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해부학 321 ~ 330
투자 심리 해부학 321 ~ 330
321.
시장은 효율적인가. 비효율적인가. 거대 담론은 거대 자금의 몫이다. 티끌만큼도 되지 않는 개인의 자금은 ‘치고빠지기’가 가능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으므로 게임의 규칙은 끝낼 때까지 심리의 문제로 집중되어야 한다. 돈과 심리가 동일 선상에 있고, ‘똑똑함’은 ‘자만’, ‘독선’과 동일 선상에 있고, ‘미래’는 ‘변동성’ ‘불확실성’과 동일 선상에 있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고,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겸손해야 한다. 그 어떤 ‘후회’와 ‘끝없는 조롱’에도 기계적으로 등락해야 한다.
군자탄탕탕 소인장척척(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즉 군자는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지만, 소인은 늘 걱정만 한다.
인생의 승부는 기술이나 기교를 겨루기 이전에 벌써 기세에서 차이 나는 법이다. 시장에서 승리하는 비결도 평탄하고 너그러운 마음, 즉 탄탕탕(坦蕩蕩)의 경지 즉 다름 아닌 마음속 평상심(平常心)이며, 조용하면서도 침착한 기세다. 평상심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위기도 벗어날 수 있다. 유리한 방향으로의 겸손한 기계적 등락이어야 한다.
322.
위로든 아래로든 지금 스프링이 당겨진 상태인지, 거의 제자리로 돌아온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주가의 위치를 말한다). 어느 쪽이든 스프링이 이미 당겨진 상태에서는 당기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고, 문제는 스프링의 되돌아가는 반발력이 너무나도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세 이후(당겨진 상태) 횡보나 조정(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나 가격조정)’이고, 시각적인 약점이란 본성을 지닌 개미에게는 시세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 생각이 시각을 가리는 뇌동과 시각이 판단을 흐리는 추격만 아니면 된다.
323.
얕은 실력은 막연한 기대와 자만으로 자연스레 흐르게 되고, 점차 병아리 눈물만큼 경험과 복기 그리고 반복의 시간이 쌓여야 그렇게 실력이 조금씩 깊어지면서 비로소 확률적 사고로 시장을 바라보게 된다. 확률적 사고로 접근하면, ‘아무도 미래를 알지 못한다’라는 이차적 사고로 접근하면 매매 시간과 횟수가 뇌동(파동의 흔들림과 뇌파가 일치하는 일차적 사고)으로 흐를 확률과 정비례함을 알게 된다. 현실의 세계는 일차적 사고의 세계이지만, 돈이 개입하는 투자의 세계는 정반대의 이차적 사고의 세계이기에 다수에게 투자는 절대 쉬이 넘어설 수 없는 높은 장벽과도 같다. 가령 추격하지 않고 원칙으로 정한 선이 올라오다 꺾이는 자리에서 매도점을 찾아가는 게 이차적 사고의 전형적인 예다. 반대로 추격(올라가고 있으니까 올라가겠지!)과 뇌동(원칙을 어기고 막연하게 가겠지!) 그리고 반대 매매(많이 내렸으니까 올라가겠지!)가 누구나 할 수 있는, 무조건 언젠가 폭삭 망하게 되는 일차적 사고의 전형적인 예다.
324.
지울 수 없는 욕심의 본성을 지닌 인간이란 욕심 많은 돼지가 만족을 배워가는 모진 과정이 투자이고, 카잔차키스처럼 ‘나는 성급함과 희망을 극복했다’라는 위대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아프고도 시린 과정이 또한 투자다. 조금 덜할 뿐 위험하지 않을 자리는 없고, 조금 많을 뿐 후회하지 않을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과감해야 하고 기계적이어야 한다. 어느 현인의 말씀처럼 지나고 나면 행운이었는지, 재주였는지, 위험했는지 알 수 없는 게 삶의 과정이다. 벼가 익어가듯이 겸손해야 하고 침묵해야 한다.
325.
아무리 잘 기다렸다가 진입해도 세 가지 경우의 수(상승과 하락 그리고 횡보)가 항상 존재하는 33%의 게임일 뿐이고, 확률 게임의 전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고,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시장이기에 끝날 때까지 투자는 대응의 예술이다. 심리가 천천히 침몰하게 되는 횡보의 확률이 높게 존재하므로 추격해서는 안 되며 횡보 이후 힘(시세의 추진체)이 들어올 때 노를 젖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표현처럼 돈과 심리가 동일 선상에 있게 되는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이란 자신이란 주관적 세계를 깨뜨리고 가보지 않는 객관적 세계로 나가는 과정이다. 만들어지는 파동과의 투쟁이 아니라 원칙대로 기다리고 대응하는 자신과의 투쟁이다.
