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의미
빅터 프랭클 작가는 심리학자이자 정신과의사로서 죽음의 수용소를 경험한 후 인간의 심리를 더 연구해 로고테라피 학파를 만들었다.
-로고테라피는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과제로 삼는다. 환자의 실존 안에 숨겨진 ‘로고스’를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데 상당한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인간 무의식에 있는 본능적 요소만이 아닌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와 앞으로 성취되어야 할 실존의 잠재적 의미까지 대상으로 한다.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오기보다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건 사실이다. 내면의 긴장은 정신건강에 필요하고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자기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잘 살아남았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항상성-긴장이 없는 상태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처럼 위험천만한 오해는 없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 의지로 선택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역동성이다. 환자들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실존적 공허를 느낀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
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로고테라피에서는 책임감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본다.- 본문중에서
모든 일과 대상에는 의미가 있다. 겨울을 이겨내고 딱딱한 나무에서 잎을 틔우고 눈부신 벚꽃을 피우는 벚나무에게는 아름다움을 보여줄 사명이 있다. 컴컴한 하늘에 발그레한 빛을 던지며 떠오르는 태양에게는 세상을 비추어 만물을 키워야 하는 사명이 있다. 강물도 빗물도 어떤 오염수도 받아들이며 수많은 해양생물과 물고기를 키워야 할 사명이 바다에게는 있다.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에게도 수억 년 수십억 년 살아내며 우주공간을 밝히고 서로 밀치고 끌어당기면서 우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둘러싸여 마치 세상의 중심인 양 이들의 의미를 밝히고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에게도 태어나 살아가야 하는 의미가 있다. 말 못 하는 갓난아기는 울음으로 의미를 전달한다.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주인에 대한 애정의 의미를 보인다. 음악가는 악보에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혼의 의미를 그린다. 미술가는 그림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혼의 의미를 담는다. 작가는 쓰는 것으로 의미를 파헤치고 기록을 남긴다. 나는 왜 지금 이 시간에 글을 쓰는가. 이 책의 감동을 남기고 싶은 의미가 있어서이다.
이 세상에 의미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물건도 과학도 의미가 있어 만들어지고 발전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를 끝없이 외쳐야 해서 의미가 과장되고 변질되기도 하지만. 의미의 업그레이드된 말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압수당한 원고를 다시 쓰기 위해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야 할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바바리아 수용소에서 발진 티푸스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고 있을 때 다시 쓸 때 도움이 되도록 작은 종잇조각에 수없이 메모했다고 한다. 작가는 여기에서 자신의 사명을 발견했던 것이다. 사명이란 목숨을 사용하는 일이다. 매일 매 순간 긴장상태에 있으면 병에 걸리지만 작가의 말처럼 권태로운 상태에만 있는 건 위험한 일이다. 적절한 긴장이 삶의 의욕을 주고 의미를 찾아준다. 꼭 의미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능력, 실력, 경제력 위주로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의미 부여는 위험한 요소를 갖고 있다. 엊그제 전국에서 25만 명가량의 청년들이 은둔족이라는 말을 들었다. 비상하며 활개 쳐 가야 할 청년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혹은 자신의 사명을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경쟁 속에서 자라와 조금 뒤처지면 의미가 제대로 부여되지 않는 사회에서 자신의 안으로 안으로만 움츠러들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잘해서 잘살아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의미와 사명이 없는 존재는 태어나지 않는다. 모두가 저마다의 의미와 사명으로 태어난다. 존귀한 존재이다.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저 여린 풀꽃에서도 가을날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소리 없이 숲에 쌓이는 하얀 눈에도 의미가 있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살아가면서 자율적으로 의미와 사명을 찾아야 한다. 타인의 의미 찾는 걸 도와줄수도 있지만 자신이 주체이다. 작가의 말처럼 역동적으로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의미를 찾는 처절한 노력과 투쟁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삶의 충실감과 환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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