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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12. 2024

요술을 부리는 요리사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_음식 편 (#13)


토요일 아침 8시, 휴일이 없는 치앙라이 버스터미널은 평일 아침처럼 활기차다. 터미널 입구는 승객들을 위한 식당, 마트, 시장 등 다양한 상점들이 모여 있는 반면 터미널 뒤편 버스차고지 주변으로 버스, 택시, 오토바이 기사들을 위한 길거리 식당이 숨어있다.

아침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저 멀리 희뿌연 연기로 사이로 사람들의 북적임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노점에 시선이 닿기 전 고소한 튀김 냄새가 먼저 코에 닿았으며 이내 발걸음이 무의식적으로 그곳을 향했다. 본능이 이성보다 앞서니 허기 진 모양새다.


토성의 고리만큼 복잡한 나이테를 가진 거대한 나무를 기둥 삼아 녹이 슨 양철지붕을 올리고 수수하게 가게를 꾸며 놓았다. 주방이라 할 것도 없는 나무 그늘 아래, 큰 돌덩이를 받쳐 만든 아궁이에 큰 튀김 솥을 올리고 파통고(태국식 꽈배기)를 튀기고 있었다.


치앙라이는 라오스, 중국, 베트남 등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드나들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중국에서 흔히 봐왔던 아침식사인 요우띠아오(중국식 꽈배기)과 함께 따뜻한 두유를 이곳에서도 즐겨 먹는다. 메뉴는 파통고(태국식 꽈배기), 카오톰(태국식 죽), 두유, 믹스커피로 단출하다.


요리사는 능숙하게 하얀 밀가루 반죽을 뜨거운 기름에 던지니 '탁탁'거리는 소리와 함께 요술을 부린 듯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속에 고소함을 품은 파통고가 노랗게 숙성된 망고처럼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듯 일제히 가마솥 안을 응시하며 같이 주문을 외우는 듯하다. 파통고는 달콤한 맛과 일반 맛 두 가지로 달콤한 것은 둥근 모양, 일반 맛은 길쭉한 모양으로 구분되며, 두유는 파통고와 함께 마시는 따뜻한 음료로 콩의 비릿함이 연하게 느껴지지만 꾸밈없이 수더분하다.

태국식 꽈배기와 두유


먹어도 먹어도 느끼함에 줄지 않는 파통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두유를 1잔 더 주문한다. 특별한 맛이라 할 것도 없는 밋밋한 밀가루 튀김과 밍밍한 두유지만 15밧(600원)으로 갓 튀겨낸 빵과 따뜻한 음료 한 잔을 마실 곳은 드물다. 자전거를 끄는 인력거 꾼, 오토바이를 끄는 랍짱(오토바이 택시), 에어컨 없는 완행버스 모는 기사들은 하루 종일 땀으로 번 소중한 품삯으로 넉넉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파통고를 튀겨 왔을까. 자녀와 함께 학사모를 쓴 채 다정히 찍은 사진에 기름이 저려 노랗게 바래 있다. 아마도 매일 10밧(400원) 꽈배기와 5밧(200원) 두유를 팔아가며 공부시켰을 어머니의 수고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침부터 뜨거운 기름 솥에서 올라오는 튀김 냄새를 많이 맡아서일까. 머리가 아파온다. 또 빈속에 기름진 파통고를 먹은 탓인지 속도 쓰려온다. 하지만 불러오는 배는 점심까지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하다. 하루 종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에 맛보다 허기를 채우고 영양보다는 기운을 채우는 서민들의 아침식사는 조촐하게 마무리된다.

서민들의 아침식사


작가의 시선

○ 태국의 대표적인 간식, 카놈

태국의 간식은 대부분 설탕 베이스로 단맛이 강하며 코코넛 밀크, 쌀가루, 판단 등을 넣어 부드럽고, 향긋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다음은 실험적이지 않은 카놈 메뉴로 기회가 된다면 맛보도록 하자.

- 카놈찬(KhanomChan) : 쌀가루, 코코넛 밀크, 설탕, 판단 잎으로 만든 쫄깃한 식감의 디저트. 달콤하고 고소한 태국식 떡으로 작은 사각형 모양이다.

- 카놈크록(KhanomKrok) : 쌀가루, 코코넛 밀크, 설탕으로 만든 작고 둥근 디저트로 태국의 코코넛 팬케이크이다. 작은 케이크의 바삭한 겉과 부드럽고 쫄깃한 속은 뜨거운 커피와 잘 어울린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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