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해부학 271 ~ 280
271.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야,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어야 한 송이 국화꽃이 피는 게 자연의 이치이듯이 파동도 화려하게 발산하기 위해서 또 그렇게 응축하는 것이다. 나를 데려가지 않기 위해서 파동은 그렇게 갈듯 말듯 힘을 모았나 보다. 나만 두고 갈 것 같아 괜스레 나만 그렇게 애를 태웠나 보다. 일봉의 위꼬리에는 개미가 피가 묻어있고, 아래 꼬리에는 개미의 한이 서려 있지 않겠는가! 언제든 만들어질 그 꼬리에 우리의 피를, 우리의 한을 남길 수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272.
시장의 왕좌는 챙기면서, 한 파동을 보내면서 시장과 호흡을 맞춰가는 자의 몫이다. 박스 흐름에 갇혀 버리면 (경험 많은 투자자라면 알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강인한 원칙에의 의지도 시간 앞에서는 서서히 무력해지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의지는 이상한 생각에의 의지로 돌변할 수 있다. 아무리 강한 권투 선수도 라운드가 거듭되고 체력이 떨어지면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난타당하는 법이고, 권투 선수가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의 시합에서 간격을 유지하지 않고 이길 방법은 커다란 행운에 기대는 것일 뿐이다. 매매 횟수를 줄이면서 부딪치면 챙기고 애매하면 한 파동을 보내야 하는 건 투자자의 숙명과도 같다.
273.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해야 할 것들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뭘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강조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조종사들은 알고 있다. ‘저 장애물에 박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박게 된다는 것을’ ‘그렇게 되면 장애물에 집중하게 되니까’ 스키 선수들도 알고 있다. ‘나무에 박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나무에 박게 된다는 것을’ ‘나무를 피해. 나무를 피해’라고 생각하면 나무밖에 보이지 않게 되므로 ‘길을 따라가, 눈길을 따라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길에 집중하면 나무가 안 보이고, 나무 사이가 사실은 넓다는 게 보이게 된다. 투자에서도 수익을 내겠다는 데에 사로잡히게 되면 숲은 보이지 않고 눈앞의 나무(현재가 근처)만 보이게 되지만 (가격의 흔들림에 온 신경을 쏟게 되지만) 한걸음 물러설 수만 있다면 여유로움이 더해지면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비로소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또한 투자자는 우리 뇌가 부정의 개념은 약하므로 부러지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의지를 세움에 있어 ‘추격하지 말자’가 아니라 ‘원칙으로 정한 자리를 기다리자’가 되어야 하고, ‘뇌동하지 말자’가 아니라 ‘원칙으로 정한 대로만 매매하자’가 되어야 한다.
274.
파동은 마냥 직선 주로만 달릴 것 같지만, 금세 곡선 주로를 만나게 되는 이어달리기와 같다. 투자자는 마냥 갈 것 같지만, (항상, 대부분 붙여놓고 반대로 간다) 챙기면서 곡선 주로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간격을 유지하면서, 직선 주로가 시작되는 자리에서 달려보고, 끝자락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현명하게 이어서 달리기 위한 노력이 파동이나 마음가짐에 대한 반복과 복기다. 만인이 수익을 내고 싶어 하고, 그것도 빨리 내고 싶어 한다. 만인이 나만 두고 갈 것 같아 애를 태우지만, 파동은 만인을 데려가지 않기 위해 갈듯 말듯 에너지를 응축한다. 가슴에 손을 얹어서 자신의 맥박이 빨라지면 보낼 수 있는 자가, 이토록 자신의 심리에 충실한 자가 살아남는 강한 자가 된다.
275.
대부분은 한 파동 오르면 한 파동 내리는 등락장이고, 두 파동 오르면서 한 파동 내리는 게 추세장이다. 즉 횡보장도, 등락장도, 추세장도 곡선이다. 파동은 단순히 등락할 뿐이라는 단순한 잣대로 접근할 수 있어야, 붙이고, 떨 주는 게 아쉽고, 미련이 남는 게 매한가지라는 편안한 심리로 접근할 수 있어야 심리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매매가 된다. 아무리 파고들어도 ‘디테일의 악마’를 만날 뿐이고, 확률 게임의 복잡계와 불확실성을 반복해서 만날 뿐이다. 확률 게임을 이해해야 확률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자신만의 단순한 잣대여야 반복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은 감히 내가, 잠시 머물다 떠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다짐으로 현상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다. 파동이 너무나도 그렇다.
276.