326.
of the mental, for the mental, by the mental – 돈과 심리는 동일 선상에 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단 한 번 원칙을 어기더라도 쉽게 나쁜 습관이 된다. 손실이 아니라 나쁜 습관이 만들어지는 걸 불안해하고 늘 경계해야 한다. 매매하지 않으면 기회가 남아있지만, 손실을 보게 되면 심리적으로 기회도 쪼그라들게 된다. 훈수 둘 때 판이 잘 보이듯이 보유하지 않고 있을 때 흐름이 더 잘 보이고, 더 많은 감각이 쌓이게 된다. 진입하는 순간부터 돈과 심리는 동일 선상에 있게 되므로 시야는 매매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좁아지게 된다. (물론 이 단계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수로 가는 엄청 어려운 과정 ‘기다림의 과정’ ‘다음 수를 믿는 것’은 당장 수익보다 훨씬 값지다.
327.
투자 = 심리고, 돈 = 심리다. 손익을 떠나서 기계적으로 매매해야 흔들리는 심리를 딛고 버티면서 나아갈 수 있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의심과 공포가 생기게 되는 인간 본성을 극복해야 기계적인 매매가 가능하다. 하루 이틀에 국한되지 말고 되든 안 되든 기계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기계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설득하고 이해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시장에서 흔들리는 심리가 무뎌질 때까지 가보는 것 외에는 (그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은 없다.
328.
‘눈을 제대로 뜨고 세상을 봐. 네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모자라니까.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니까. 너는 머릿속에 답답한 쓰레기만 가득 차 있어. 게다가 바람구멍조차 없어.’ ‘틀린 걸 인정 못 해서 생기는 일, 자존심, 편협함 그런 것들로 인해 생기는 일. 내가 안다고!’ ‘처음부터 틀렸다. 혼자 바꿀 수 있다는 생각. 내가 다 아니까. 내가 알아서 하면 다 될 수 있다는 그 오만, 그 병적인 집착. 그렇게 해서 바꿀 수 있는 세상은 아니었다.’ <드라마 머니 게임 중에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잣대도 확률의 선상에 서 있을 뿐이었다. 매도했고 내려와서 이익이어도, 매수했고 내려가서 손실이어도 그랬을 뿐이다. 반대였어도 결과가 그랬을 뿐이다. 이익일 수도 손실일 수도 있었다. 다만 흐름에 순응했느냐! 다음에도 반복할 수 있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한두 번은 미약하고도 작은 과정일 뿐이다. 투자가 어려운 건 모든 노력의 도달점이란 게 너무나도 초라하게도 ‘유리함’ ‘확률적 우위’에 그치기에(이게 노력으로 다다를 수 있는 정상이기에) 보통의 내공으로는 반복의 축제를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329.
‘죽을 때가 되어서 그런지 왜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았나 싶어. 인생이 그렇게 심각한 게 아니더라고.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마. 그러면 나중에 허무해져. 아등바등 사는 것과 열심히 사는 건 달라.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인생에 대한 존중이라고. 닭 한 마리 키우는 데도 가장 중요한 게 시간이야.’ <드라마 머니 게임 중에서>
닭 한 마리를 키우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한주먹도 되지 않는 독선과 자만으로 인해 시간을(복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야 물이 끓어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계절도 바뀌고 날씨도 바뀌는 세상 이치를 독선과 자만으로 외면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330.
투자한다는 건 참으로 신묘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① 지울 수도 없고 잠시 억눌러도 자꾸만 솟아오르는 인간 본성인 나쁜 습관을 완전히 없애야 하고 ② 진입점을 단순화하면서 기다리는 법을 깨쳐야 하고 ③ 파동은 겹치면서 등락하므로 대응의 예술임을 깨쳐야 하고 ④ 감각적으로 대응하면서 끝없는 후회와 조롱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⑤ 무슨 일이 있어도 초심으로 반복할 수 있어야 하고 ⑥ 끝날 때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하기에 참으로 힘든 고행이다. 너무 애쓰지 마라.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다만, 인연 따라 물 흐르듯 흘러가야 편해진다. 올 때가 되면 올 것이고, 갈 때가 되면 갈 것이다. 그것이 변하지 않는 진리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허욕에 갇혀서 갈구했던 만큼 망가질 뿐이었던 돈도 때가 되면 올 것이고(인연이 닿지 않는다면 오지 않을 것이다), 허욕이라는 때를 벗어버리고, 때를 기다리면서 온 힘을 기울이고 있으면 때가 무르익고 감각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