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자 내륙지역이다. 지형적으로 고립된 이곳에서 강은 유일한 소통 경로가 된다. 치앙라이에서 바라본 메콩강은 서쪽 국경(미얀마) 도시 '매싸이'에서 합류되어, 고대도시 '치앙쌘'을 거쳐, 고독한 도시 '치앙콩'을 들러, 동쪽 접경도시 '위앙캔'을 끝으로 라오스를 향해 흘러간다.
라오스로 향하는 메콩강 슬로보트
치앙라이 강의 도시들 중에서 가장 궁벽한 곳은 고독한 '치앙콩'이다. 오히려 그런 점이 메콩과 가장 잘 어울렸다. 이름부터 '콩의 도시(치앙콩)'와 '콩강(메콩)'으로 가족처럼 비슷하며, 결 또한 어머니와 딸처럼 닮아있다. 치앙라이 버스터미널에서 치앙콩으로 가기 위해 족히 40살은 되어 보이는 완행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를 경유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그나마 버스는 치앙콩 육로 국경사무소를 통해 라오스 방비엥으로 가는 슬로보트를 타기 위해 몇몇 배낭여행자들이 종종 이용한다. 치앙콩의 거리는 지나가는 행인도, 흔한 들개들도 눈에 띄지 않아 고독함과 쓸쓸함이 먼지처럼 쌓여있다. 그래서일까. 치앙콩에서 메콩강을 마주한다면 탁한 황톳빛의 칙칙한 색감과 을씨년스러운 주변환경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볼품없는 외모와 달리 메콩은 동남아시아의 대표 강이다. 티베트고원에서 태어나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 태국을 거쳐 성장해 가며 캄보디아, 베트남을 마지막으로 그 생을 다한다. 메콩의 총길이는 약 4,300km로 하루 평균 이동거리를25km로 보았을 때 약 170일을 부지런히 살다 간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여정, 거친 물살과 바위에 하얗게 부서지지만 구불구불 인내하며 흘러간다.
무분별한 개발로 말라가는 메콩강
미얀마-태국-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아편분쟁과 내전으로 생과 사를 결정했던 죽음의 강이자, 지형을 따라 국경을 구분하는 경계의 강이고, 세계적 곡창지대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생명의 강이요,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연결의 강이며, 탈북민의 자유를 향한 관문의 강이기도 하다.
메콩이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강이라면, 강 속의 주인은 거인 메기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담수어로 최대 무게는 200~300kg, 길이는 최대 2~2.5m까지 자라난다. 괴물 같은 모습과는 달리 채식주의자인 거대 메기의 성격은 온순하다. 메콩강 지류 깊은 곳에서 서식하며, 수명은 약 60년 정도 비교적 길지만, 성체가 되기까지 약 10년이 걸려 성장이 매우 더디다. 느린 성장 속도와 긴 수명은 오히려 번식률을 떨어뜨려 자연 생존율이 매우 낮다.
아쉽게도 메콩강변에 사는 태국인과 라오스 사람들은 희귀한 거인 메기를 잡으면 장수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어 남획되기도 했다. 특히 물 부족 문제로 메콩강 상류지역에 무분별하게 건설되는 댐으로 중하류 지역의 수량 부족과 수질오염 등으로 메콩 거대 메기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현재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메기의 추억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거인 메기는 치앙라이 강의 도시들 중에서 특히 치앙콩을 좋아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메기가 치앙콩에서 발견되었으니 그가 평소 얼마나 이곳을 사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외톨박이 도시였지만, 메기는 이곳에서 고독을 먹이 삼아 성장해 60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인간의 사욕은 넓고 깊었던 강을 마르게 만들었고 더 이상 메기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주지 못했다.
치앙콩의 거인 메기 벽화
거인 메기의 포획은 기네스북에 소개될 만큼 큰 화젯거리였다. 그러나 그 후로 거인 메기는 치앙콩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잡힌 후 사람들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벽화를 그리고,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대형 조형물과 박물관을 세워가며 거인 메기의 고향이라 홍보했지만, 이제는 힘차게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살아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음에 아무 쓸모없다. 고독을 먹고 자라던 거인 메기가 사라지자 외로움이 차고 넘쳐, 치앙콩 거리는 쓸쓸함으로 흘러간다. 벽화 속 메기는 치앙콩과 메콩의 오래된 추억을 그리워하며 홀로 고독한 강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전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