‘저기서 했으면 얼마야.’ ‘가는데. 해야 했는데 했으면 얼마야.’ 인간이면 누구나 사로잡히게 되는 소유욕으로 인해 심리를 뒤흔드는 자기 안의 자기가 제일 무섭다. 이렇게 시장은 우리의 심리를 무너뜨리면서 돈을 조금씩 빼앗다가 댐의 조그만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크게 빼앗아 가는 구조이므로 우리는 크게 크게 보아야 한다. 흔들리는 게 당연한 파동이기에 크게 볼수록 심리적 흔들림은 당연히 덜 하게 된다. 크게 바라보는 건 심리에 가장 효과적인 진정제다. 크게 크게 보아야 하는 이유는, 확률적 사고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파동을 그려야 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흔들림에 익숙해지면서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277.
시세 직후에는 (힘을 모아야 하기에) 횡보 아니면 조정의 확률이 높고, (힘을 모으면) 결국에는 추세 흐름대로 간다. 이것은 자연계의, 에너지의 일반적인, 지극히 당연한 법칙이다. 시세 직후의 사랑은 너무 아프기에 투자가 아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듯이 심리가 흔들리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나를 데려가지 않기 위해서 파동은 그렇게 갈듯 말듯 힘을 모았나 보다. 나만 두고 갈 것 같아 괜스레 나만 그렇게 애를 태웠나 보다.’ 파동을 그릴수록, 그렇게 시간이 더해갈수록 되뇌는 횟수도 늘어간다.
278.
시장에서는 손익 병가지상사(損益兵家之常事)다.
위험을 최소화했느냐? 유리한 방향대로 던졌느냐? 심리가 얼마나 흔들렸느냐? 이게 중요하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는 건 병가에서 일상적인 일이다. 만사가 그렇듯 파동도 확률 높은 타점이 정해져 있다. 매수 타점은 올라가던 추세선이 우하향하면서 눌림을 주었을 때고, 매도 타점은 내려가던 추세선이 우상향하면서 반등했을 때다. 확률적으로 말이다. 확률 높은 타점에서 던졌느냐! 그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가야 오래 간다. 돈을 매개로 하는 모든 시장에서는 칩을 던질 때와 거두어들일 때만 알면 된다. 인간의 시각적인 약점과 강한 기억만 뇌리에 박히게 되는 기억의 모순으로 인해 챙기지 않다가 심리가 무너지고, 챙겨야 할 시세 직후에 신규로 칩을 던지다가 심리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단지 크게 작게 ’왔다 갔다‘ ’흔들흔들‘ 에너지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거침없이 쏘아 버리고, 재차 괘종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 ’흔들흔들‘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의 반복이다.
279.
개인의 최대 약점은 시세 직후다. 타고난 본능이기에, 시각적인 약점이기에 반복과 복기 그리고 경험이 쌓이는 시간으로만 조금씩 극복될 수 있다. 이미 시세가 진행 중이거나 시세 직후의 심리만 극복해도 깨달음의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하지 않을까? 첫 번째 파동 이전에는 과감해야 하고, 일단 시세가 나오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이미 보여준 방향으로 더 갈 것 같은 시각적 착시 효과. 이것이 큰돈의 인공지능을 넘을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최대 약점이다. 많이 내린 것 같지만 앞저점을 무너뜨리기 전에는 눌림이다. 시세 직후에 시각적 꽂힘을 극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서 추격과 뇌동은 잉태된다. (일단 시세가 나오면 갈 때까지 보내고 등락을 노리는 게 합리적이다) 시세 직후 파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어야 한다. 돌고 돌아 기본으로 돌아오듯이 파동도 항상 붙여놓고 반대로 가는, 항상 더 갈 것 같은 자리에서 ‘추세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돌고 도는 곡선이다.
280.
삼시 세끼를 한꺼번에 먹지 못하는 법 = 챙기는 건 같은 이치이고, 추세를 다 먹는 건 = 진폭을 다 먹는 건 우연이지 작정하면 필패다. 그래서 한 파동을 보낼 줄 아는 것 = 기다릴 줄 아는 것 = 실력이 쌓였다는 증거가 된다. 한꺼번에 진폭을 다 먹으려고 덤벼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나쁜 습관이 되고 그리하면 반드시 폭식을 꿈꾸다 폭삭 망하게 된다. 꼭꼭 씹으면서 잘게 쪼개서 먹고, 짧게든 길게든지 한 파동을 보내면서 충분히 쉬고 겹쳐서 먹어야 한다. ‘한없이 갈 것 같지만, 나만 두고 갈 것만 같지만, 한없이 등락하면서 태우면서 (당신을 포함해서) 전부 다 두고 가니까 걱정하지 말고 챙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