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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10. 2024

택시 기사와 카오소이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_음식 편 (#11)


수다스러운 택시 기사와, 과묵한 손님이 함께 란나 고대왕국을 향해 어색한 동행이 시작됐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택시 기사는 지나가는 곳곳마다 "관광명소인데 들어가 볼 테냐."라는 듯 끊임없이 느물거린다. 택시를 탄 건지, 여행 가이드 차량을 탄 건지, "마이마이(노노)"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 바쁘다.

치앙쌘 유적지 풍경


이제는 억지 같은 잔소리에도 능글맞게 받아주는 여유가 생긴다. 아름다운 치앙라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호객'이 아닌 '호의'를 베푸는 것이리라 고깝던 마음을 추스른다. 늦은 점심시간이라 기사에게 계면쩍은 기분을 달래 주려 "런치"를 제안했고 택시 기사는 "카오소이"로 화답했다. 식사를 위해 여울진 메콩강을 따라 치앙쌘으로 향했다.


미얀마 국경이 있는 매싸이의 활기차고 분주한 분위기와는 달리, 라오스 국경이 있는 치앙쌘은 여행자보다 지역주민들의 비중이 높아 차분하다. 몇몇 사람들만이 치앙쌘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배편으로 강 맞은편에 위치한 라오스 국경을 통과한다. 매싸이를 지나 치앙쌘으로 흘러가는 메콩강, 두 지역의 정서는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서사는 확연히 다르다.


치앙쌘 도심은 치앙라이를 건국한 멩라이 왕의 란나 왕국이 있는 곳이다. 천년의 고도 경주처럼 작은 시내 곳곳에 유적지가 눈에 들어온다. 유적지는 전쟁으로 훼손되고, 지진으로 무너져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지만, 그 틈사이로 이끼들이 엉켜 본연의 색을 찾아간다. 뜨거운 오후를 지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넘놀무렵, 다사한 일몰에 고풍스러운 야경을 선사한다.

치앙쌘 카오소이 로컬 시당


시내지만 한적한 도로가, 치앙쌘의 카오소이 국숫집이 위치한다. 태국 북부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카오소이. 카오소이는 태국식 커리 음식으로 밥 대신 에그누들(밀가루 면)을 사용한 면 요리이다. 수프는 빨간 새눈고추를 빻아 강황과 카레를 섞어 페이스트로 만들고 코코넛 밀크, 피시소스(액젓), 소이소스(간장) 등을 넣어 요리한다. 토핑으로 튀긴 면, 라임, 샬롯(미니 양파), 머스터드 김치(배추절임)와 함께 먹는다.


카오소이는 식당마다 수프의 농도와 맵기가 다르고 고수가 들어가기 때문에 주문 전 고수와 맵기 정도를 별도로 요청할 수 있다. 카오소이에 들어가는 주재료는 닭고기와 소고기 두 종류. 닭고기는 부드럽고 담백해 카오소이 소스와 가장 잘 어울리며 푹 삶긴 닭다리를 통으로 넣어준다. 소고기는 질긴 식감 탓에 즐겨 찾지 않지만 장조림처럼 푹 고아서 야들해진 살코기만 발라 국수 안에 넣어준다.


닭고기와 소고기로 하나씩 주문하고 기사님은 쉴 틈 없이 "카오소이 굿!" 하며 수다를 이어간다. 주문했던 카오소이 두 그릇이 나왔을 때 생각보다 큰 그릇에 한번 놀라고 예상보다 많은 양에 두 번 놀랐다. 노란 에그누들은 일본 라멘집 생면같이 쫄깃하며 커리 수프는 은은하게 칼칼하고 걸쭉하다. 치앙라이산 재스민 라이스를 비벼 먹으면 좋겠지만 이미 배가 부르다.


카오소이는 카레와 고기 국수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가격까지 친절하다. 몰래 카오소이 2그릇을 100밧(4,000원)에 계산하니 "왜 내 것까지 계산했냐?"라는 듯 잔소리를 이어간다. 기사님은 국수를 먹다 말고 일어나 차에서 미지근해 보이는 숙성된 파인애플을 먹으라며 가져온다. 레몬보다 시큼한 파인애플 한 조각으로 입가심까지 마무리한다.

닭고기 카오소이


배려를 받으면 감사로 표하니 서로 따뜻함을 주고받은 것이다. 이제는 이웃사촌 마냥 대놓고 태국어로 말을 한다. 짧은 동행이 끝나고 못내 아쉬워 보이는 택시 기사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라는 듯 내 등을 두드린다. 서로의 곳간을 채우고 돌아가는 의좋은 형제의 뒷모습이 저렇듯, 헤어지고 나서도 택시는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작가의 시선

○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밥 요리

현지인들도 까오팟(볶음밥)을 즐겨 먹지만 까오만까이(치킨덮밥), 까오랏깽(커리덮밥), 팟카파오무쌉(볶음덮밥)을 더 선호한다. 향신료의 향이 강하지 않아 현지 음식에 적응되었다면 도전할 수 있는 메뉴이다.

- 까오만까이(치킨덮밥) : 백숙처럼 삶은 닭고기 또는 치킨처럼 튀긴 닭고기를 재스민 밥 위에 올려놓은 음식

- 카오랏깽(커리덮밥) : 생선, 돼지고기, 소고기에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만든 커리로 재스민 밥에 비벼먹는 음식

- 팟카파오무쌉(돼지고기볶음덮밥) : 다진 돼지고기와 바질, 고추 등을 넣고 볶은 요리로 가장 대중적인 음식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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