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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11. 2024

치앙라이 최고의 아침식사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_음식 편 (#12)


치앙라이는 시계탑을 중심으로 상업, 문화, 교육, 의료 등 주요 기반 시설이 모여 있다. 태국은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이 의무교육이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학교가 부족해 학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시골학교 대부분은 사원에서 운영하는 종교단체 소속 학교거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가 주를 이룬다. 초 중학교와 달리 상급학교인 고등학교는 도심에 있어 교통사정이 좋지 못한 변두리 지역 학생들은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중마을 학생들의 통학 풍경


시계탑 인근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학생 수는 약 3,000명이 넘는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산중마을에서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매일 등교하기도 한다. 모계사회인 태국,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비중이 눈대중으로만 봐도 많아 보인다. 남학생은 하얀 셔츠에 남색 바지를, 여학생은 하얀 블라우스에 긴 남색 치마를 입은 모습이 예전 학창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친근하다.


월요일 아침, 주말 동안 한산했던 도로가 막혀 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대도시 방콕처럼 학생들의 등교 차량으로 인산인해다. 13인승 승합 차에서 단체로 내리는 학생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내리는 학생,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학생 등 익숙한 모습이지만 혼자 타도 버거울 오토바이에 3명의 학생들이 빼곡히 타고 막힌 도로를 능수능란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은 아찔하다.


오전 7시, 이른 아침에 피곤함에 밥을 먹지 못한 소녀, 소년들의 뱃고래는 비었을 터. 학교 주변에는 푸드트럭이 5~6여 대가 자리를 잡고 학생들의 아침식사를 요리하고 있다. 단출하지만 튀김, 꼬치구이, 오믈렛, 찐빵, 덮밥, 음료 등 호텔 뷔페의 구성처럼 알차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오믈렛으로 태국의 평범한 요리지만 학생들뿐 아니라 주민들이나 직장인들도 도시락으로 주문한다.

학교 앞 푸드트럭


오믈렛은 태국식 재스민 쌀밥에 갓 구운 계란을 올리면 간단히 완성된다. 계란 2알, 양파, 당근, 토마토, 파, 특제소스를 섞어 팬에 튀기듯 굽는다. 30년을 넘게 오믈렛만 만들어 왔으니 계란요리의 달인이란 표현도 어색하지 않다. 5성급 호텔에서 먹는 오믈렛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토핑 없는 오믈렛은 20밧(800원), 토핑 추가 시 5밧이 추가되어 25밧(1,000원) 가격과 영양면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한 끼로 충분하다. 고소한 계란 냄새에 서둘러 오믈렛을 주문하고 싶지만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눈치 없는 중년 외국인은 되고 싶지 않다.


학생들의 등교 시간이 지난 오전 8시경, 푸드트럭에 다시 들러 20밧 오믈렛을 주문한다. 휴지통에 수북이 쌓인 계란 껍데기는 인고의 마음과 같다. 오랜 기다림에 미안해하던 주인은 모든 토핑을 다 넣어 노릇하게 굽고 고슬고슬한 밥 위에 정성껏 올린다. 계란 위에 케첩과 매콤한 칠리소스를 휘휘 원을 그리듯 뿌린 후 요리가 마무리된다. 나 또한 감사함에 10밧을 얹어 30밧으로 맞추어 계산한다. 훌륭한 아침 식사를 샀으니 함께 마실 모닝커피를 사러 갈 차례다.


분주함이 사라진 거리. 학교 앞 도로를 벗어나 주택가 안으로 조금 걷다 보면 어느새 단골이 되어버린 ‘이름 없는 로컬 카페’가 나온다. 해로한 부부처럼 편안한 눈인사로 반가움을 대신하면 주인은 익숙하게 직접 재배한 유기농 아라비카 커피와 디저트로 할 마카다미아를 내어온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카페 안, 양해를 구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오믈렛을 꺼내면 비로소 특급호텔 조식만큼 건강하고 훌륭한 한상이 차려진다.

치앙라이 최고의 아침식사


향기 가득한 재스민 쌀밥에 푹신한 오믈렛은 입안의 솜사탕처럼 순식간에 녹아 사라진다. 이어 컵 안에 충분히 향기가 우러난 아라비카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 입안을 대신 물들인다. 강한 커피 맛이 부담스러울 때 고소한 마카다미아 한 알은 세상 어느 디저트가 부럽지 않다. 호사스러운 아침식사 같지만 결코 사치스럽지 않다.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아침식사로 마음과 배가 든든하니 치앙라이 아침은 기분 좋게 시작된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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