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해부학 301 ~ 310
투자 심리 해부학 301 ~ 310
301.
‘실수의 여지’의 사촌이 ‘낙관적 편향’이라면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에서의 표현) 시장에서의 ‘똑똑함’의 사촌은 ‘멍청함’이 아닐까. 시장은 자주 내 안의 ‘똑똑함’이라 여기는 대부분 생각들은 터무니없는 확신이나 뇌동과 같은 ‘멍청함’으로 증명하면서 일깨워준다. 너무나도 미천한 경험과 생각으로 이루어진 자신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일 뿐 관건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를 벗어나, 생각하는 한계를 벗어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시장에서 어떻게 그 많은 뱁새의 가랑이가 찢어졌는지 아는가? 찢어진 가랑이를 벌리고 하염없이 끊임없이 돈을 구걸해야 하는지 아는가? 황새를 따라 황새 흉내를 냈기 때문이다. 뱁새는 뱁새답게 ‘조금씩’ ‘누적’이란 길로 소박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야 한다.
302.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변신을 위한 유일한 도구가 있다면 꾸준하게 반복하면서 반복하는 그 시간을 믿어보는 것이다. 올바르게 소비한 시간은 욕심을 줄여간다는 ‘나이 듦의 법칙’과 습관은 익어갈수록 가속도를 더해간다는 ‘반복의 법칙’을 믿어보는 것이다. 늘 실패의 답은 탐욕스러웠기 때문이고, 탐욕은 지울 수 없는 인간 본성의 특징이다. 지울 수는 없지만, 혼신(渾身)으로 줄일 수는 있다. 삶의 지평을 바꿀 큰돈은 쌓여가는 실력이 정서적으로 시간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만나게 된다.
303.
투자 행위에서 지독한 복기와 반복의 목적은 기법의 완성이 아니라 절망의 계곡과 깨달음의 비탈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배회하는 심리의 변신이다. 인간의 본성과 망각 그리고 나쁜 습관이라는 위기의 막다른 골목에서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변신을 위함이고, 깨달음의 비탈길을 오르기 위한 수행이다. “또 기다려야 해요. 맨날 기다려야 해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 서서히 만들어지는 자리를 배우고 익혀서 아는 건 시작에 불과하고 계절이 과일을 영글게 하듯이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 비로소 실력이 영글어가기에, 그래야만 잃지 않기에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고, 챙기면서 누적을 만들면서 또 기다려야 한다.
304.
“내 비밀을 말해 줄게. 비밀은 아주 단순해. 그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마음으로 본다는 건 큰 흐름을 본다는 게고, 눈으로 본다는 건 가격의 움직임만 본다는 의미야.’ 지극히 인간적인 보통의 뇌로는 불확실성 속에서 원칙을 지키기가 너무나도 버겁고, 손절을 기계처럼 한다는 것이 지극히 불편한 일임을 인정하고, 전체·한방·선취매로 흐를 수밖에 없음도 인정하고 반복에 지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변화겠다는 의지로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하다. 인간의 본성은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등락(騰落) 부분(部分) 누적(累積) 원칙(原則)이 곳간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는, 추격(追擊)과 뇌동(雷同)을 가로막는 장승을 세워야겠다.
305.
‘하나는 외로워서 둘이랍니다.’ 파동은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외로이(외봉·외바닥) 먼 길을 가기를 주저하고, 쌍을 이루고서야(쌍봉·쌍바닥 : ‘항상 반대로 붙여놓고’ 의미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제 갈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연속해서 고점과 저점을 갱신할 확률이 극히 낮은 파동은 끊임없이 겹치면서 등락하기에 마루나 골에서 추격하지 않고, 유리한 방향이면 추세선이 우상향하는 마루에서 반등이면 매도하고, 추세선이 우하향하는 골에서 눌림이면 매수하면 충분하다. 프로 스포츠에서 약팀이 강팀을 한두 번 이길 수는 있지만, 횟수가 거듭되면 결과는 뻔하다. ‘유리한 방향’으로 지속해서 던지는 게 바로 강팀에 지속해서 베팅하는 것이고 반복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에 찬 확률적 사고다.
306.
