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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18. 2024

여행에서 버려야 할 요행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_여행 편 (#16)


태국에서 무료로 시티투어를 시켜준다는 홍보물을 보고 "정말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시티투어를, 그것도 트램을 타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니 여행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치앙라이 무료 시티투어는 매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에 2회 운영하며 멩라이왕 기념공원 인근에 위치한 여행자 정보지원센터에서 현장 접수 후 이용 가능하다며 안내한다.

치앙라이 시티투어 트램


멩라이 왕은 13세기 초 태국 북부의 분열된 도시 국가들을 통합하여, 현재 치앙마이-람푼-람팡-파야오-치앙라이를 아우르는 거대한 란나왕국을 건설했다. 지금도 태국 북부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왕으로 지역마다 기념공원을 조성하여 시민들은 오며 가며 경의를 표한다. 치앙라이 멩라이 왕 기념공원은 황금시계탑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우기철 비수기 때문인지 멩라이 왕 기념공원, 제1버스터미널, 치앙라이공항 기존 3곳에서 1곳으로 축소 운영되고 있었다. 트램의 운행 동선을 살펴보니 치앙라이 도심에 위치한 주요 유적지와 박물관 등 10여 곳을 약 2시간 동안 구경할 수 있다지만, 큰 기대보다 도심을 트램으로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본다는데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땡볕 아래 왕궁 투어'의 무더움을 알기에 오후보다 오전 9시 30분 트램을 타보기로 했다. 선착순 현장 방문 신청으로 서둘러 오전 9시경에 멩라이 왕 기념공원에 위치한 여행자 정보지원센터에 도착하였다. 홍보물과 달리 적막한 분위기에 시티투어 장소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1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분홍색으로 예쁘게 치장한 귀여운 소형버스 한 대가 수줍게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운전사로 보이는 직원이 안내소 문을 올리며 익숙하게 "투어?"라고 묻는다.

치앙라이 도심 풍경


능숙하게 현장접수까지 도맡아 하는 운전사는 투어를 하려면 신청서를 작성하고 9시 30분까지 5명 이상 되어야만 출발한다고 안내한다. 영화 속 바그다드 카페처럼 쓸쓸함만 묻어나는 정류장에서 과연 1명이라도 모일 수 있을까? 트램 정류장 앞 인도 경계석에 쪼그리고 앉아 호객하듯 사람들을 기다려 보지만 5분이 지나고 10분이 흘러도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열기로 가득 찬 텅 빈 거리, 증발해 버린 승객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랍짱(오토바이 택시), 뚝뚝(미니트럭 택시) 기사의 심정도 이러할까.


그렇게 약속된 오전 9시 30분이 지나고 트램 기사는 평일보다 주말, 오후보다 오전, 월~수요일보다 목~금요일에 승객들이 종종 온다며 귀띔한다. 이어 현지 여행사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넌지시 전해주며 "오늘은 허탕이니 그만 돌아가." 하는 듯하다. 역시 태국에서 공짜를 바라는 것은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임을 깨닫게 한다.


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작은 바람은 있었다. 얻은 것 없이 빈손으로 되돌아가려니 허비한 시간과 택시비만 억울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라는 진리만 몸소 체험한 것에 만족해야 할까. 그대로 치앙라이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치앙마이로 왕국을 옮길 것인가? 고민했던 멩라이 왕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채 동상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

멩라이왕 기념공원


작가의 시선

○ 태국의 팁 문화

태국에는 별도의 팁 문화가 없다. 식당이나 카페 계산대에는 팁 박스가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현금을 내고 동전이 남았으면 팁 박스에 넣는 정도이다. 마음 편한 서비스를 제공받았을 때 20밧 이하 정도로 감사만 표시하면 된다. 태국 사람들은 베푸는 문화로 마음의 평안을 가지기 때문에 팁의 금액보다 배려하는 마음을 고마워한다. 태국 여행을 와서 팁을 줄 때 '팁'이라 말하지 말고 '남짜이'라고 말해 준다면 그들의 순수한 미소를 발견할 수 있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전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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