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하며 자존감이 높아짐을 부쩍 느끼는 요즘이다.
아이들이 한바탕 집안을 휩쓸고 떠난 아침은 늘 분주하다.
잘 먹이고 준비물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추운 날씨에 맞게 옷을 스스로 입을 수 있도록 알려준다. 말하지 않아도 장남감을 제자리에 놓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매일 알려줘야 한다. 등원 시간이 다가오면 "이제 정리할 시간~~"이라고 외친다. 그러면 아이들이 주섬주섬 움직인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정리를 시작한다.
정리를 다 마칠 때까지 끝까지 기다려주고 싶지만 그러다가는 늦는다. 몇 분정도 지켜보다가 내가 정리를 이내 도와준다.
"엄마가 정리하라고 오늘은 한 번 밖에 이야기 안했는데도 스스로 잘 시작해서 잘했다. 시간이 없으니 엄마 옷입고 나올 동안 너희들도 이제 옷입고 가자"며 분주하게 서두른다.
아직 등원 준비에 여유가 없지만 착착 진행되는 과정이 뿌듯하다.
오늘도 늦지 않게 등원 성공!
정신없는 와중에도 '사랑해'와 작은 격려만큼은 빠뜨리지 않는 행복한 아침을 보낸 것이 어딘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은 산타뿐 아니라 선물을 빼앗아간다는 '미스터 그린치'에 대해 자꾸 묻는다. 그런 서양 이야기는 어디서 듣고 오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야기는 잘 몰라도, 나도 어릴 적 들어본 그린치 음악의 앞 몇 소절은 선명히 기억난다. 아이들 앞에서 미스터 그린치를 흉내 내며 노래를 불러주다 보면 등원 시간은 어느새 코앞이다.
오늘은 오전 9시 일정이 있어 집안을 대충 정리해둔 채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2분 전에 일정이 취소되었다. 기다렸던 미팅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도 다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오호, 집안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앞당겨졌다. 횡재다!!
요즘 아침마다 집안을 환기시키고 청소기를 한 번 밀어주고,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나면 숨통이 트인다. 2-3일에 걸러 하루씩 그렇게 집안을 싹 정리하는데 그 뿌듯함이 이루말할 수 없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자존감을 든든하게 지지해준다.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생기고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커진다.
글을 쓸 기운도 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내는 것임을
요즘 더 깊에 실감한다.
새벽에 일어나 읽고 생각하고 나누는 나만의 시간을 성실히 보내고,
아이들이 일어나면 엄마로서의 몫을 다하고.
집안을 깨끗히 유지하고 싶어하는 '나'를 위해 청소를 마치고 나니 이렇게나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은 가습기까지 꼼꼼하게 세척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지만, 상쾌한 공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상쾌함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들에게 목소리가 커질 때도 있고 치우기 귀찮은 날도 부지기수다. 그런 날은 잠시 멈추고 그냥 그렇게 보낸다. 그 또한 내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