를 극복하고자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267.
원칙은 창이자 방패다.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을 믿고 두려움을 이기고 과감하게 시장을 향해 돌진해야 하고,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패에 몸을 숨기고 성급하게 달려들지 말아야 하는 모순(矛盾)이다. 이게 투자자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해서 퇴출당하는 게 아니라, 본전을 지키지 못해서이고 그것을 단기간에 되찾겠다는 무모함으로 매몰차게 내쳐지게 된다. 시간은 실력을 쌓게 만들고, 그 실력은 원칙을 담금질하기에 투자자는 수익을 탐하기보다 잃지 않는 데에, 수익보다 원칙을 지키고 모순을 담금질하는데 온몸을 던져야 한다.
268.
봉위수기(逢危須棄)와 사소취대(捨小就大) 역전을 바라지 마라. ① 손실 상태에서 역전을 바라지 말고, 최대한 빨리 끊고 최대한 많이 쉬어야 하고(봉위수기(逢危須棄) 상대방이 강한 곳에서는 부담되는 돌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위기에 처하면 모름지기 버리라’), ② 조정 구간에 역진입해서 절대 추세 역전을 바라지 말고 짧게 챙기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사소취대(捨小就大) ‘작은 것은 탐하지 말고 버리고 큰 것을 취해야 한다’). 추세 역전을 꿈꾸면서 역진입하다 역전패당하기에 십상이고, 꿈꾸는 역전은 나쁜 습관을 실어 나르는 투기판의 기차역에 불과하다. 손실 상태에서 역전을 기대하지 말고 재차 기다려서 만회하고, 이미 떠나 버스를 막아서지 말고 재차 기다려서 가는 방향으로 올라타면 된다.
269.
성급함과 희망이 실점의 빌미가 되고, 그 실점을 만회하고자 하는 더 큰 성급함과 희망은 대량 실점의 도화선이 된다. 기다리고 대응하면서 수비에 치중하고 공격 기회를 노리는 건 모든 경기의 불문율이다.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는 대표적 이유가 바로 ‘가격 측면의 이점(역진입)’과 ‘시각적인 편안함(추격)’에 이끌린 매매를 하기 때문이고, 인간의 본성이 기다리면서 추세 추종한다는 게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다. 반복하면 필패인 조정 구간에서는 큰 시세를 기대하지 않고, 인간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대상인 작은 것은 버리면서, 자리가 잡히면 반드시 만들어지고야 마는 큰 파동을 취해야 한다. Y축(가격)만 보는 게 뇌동이고, 인간의 본성에 복기와 반복, 값진 경험으로 X축(시간)을 더해가면서 세워지고 지켜지게 되는 게 원칙이다. 원칙은 자제력이고, 실력이다. 시간은 생각하는 이상으로 훨씬 빨리 흐른다는 것을 상수는 알고 있기에 여유롭고 덤덤하다. X축을 이해하면 기다리면 자리가 나온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게 된다.
270.
“내 생각에 가르칠 수 있으면 정답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내 마음이 어떻든 사랑한단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가슴을 열어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경지를 봐야 주식 투자하면 안 망하는 경지가 된다. 돈 벌지 안 벌지는 모른다. 나는 벌 자신은 없는데 망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버는 거는 시장이 받쳐줘야 한다. 시장이 나빠져도 망하지는 않으니까 나는 이제 비늘을 본 거다. 아직도 몸뚱이는 못 봤다. 여기까지 오는데 17~18년 걸리더라. 그것도 목숨 걸고 해서 그 정도다.” <시골 의사 박경철>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아무와도 다투지 않고 무엇을 억지로 하는 법이 없다. 그렇게 흐르는 물처럼 계속해서 머리와 꼬리를 내어주면서 마침내 원하는 만큼의 몸통을 취하는 게다.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머릿속 저울은 인제 그만 내려놓고 파도가 출렁이는 해변에서 벌거벗고 춤추면서 파도를 즐기는 게다. 위아래 어디로든 동행하는 게고, 가다가 파동이 꺾이면 꺾이는 대로 돌아서 가면 되고, 재차 쌍을 이루는 자리에서는 돌아가면서 그저 돌고 도는 파동 안에서 유영하는 게다. 돌고 돌아 기본으로 돌아오듯 파동은 그저 돌고 도는 물과 같음을 돌고 돌아서 깨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