바닥에서 정신을 차리고 원칙과 뇌동의 갈림길에 서서 나름의 반복과 복기로 원칙을 다지면서 위태롭게 깨달음을 비탈길을 오르지만, ‘줬다가 뺏고, 챙기면 더 가고, 버티면 반대로 가는’ 시장의 끝없는 조롱을 견디지 못해 절망의 계곡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과정을 거듭할 뿐이다. 시장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만만하지 않고 「돈의 심리학」에서 말하듯이 인간의 본성은 탐욕을 지울 수 없고, ‘견딜 수 있는 것’과 ‘정서적으로 가능한 것’ 사이의 틈새를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늘 견딜 수 있지만, 실전에서는 돈과 심리는 동일 선상에 서 있기에 오랜 시간 단련하지 않고서는 정서적으로 견딜 수가 없다. 감각에 굳은살이 밴다는 게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서적으로 이 말을 받아들여야 버틸 수 있고 「행복 = 결과 – 기대치」 공식에 따라 기대치를 낮추면서 돈이 되지 않는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기대치를 낮춰야 행복할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야 더 잘 버틸 수 있다.
307.
“돈에 대한 당신의 경험은 아마도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0.00000001%와 당신이 머릿속으로 세상의 원리라고 ‘생각하는’ 내용 80%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돈의 심리학>
시장에 머무는 시간과 비례하여 오랜 시간 굳건했던 생각들도 짧은 순간의 감정들에 쉽게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생각은 미천한 자신만의 경험에 근거하여 세상 흐름과는 별반 의미가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뿐이고, 방하착(放下著)의 대상일 뿐이다. 자꾸만 생각으로 그리는 파동은 (꿈은, 고집은, 터무니없는 확신은) 세상에서 자기 안에서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무의미한 것이다.
308.
죽고 못 살 것 같아도, 없으면 아니 될 것 같아도, 한없이 좋아 보여도 사람에 대한 감정은 변한다. 이게 진정한 공포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간의 본성으로 어찌 유유히 흐르는 장강과도 같은 파동의 큰 흐름을 쫓아가겠는가? 현명한 사람은 이성에게 모든 걸 내어주지 않듯이, 상수는 ‘파동도 인간의 감정처럼 수시로 변한다’라는 진리를 깨치고 부분에 전부를 걸지 않고 늘 변하는 파동에 대응하는 사람이다. 누적되는 돈이 돈을 자생적으로 불리는 것이지 실력과 노력의 가면을 쓴 욕심과 탐욕으로는 절대 쉽게 돈을 불릴 수 없다. 누적되는 시간으로 욕심을 체념시키는 방법은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반복이다. 반복과 복기의 시간이 더해질수록 허무하게 지나온 세월은 찰나가 되지 않을까? 꼬리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꼬리가 전체를 좌우한다. 시장은 꼬리를 만들면서 끊임없이 조롱하지만 극복하면 조롱 너머의 농담과 마주하게 된다. 배워서 아는 게 감각으로 체화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깨지면서 깨치고, 경험하면서 힘겹게 복기하는, 아프고 시려도 포기하지 않는 지독한 반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309.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을 확실한 방법은 내 마음도, 그 사람의 마음도 사람이기에 변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서 매일 눈동자를 보면서도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고, 확실하게 파산하지 않을 방법도 항상 틀릴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불리한 결과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서 실수의 여지를 ‘크게 크게’ 두는 것이다. 실수의 여지를 크게 두어야 큰 흐름을 제대로 따를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지만, 인간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는 모순을 줄여가는 과정이 시리고 아픈 경험들과 나이 듦이라면 결국에는 유리한 방향이 확률적 우위에 있지만, 파동은 수시로 변하는 모순을 줄여가는 과정이 바로 반복과 복기다. 세상사 매한가지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할수록 실수의 여지는 줄게 되고, 실수의 여지를 크게 둘수록 파산의 여지도 줄게 된다.
310.
돋보기를 보면서 작은 부분에 집착하기보다는 크게 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큰 흐름을 제대로 보아야 유리한 방향이 선명해지고, 유리한 방향으로 기계적으로 반복하면 할수록 확률은 높아지게 된다. ‘손익 병가지상사’다. 적은 수익에 연연해서는, 안절부절못해서는, 흔들려서는 큰돈으로 불려 나갈 수가 없다. 매물대가 밀집된 구간에서 지지저항을 기대하는 건 상식이지만, 꽂혀버리면 뚫릴 때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르듯이 매몰 비용에 매몰되면 꽂히게 되고 (추격과 더불어 이 뇌동만 극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파산할 여지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 방하착
“마음에 붙어 있는 것들을 내려놓아라.”라는 의미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