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만두다.
평소 나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더 먹으라고 양보한다. 내가 먹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기쁘다. 그러나 만두만큼은 예외다. 국수집에 가도 내겐 국수보다 만두가 메인이다. 4인가족에 만두 6개. 인당 만두 하나씩 먹고 두 개가 남으면 물어본다. ‘이거 먹을 사람?’ 남편은 내가 만두를 얼마나 좋아하지 알기에 늘 괜찮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들이 오늘따라 만두를 더 안 먹겠다고 하면 나는 엄청 좋아한다. 앗싸 남은 만두 다 내 꺼다!
이런 엉뚱한 질문을 한 두 번은 받아봤을 것이다.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고살아야 한다면, 혹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단연코 만두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외할머니의 손맛이 깃든 만두.
외할머니는 6.25 전쟁과 함께 이북에서 피난을 오셨다. 열일곱의 나이즈음에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고모님과 남한에서 새로 삶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고향 출신인 할아버지를 만나셨고 우리 엄마를 낳으셨다. 낯선 땅에서 할머니의 삶을 붙들어 준 것은 고향에 대한 따듯한 기억과 추억 아니었을까.
명절에 양가 할머니댁에 가면 만둣국을 항상 먹었다. 친할머니의 고기만두, 김치만두도 맛있었지만 외할머니의 만두는 유독 특별했다. 할머니만의 슴슴하고 담백한 만두소는 맛이 어찌나 좋은지 정말 아무리 배가 불러도 계속 손이 가게 했다. 일곱, 여덟 개쯤은 거뜬히 먹었던 기억이 난다. 명절이 끝나고 남은 만두소를 싸 와서 엄마, 언니와 함께 오손도손 만두를 빚던 주말 오후의 시간, 삶아낸 만두를 소쿠리에 식히며 언니와 몰래 하나씩 집어먹던 장난스러운 추억이 내게 선명하다. 고등학생이 즈음부터는 만두 빚는 솜씨가 늘어나 명절마다 할머니 댁에서 만두 빚기는 내 담당이 되었다. 직접 만두를 빚으며 친척들에게 내어줄 예쁜 만두가 쟁반 위에 가지런히 쌓여나가는 데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
만두는 할머니를 오늘까지 버티게 한 힘이자 우리 가족의 전통이다. 인내와 버팀의 시간 안에 녹아있는 조상들의 살아있는 온기이며 세대를 잇는 손길이다. 그래서일까. 평양냉면집이나 이북식 만두를 파는 음식점에 가서 만두를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따듯함을 느낀다. 아직은 철없는 아이처럼, 그 온기를 어떻게든 더 손에 넣어보고자 내 입으로 냉큼 가져간다. 만두 먹고 싶으면 더 시켜. 내꺼 먹지마.
아 이번 명절에 외할머니 찾아뵈어야겠다.
이 마음을 가지려고 만두가 떠올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