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나로 살아봤냐

비교, 행불행, 답은 가까이에

by 염미정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내게

최근에 겪는 가장 힘든 일이 뭔지 물었는데

난 도통 생각나는 일이 없어서

‘딱히 없는데?’했다.


그러니 그 여자가 갑자기 울고 불면서

나를 힐난하더라.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비참했고

또 오늘은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설파하며

내가 하는 행동은 전부

배가 불러서 하는 장난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단다.

당신은 가진 게 많지 않냐면서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했다.


'뭐 그럴지도'




최근 인스타 알고리즘에 의해

어느 재벌의 3세라는 20대 여성의 계정을 구경했는데 완벽에 가까운 유전자를 지닌 그녀의 삶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


1) 음습한 술집이 아닌

화려한 사교 컬처 중심에서 샴을 쨍그렸고


2) 온갖 스폰서와 광고주들은

그녀에게 양팔을 크게 벌리고 있고


3) 스튜디오의 대포알 같은 렌즈는

연예인도 아닌 그녀를 쫓았다.




예쁘고 다채로운 삶에 영감을 받는 것도 잠시,

그녀의 어느 피드를 본 다음

내 마음엔 삐딱한 질투심이 생겨나려 했는데,


‘내 삶이 언제나 화려한 것은 아니니

당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지 마세요‘

란 멘트와 함께 올린 사진은

해외 유수의 대학 로스쿨에서

부유한 집 자제들과 함께 열공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

그렇다.

현재 그녀의 삶에서 가장 초라한 순간이란

엄청난 학비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시설, 손꼽는 인재들과 함께 교류하며

풍요롭게 공부하는 그 유학 생활인 것이다.


학비가 부족해서 학업을 중단했다는

기구한 사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로선

그녀 삶의 가장 초라한 그 페이지가

감히 꿈꾸기도 어려운 이상이라는 것이

재미없는 유머다.




앗 그런데 마침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니가 나로 살아봤냐? 아 아니잖아? 어? 어?'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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